소심한 기자의 첫 인터뷰

by 예민한 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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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고, 내 목소리를 크게 내본 적도 없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주로 듣는 편이었고,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뒤에서 그림자처럼 튀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부업으로 인터넷 기자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소식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내 마음속에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지만, 막상 사람들과의 인터뷰나 대면 취재는 여전히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공공심야약국'이란 걸 보게 되었고 ‘공공심야약국’ 약사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 약국이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약국이었고 종종 이용하던 약국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공공심야약국은 긴급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곳이다. 이 약국은 일반 약국이 문을 닫는 밤늦은 시간에도 문을 열어, 아픈 이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한다. 나는 이 ‘공공심야약국’ 약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고충과 사명감을 들어보고 싶었다.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여러 질문을 작성하고 인터뷰 약속을 잡기로 했다.

전화를 할지 말지 수십 번의 고민 끝에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꼭 인터뷰가 필요하냐는 약사를 설득해 다음날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막상 약속 시간이 되어가니 나의 소심함은 또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가슴이 두근대면서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에 도착해서 약사에게 말을 걸기까지 속으로 몇 번이나 망설였다.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될까?, 쓸모없는 일이 되진 않을까?” 이런 불안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약사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는 느릿느릿 나를 맞이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탓인지 표정에는 지친 기운이 가득했다.

막상 질문을 시작하자, 약사는 인터뷰를 하기 싫어했다. 꼭 해야 하는 거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공심야약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신문사가 유명하지도 않으면 인터뷰할 의미가 있냐. 그의 말투와 표정에서 나는 그가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상처받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내가 방해만 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괜한 인터뷰를 추진한 것 같아 후회가 밀려왔고,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눈치만 보며 어색한 미소만 띤 채 얼른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계심과 차가움, 문전박대와 가까운 마무리에 소심한 듣보잡 인터넷 프리랜서 기자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 먹기로 했다. 상처받는 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공공심야약국’은 새벽 1시까지 365일 문을 연다. 그가 처음 나에게 차갑게 대했던 것은 단순히 불쾌함이 아니라 피로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역시 상처받고 지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소심한 나 자신을 탓하거나 작아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용기를 냈고 실행했고 후회하지 않으면 됐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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