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 중심 서비스, 자동화된 업무, 실시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증권 발행과 유통 구조는 여전히 복잡하고, 중개기관 중심의 폐쇄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산 유동성의 저하, 거래 비용의 상승, 실시간 정산의 한계로 이어진다. 토큰 증권은 이러한 기존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증권이 금융시장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부동산, 미술품, 비상장 지분과 같은 자산도 쪼개어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산을 갖는다는 개념이 '소유'에서 '접근'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 구조를 실현하게 해주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시간 순으로 묶은 '블록'에 저장하고, 각 블록을 암호화된 방식으로 연결하여 위변조를 방지하는 분산형 장부다. 중앙 서버 없이도 참가자 간의 합의를 통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거래의 본질인 '신뢰'를 수학과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이 금융권에 적용되면 자산의 디지털화, 스마트 계약을 통한 자동화, 중개자 없는 직접 거래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부동산 기반 사모형 토큰 증권을 발행하며 STO 구조를 실증하고 있고, KB증권은 전자단기사채를 블록체인으로 발행하여 유통 효율을 검증하고 있다. 하나증권과 SK증권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며 분산 신원인증(DID) 기술과의 융합을 시도 중이다. 해외에서는 스위스의 SIX 디지털거래소, 싱가포르의 MAS 등이 규제와 인프라 측면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첫째는 법과 제도다. 토큰 증권이 자본시장법 내에서 어떤 지위를 갖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둘째는 기술과 기존 시스템 간의 통합이다. 예탁결제 시스템, 증권사 내부 전산망과 블록체인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다. 스마트 계약의 오류, 발행 주체의 리스크, 해킹과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큰 증권이 가진 잠재력은 분명하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2024년 34조원 규모에서 2030년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글로벌 토큰 증권은 2030년에는 세계 GDP의 10%인 1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토큰 증권은 단순히 증권을 디지털로 바꾸는 수준을 넘어서, 금융 시스템의 신뢰 구조를 재편하고, 자산 거래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출처
ETRI. (2019, March 29). 디지털 자산 시대의 개막,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ETRI Webzine. https://www.etri.re.kr/webzine/20190329/sub01.html
PwC. (2024, February 5). 토큰증권 발행(STO) 시장 현황 및 전망. PwC Korea. https://www.aboutcoupang.com/English/news/news-details/2022/A-symphony-of-people-and-technology-An-inside-look-inside-a-Coupang-fulfillment-center/default.aspx
작성자 : ITS 28기 조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