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스크랩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33004400763602
불과 2년 전만 해도 세계적 열풍,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던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가 급격히 시들해졌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월트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들마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월간 이용자 수, 메타버스 내 토지 시세도 급락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경기침체 우려 속에 비용 절감에 나선 기술기업들이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는 연초 예고했던 7000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하면서 메타버스 전략부의 해체를 결정했다. 약 50명 규모인 소속 팀원들은 전원 구조조정 명단에 올랐고, 부서 책임자 또한 대기발령상태다. MS 역시 이달 들어 메타버스 관련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을 폐쇄했다. 2017년 인수한 알트스페이스 VR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와 대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MS는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간 메타버스 플랫폼, 증강현실(AR) 헤드셋 등 메타버스 비전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사명까지 바꾼 메타플랫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차기 컴퓨팅 플랫폼으로 메타버스 산업을 꼽았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 직후 콘퍼런스콜에서 회사의 무게 중심이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명 변경 이후 대대적인 메타버스 투자에 나선 메타의 경우 여전히 이용자 수 확보, 흑자 전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 VR인 호라이즌월드의 월간 이용자 수는 작년 말 기준 30만 명으로 목표치 50만 명에 훨씬 못 미친다. 야심 차게 선보인 VR 헤드셋 매출도 부진하다. 작년 한 해 메타버스 사업에서의 누적손실만 137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최근 메타버스 구조조정이 메타버스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잇따른다. 경기침체에 대비해 당장 큰 비용이 들고,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는 메타버스 투자부터 줄인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XR을 풀어쓰면 eXtended Reality 즉 확장현실을 의미하며 이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부터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에 이르기까지 가상현실 기술 전체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VR과 AR, MR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셋은 기본적으로 모두 컴퓨터 그래픽과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반한다. 다만 서로 작동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VR은 사용자가 존재하는 환경과 다른, 가상 환경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게 목적이다. VR 기술을 통해 사용자는 지금 여기와 다른 가상 세계로 넘어간다.
AR은 지금 있는 세계의 이미지에 CG를 덧입혀 그리는 것이다. AR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포켓몬고가 있다. 또한 스마트폰의 셀카 어플로 사진을 찍을 때 얼굴에 수염을 달거나, 피부를 보정하는 것도 AR 기술이다. 다만 CG가 현실 이미지에 덧입혀졌을 뿐, 현실 사물과 상호작용하진 못한다. 셀카를 찍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토끼 귀는 바로 사라진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다가 포켓몬을 만지고 싶어 손을 내밀어 보면 내 손이 포켓몬 뒤로 간다. 현재 AR 기술은 특정 형태를 인식해 그래픽을 덧입히는 정도가 한계다.
MR은 현실 사물과 반응하는 AR에 가깝다. 예를 들어 MR 기술이 상용화되면 포켓몬고 게임을 할 때 피카츄가 나무 뒤로 숨거나 나를 따라다닐 수 있다. 실제로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언틱은 지난 2021년 3월 홀로렌즈 2를 이용한 포켓몬고 AR 데모 영상을 공개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요정 같은 존재가 현실 공간에 나타나서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당신이 책상을 가리키며 ‘파이어’라고 외치면, (가상으로) 책상이 불타는 식이다. 현재 서비스를 종료한 ‘마인크래프트 어스’ 게임은 AR 아이템에 지리 정보를 적용해, 실제 현실에 마인크래프트 형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했다.
XR 기술은 본질적으로 CG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에 기반해 있기에 그 기술들이 좋아질수록 함께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XR이 널리 쓰이는 세계에 살고 있다.
앞으로 XR 기술은 어떻게 진화할까? 많은 XR 기술이 상용화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은 몰입형 가상현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VR 헤드셋 제작자들이 꿈꾸는 기기는 현실과 컴퓨터 그래픽을 자연스럽게 섞은 XR 세상이다. 더 작고 가벼운 XR 안경 또는 헤드셋을 이용해 현실 PC 모니터를 대신하여 무거운 PC가 아니더라도 가상현실로 떠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혹한기를 돌파하기 위해 XR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올해 6월에 WWDC에서 ‘Reality Pro’라는 이름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AR 글래스의 중간 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출시하기도 전부터 애플의 AR 글래스는 구식이 되었다는 말이 돌고 있다. AR을 기다리는 동안 AI혁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3년의 챗 GPT를 포함한 AI 열풍은 가히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또한 최근 애플 출신의 부부가 설립한 ‘휴메인’이라는 스타트업은 AI 및 사용자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는 신체 착용형 커넥티드 장치를 선보였다.
이 배지처럼 생긴 장치는 디스플레이가 없지만, 프로젝터가 내장되어 있어 손이나 물체를 올려놓으면 이미지를 투영할 수 있다고 한다. 근처의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으며, 음성과 제스처를 결합한 입력 방식을 사용하여 주변 물체에 정보를 투영해 표시할 수 있다.
AR 글래스보다 더 편리한 착용성에 더하여 AI 기반의 매우 개인화된 웨어러블이라는 점에서 매우 발전된 형태의 AR 기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AR 글래스는 이미 구시대적인 아이디어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여 봤을 때 현재는 단순 가상현실을 탐험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R 기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작고 가벼운 HMD나 안경 형태의 휴대가 가능한 기기로 발전하여 기기를 착용하고도 PC 사용이나 채팅이 편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다수 스타트업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AI에 액세스할 수 있는 인간 같은 개인비서를 통한 증강현실을 제공하는 AR 웨어러블이다. 결국 XR을 활용하여 기업이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기의 편리한 사용성이 중요하며, AI 등 여타 기술을 접목해 실용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된다.
Q1. 메타버스 상업 생태계가 완전히 조성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듯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부 자체를 해체하기까지 하는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는 결국 달성할 수 없는 허황된 꿈일까? 메타버스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메타버스 혹한기, 빅테크의 ‘XR(확장현실) 디바이스’ 돌파구 마련 : 주간동아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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