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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AI 결합이 가져올 미래

오픈AI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선보인 후, IT업계의 관심이 블록체인에서 인공지능(AI)으로 옮겨간 듯 보인다.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활황이던 2022년 초 거래액이 월 40억 달러를 넘나드는 수준이었으나, 2024년 현재는 그 1/4 수준인 월 1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되었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생성형 AI 솔루션 지출액 성장율은 같은 기간 IT 지출액 연평균 성장율의 약 13배 이상으로 나타나 생성형 AI 시장의 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제의 중심인 생성형 AI 역시 완벽하지 않다. AI가 내놓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으로 불리는 문제를 비롯해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생성된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등 AI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상호보완적 결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스마트 컨트랙트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이고,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더 쉽게 만든다. 한편, 인공지능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문제 및 생성형 AI가 갖는 주요 과제인 저작권을 비롯한 윤리적 문제와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특징과 결합 시의 시너지. 사진 출처: vitalik.eth.limo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은 분명히 다른 목적의 기술이다. 중앙 집중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생성형 AI와 달리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두 기술이 주로 응용되는 분야도 차이가 있다. 이처럼 다른 두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한계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블록체인을 돕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스마트 컨트랙트의 의사 결정을 돕는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외부 개입 없이 자동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해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미리 정해진 규칙과 데이터에 기반해 작동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은 분야에서 정확히 작동하기 어렵다. 여기에 AI를 활용하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갖는 이점은 유지하면서도 동적인 분야에 빠르게 대응하는 DApp 개발이 가능하다. ‘탈중앙화된 AI 플랫폼’을 선언한 코르텍스(Cortex)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DApp 개발자는 코르텍스에 업로드된 AI 모델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추가해 의사 결정 능력이 더욱 향상된 AI 스마트 컨트랙트를 만들 수 있다.


또, 인공지능은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고 빠르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출시된 생성형 AI 서비스 ‘MazzumaGPT’는 자연어로부터 스마트 컨트랙트 생성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Solidity, Plutus 코드를 작성한다.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에 활용 가능한 MazzumaGPT. 사진 출처: MazzumaGPT


이외에도 코딩 템플릿을 생성하고, 자연어 처리 기술로 현실의 문서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번역하거나 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등 블록체인 기반 DApp 환경 개발을 돕기 위한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된 상태이다. 




인공지능을 돕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모델 훈련을 위한 계산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기술이 발전하며 모델이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이러한 요구사항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GPU 품귀 현상이 발생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AI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진짜’ 데이터셋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AI로 생성된 콘텐츠 등 부적절한 데이터를 걸러내고 학습에 적절한 데이터셋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유휴 GPU를 활용해 컴퓨팅 리소스를 보다 합리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AI의 연산 부하를 여러 기기에 분산한다. 또, 블록체인의 신원증명 인프라로 진짜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구분하고, AI 모델 학습에 기여한 개별 사용자들에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형태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AI 모델의 지속 가능한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비즈니스 사례로 ‘알레시아 AI(Alethea AI)’가 있다. 알레시아 AI는 ‘iNFT(intelligent NFT)’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iNFT는 본인이 소유한 이미지 NFT를 학습시켜 대화가 가능한 캐릭터로 만드는 개념이다. NFT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자체 생태계에서 활용 가능한 토큰을 지급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며, 자신이 입력한 데이터로 캐릭터를 성장시킨다고 느끼게 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양질의 데이터를 회사가 직접 수집하지 않아도 얻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지난해 말 알레시아 AI는 지금까지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텍스트 프롬프트 입력으로 새로운 NFT 캐릭터를 생성하는 ‘캐릭터 GPT(CharacterGPT)’를 출시하기도 했다. 


iNFT를 만들고, 훈련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알레시아 AI. 사진 출처: 알레시아 AI


AI의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데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기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의 게재와 수정 이력을 기록해 위변조를 막고 원본증명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여러 자료를 조합해 결과를 생성하더라도 그 결과 도출에 사용된 데이터의 원본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의 영지식 증명을 활용한 ZKML(영지식머신러닝)도 AI를 위한 블록체인의 사용 사례 중 하나이다. ZKML은 AI 모델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특정 모델이 결과를 생성했다는 사실을 검증한다. 


올해 초 폭스 코퍼레이션은 온라인에서 콘텐츠 이용 현황을 추적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베리파이(Verify)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폭스는 AI가 이용하는 미디어 콘텐츠의 출처와 이용 기록을 인증하는 이 플랫폼을 앞으로 AI 기업들과의 콘텐츠 이용권 협상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은 AI가 생성하는 환각 및 편향 억제를 도울 수 있다. 모든 일을 작은 계약들로 나누어 기록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통해 AI 모델이 갖는 블랙박스 문제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변경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록으로 저장되어 AI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모델에서 편향이나 부정확성을 탐지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 버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캐스퍼랩스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AI 툴을 개발 중이고, 이는 모델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와 파라미터를 기록해 AI 신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밝힌 바 있다. 


블록체인과 AI 간의 시너지. 사진 출처: Yield App




마무리하며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겨둔 상태다. 실시간에 가까운 처리 속도를 요구하는 AI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매커니즘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두 기술이 처리 및 저장되는 형태도 달라 호환성을 고민해야 한다. 중앙집중식과 탈중앙화라는 거버넌스 모델의 근본적 구조와 사용자들이 인식하는 접근성의 정도 역시 두 기술이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두 기술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AI 결합 관련 주제로 발표된 연구 논문 수. 사진 출처: Dimensions.ai


두 기술의 통합은 효율성 향상, 투명성 증대,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 제공이라는 혁신적인 성장 잠재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특정 기술이 단일 지배하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어 만들어낼 시너지에 주목해보자. 





작성자: ITS 25기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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