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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퍕 Aug 22. 2024

엄마의 옷을 짓다

언제부터인가 길을 가다가 어르신들의 옷차림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그 연배의 친정엄마가 계시다. 기념일마나 옷사입으시라 용돈도 드리곤 했지만, 아시다시피 잘 안 사 입으신다. 그러다 혹 사 입으셔도 좀 이상한 옷을 비싼 가격에 사 입으시는 재주가 있으시다. 그래서 오가며 눈에 띄는 예쁜 것들이 보이면, 하나 둘 사다 드렸는데, 결과는.... 여기가 맘에 안 드네, 저기가 맘에 안 드네이다. 다시는 안 사준다 하면서도 어느새 어르신들의 옷차림을 살피게 되는 이유가 그 까닭인 것 같다.


그런데, 가만 관찰해 보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꽃무늬 들어가는 옷들을 좋아하신다는 거다. 잔잔한 꽃에서 크고 화려한 다양한 꽃들이 컬러풀한 그런 옷들을 대부분 좋아하신다는 거다. 더불어 그 옷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하신다는 것이다. 참! 이해가 갈 듯 말 듯 아리송송하다.


그러던 차에 엄마가 어릴 때, 우리들 옷을 뜨개질로 떠 주시곤 했던 것이 생각났다. 어떤 때는 마음에 들 때도 있었고, 안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입고 있으면 왠지 따뜻함과 든든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도 이참에 엄마 옷을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색상의 레이스 원단을 골랐다. 몇 가지 구입한 레이스 원단 중 하나로, 겉보기 하고는 다르게 원단이 매끄럽고 촉감이 우아하고 부드럽다.





< 제작 스케치 노트>


원단 : 레이스 3마

상의: 목둘레 8cm + 시접 2cm가  있는 쉽게 걸쳐 입을 수 있는 재킷형식.

치마: 허리 심지부착, 치마길이는 78~80cm.

라운드 티 :  여분의 원단으로 안에 받쳐 입을 수 있는  배색 반팔티.

코사지: 동백꽃모양 코사지






스케치대로 될까???



비전공자인 내가, 게다가 재봉틀 배운 지도 얼마 안 된 내가 가능할까? 스스로 의구심도 들었지만, 너투브를 보며 이리저리 연구를 해봤다. 결국, 어떻게든 옷은 만들어진다.

문제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한 땀 한 땀 조심조심 박음질하고, 그 부분을 다림질해 주는 과정을 많이 반복할수록 예쁜 옷이 완성되었다.

재킷도 완성하고, 고무밴드를 넣은 주름치마도 완성하고, 흰색에다 레이스를 덧대, 안에 받쳐 입을 배색 라운드티도 만들었다.


다 완성하고 보니까 실물이 본의 아니게 차이나풍이다. 칼라가 그래서 그런가!

남은 여분의 자투리원단으로, 코사지도 만들었다. 실물이 훨씬 예쁘긴 한데 사진이 좀 안 나왔네...

이 옷 입고 짜장면 먹으러 가야 하나? 웃음이 났다.


최종적으로 완성해놓고 보니, 어설픈 솜씨로도 옷이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고,  또 신기할 뿐이다.

색이 강렬해서 일상 속에서 입기는 그러시겠지만, 어디 모임에 입고 가시기는 멋있을 듯했다.


이걸 받아 본 엄마의 반응은 이건 여기가 불편하고, 여기는 어떻고... 완전 '까다로운 고객님'이셨다.


"칫! 다시는 안 만들어줄 거야! 맘 다 상해버렸어!"


아! 역시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한소리했다.


"엄마! 그래도 엄마는 나 같은 딸 둔 걸 영광으로 알아야 돼!"


이렇게 스스로 치하하며...



딸의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이 옷을 한 번씩 쓰다듬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나를, 그리워하고 계실 것임을 나는 안다.


부디, 아프시지 말고, 건강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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