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관광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 있다. 포르투갈의 시인이자 작가인 '페르난두 페소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베르트랑', 건너편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의 동상, 그리고 묘가 안치되어 있다는 제로니무스 수도원까지 여러 번 그의 이름이 언급되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고 그의 생가(Casa Fernando Pessoa)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생애 70개가 넘는 이명(異名, Heteronym)으로 130여 편의 산문과 300여 편의 시를 발표했다는 페소아. 생전에는 '메시지'라는 시집 한 권을 출간한 게 다였으나 사후 발견된 그의 엄청난 양의 글들이 현재까지 분류 및 출판되고 있다고 한다.
페르난드 페소아 초상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페소아의 책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리딩 룸 그리고 기념품 숍 옆의 라이브러리 페소아가 사용했다는 타자기와 이북으로 만나는 그의 시들 엄청난 집필량을 보여주는 전시와 그의 유명한 문구들 중 하나.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다음 리스본 문화인은 주제 사라마구이다. 우리에겐 '눈먼 자들의 도시'로도 잘 알려진 노벨상 수상 작가. 페르난도 페소나도 시와 글을 썼지만 생업은 무역서신 번역이었다고 하는데 주제 사라마구도 전업 작가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용접공으로 사회생을 먼저 시작했고 20년 가까이 글을 쓰지 않고 있다가 40세 후반에 펴낸 시집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61살에 유럽 최고 작가가 되었으며 70세에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사라마구. 그의 유골이 뿌려졌다는 은행나무에는 ‘지구에 속해 있어 별들 속으로 올라가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마지막은 세계 최고 석유 재벌 굴벤키안의 개인 소장품이 전시된 미술관이다. 평생 6000여 점을 웃도는 작품을 수집했다는 굴벤키안. 런던 내셔널갤러리와 대영박물관에 수집품들을 대여했음에도 작품들이 남아 집을 가득 채웠을 정도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개인 소장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컬렉션들이 이어진다. 굴벤키안은 무슨 연유로 리스본을 마지막 소장품을 공개처로 정했을까? 찾아보니 친구의 초청으로 우연히 방문하게 된 리스본에서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세계대전 시 두 국가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커 리스본이 최종 선택지가 되었다고 한다. 전시도 전시지만 건물과 공원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방문객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도서관 허락을 구하고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봤다. #포르투갈#리스본#페르난두페소아#주제사라마구#굴벤키안#CasaFernandoPessoa#CasadosBicos#CalousteGulbenkian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