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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키 Jul 13. 2024

여러 번 길을 헤맸던 리스본 여행 4일 차

리스본 여행 4일차. 오늘은 벨렘 지구에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구글맵을 찍고 코르메시우 광장으로 걷고 있었다. 언덕이 대부분인 리스본에서는 언제 어디든 관광지 전망대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날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걷다 엉뚱하게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 다다르게 됐다. 엉뚱한 곳에 왔지만 그곳에서도 벨렘 지구에 가는 버스는 탈 수 있었기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반대 방향 버스를 탔다. 평상시라면 엉뚱한 곳에 도착한 것도 반대 방향 버스를 탄 것도 짜증을 낼 법 했지만 덕분에  보게 된 기대치 않았던 색다른  풍경과 동네들을 지나면서 계획한 목적지는 아니지만 그날의 여행이 이미 시작된 것 같았다. 

예정된 시간을 한참 지나 도착한 벨렘지구 하늘은 흐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오늘은 비 예보가 없어 우산도 안 챙겨왔는데.. 별일 없겠지? 본격 투어 전 줄이 길다는 파스테이스 드 벨렘을 먼저 가 본다. 날이 흐려 그런가 3분 정도 대기 후에 바로 내부 입장. 공간이 굉장히 넓었다. 수도원에서 계란 흰자로 옷을 다리고 남은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한 지책으로 시작되었다는 나타. 원조인 이곳에서는 위에 시나몬을 뿌려서도 많이 먹길래 동참해 봤다. 확실히 한국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 보다 맛난다. 패스트리는 바삭했고 크림은 입에서 바로 녹는다. 곁들인 커피 크림도 합격! 오전의 뜻하지 않은 방황을 짧은 웨이팅과 맛난 디저트가 힐링해 주는 것 같았다. 

리스본 건축물 중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제로니무스 수도원. 대항해 시대를 이끈  탐험가'바스쿠 다가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누엘 1세가 지은 곳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든 건 물론 건축에만  50년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압도적인 스케일에 감탄에 감탄이 이어지는 곳. 흐린 날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튀어 객들의 줄이 끝없이 이 이어진다.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압도적인 외관만 봐도 만족스러워 웠기에 내부 투어 대신 발견 기념비로 가본다. 

포르투갈 여행을 하다 보면 마치 세계 여러 국가를 방문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벨렘 지구에서 보이는 물결무늬 바닥 타일이나 425 다리를 보니 마카오와 샌프란시스코가 생각났다. 마카오야 식민지였으니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언덕길, 트램, 425 브리지와 샌프란시스코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긴 하다. 같은 걸 봐도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포르투갈. 그래서인지 이곳 관광지에서는 관람시간이 길어진다.


벨렘 지구 투어를 마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택시를 잡아탔다. 우버를 탔을 때만 생각해 현금이 안 되는지를 몰랐던 터라 근처 ATM을 부랴부랴 찾았는데 웬걸 해당 기기는 인출이 안 되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해 현금 지불을 하긴 했지만 현금이 없다는 사실, ATM 기기에서 인출이 안 된 것, 마지막으로 묵고 있는 숙소 1층이 유명한 브런치 집이라 이름만 알려줬는데 알고 보니 체인이라 다른 곳이 어사 다시 방향을 틀어 기사님과 실랑이가 있었다. 이 주소가 진짜 맞냐. 택시비 지불할 수 있냐 등등.  아침저녁으로 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택시비는 잘 지불되었고 기사님은 잔돈 1유로 (포르투갈은 팁 문화가 없다)를 팁으로 받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떠나 셨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감상적이 될 때가 있다. 이날도 하루를 돌아보는데 꼭 인생 같았다. 내가 가려던 길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좋았고 얻은 것이 많았던 때도 있었고 계속 방향을 잃고 함께 하는 사람과 실랑이도 여러 번 하면서 이게 될까 싶다가도 결국 마무리가 되는. 저녁 9시가 되도록 해가 지질 않는 리스본. 오늘 야경 감상은 숙소에서 보이는 뷰와 이 감상으로 대신해 본다. 


#포르투갈#리스본#벨렘지구#제로니무스 수도원#베라르두 현대 미술관#벨렘탑#파스테이스 드 벨렘#발견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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