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턴
그렇게 조금씩 그 동기의 행실이 거슬리던 어느 날, 디자인팀 워크숍에서 일이 일어났다. 왁자지껄했던 1박이 끝나고 아침이 되자, 주인아주머니가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먹을 사람들은 지금 내려오라고 말하였다. 이에 몇몇은 해장해야 한다며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불에 누워 하하 호호 어제의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 있었다.
그때, 매사에 적극적인 김 과장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미안한데, 우리 버스 시간이 좀 타이트해서 미리 정리 좀 할까?” 라며 말하였다. 이에 바닥에 누워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일어나 분리수거와 설거지를 시작했고, 그도 술병들을 박스에 담으며 지난밤의 흔적을 정리했다. 그때, 그 동기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꽂혔다.
그 시끄러운 와중에 이런 말은 왜 이리도 잘 들리는지 설마? 하며 그녀 쪽을 보자 그녀는 이미 살금살금 눈치 보며 신발장을 향 해 가고 있었다. 평소에도 아니꼽게 봐서일까? 아니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이라 잠시 회사라는 것을 잊었던 것일까? 정의감에 불타오른 그는 현관에서 신발 신고 있는 그녀에게 “개념 없는 건 알겠는데 쓰레기 정도는 버릴 수 있지?” 라며 묶어놨던 쓰레 기 봉투를 얼굴을 향해 던져버렸다. 짜증이 난 그녀는 “왜 시비야? 누가 너보고 치우래?” 라며 오히 려 화를 냈지만, 그는 그녀의 손에 쓰레기를 다시 쥐여주며
라며 경고를 날렸다. 그제야 사태가 파악됐는지 그녀는 구시렁 거리며 쓰레기를 들고나갔고 그는 그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다 202 시 청소를 시작했다.
체크아웃 후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안 “저희 밥 다 먹고 같이 치 우시지... 고생하셨죠” 라며 선임들 앞에서 거짓말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는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하지만 신경 써봤자 나만 화나지 생각한 그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애써 무시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회사 앞 로비]
그는 사람들에게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인사를 나누고, 쉬고 싶은 마음에 후다닥 지하철로 뛰어갔다. 그때 저 멀리서 그녀가 그를 부르며 따라왔다. “뭐지..? 사과하려나?” 싶었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아직 분이 안 풀린 듯한 목소리로 “난 너같이 나대는 애들이 싫어” 라며 쏘아붙였다. 이제 아주 막 가자는 거구나 느낀 그는 “그래? 나도 똥꼬 빠는 애들이랑은 안 맞던데, 그럼 그냥 꺼져줄래?” 라며 버스에서부터 참고 있던 말을 뱉었다.
팩트 폭격에 할 말 없어진 그녀는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반대편 플랫폼으로 갔고, 1박 2일의 워크숍은 이렇게 끝이 났다. 끝까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쟤는 사람들이 저런 모습을 진짜 모른다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저러는 걸까? 그가 그토록 오고 싶었던 회사에서 거르고 걸러 뽑은 애가 저런 애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