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6
문명이라는 일종의 가상세계를 건설하며 살고 있는 우리 인류가 간과하고 착각하기 쉬운 대상이 어이없게도 우리 자신의 모습이며 실체이다.
문명은 말과 글이라는 상징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의미를 찾아가고 그 의미가 모여 집단을 구성하고 집단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사회가 커지면 국가라고 하는 이념 공동체가 완성된다.
따라서 국가는 엄밀한 의미의 이념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가치관을 하나로 모으고 단합과 단결을 유지하는 나가 모여서 만든 나라는 흥하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갈등하는 나가 모인 나라는 망하고 마는 국가의 흥망성쇠는 오롯이 단합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나라를 반토막 또는 사분오열 시키려는 세력의 발호를 극도로 경계하면서 그들을 이적 세력으로 간주하고 척결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 속의 인간으로서 우리는 관계와 의미 그리고 가치관과 이념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살고 있지만 고개를 돌려 자연을 둘러보면 지구생명의 일원으로서 생식하고 번식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존재로서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다.
지구환경에서 생존하는 생명으로서 우리는 불로불사의 원시 세포가 산소화된 지구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를 받아들임으로써 에너지를 33배 증폭시키고 혐기성 세포인 정자와 호기성 세포인 난자가 생겨나고 정자와 난자의 결합인 생식을 통해 대를 이어가고 번식을 통해 번성한 존재이다.
이처럼 우리 인류 생명의 토대는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통해 내려왔고 산소화된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호기성 세포와 혐기성 세포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킴으로써 생식과 번식에 이은 생존을 도모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세포가 정자와 난자세포인 것이다. 세포 내 해당계 공장이 율속반응인 정자세포는 사정하고 배출되는 즉시 머리를 난자라고 하는 골인지점을 향해 꼬리를 죽을힘을 다해 흔들며 질속을 유영하며 달려가 배란된 난자를 파고 들어가는 정자의 여행은 오로지 1등을 해야 수정되는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경주이므로 한가하게 산소를 들이마셔서는 안 되는 혐기성 세포의 영역인 것이다.
죽기 살기로 달려온 1등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수정란이 수란관을 통해 난할을 거듭하며 자궁에 이르면 착상이 되고 임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명의 신비는 혐기성 세포인 정자가 호기성 세포인 난자를 향해 달려가 온갖 난관을 뚫고 수정이 되면서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통해 생명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산소화된 지구에서 생존을 허락받는 것이다.
지구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자연이라는 실상을 넘어서 세상이라는 가상을 만들어 사람에서 인간으로 변해 가면서 자연과의 관계보다 인간 간의 관계가 더욱더 중요한 세상을 사는 인간에게 자연의 의미가 여전히 중요하며 결정적 순간에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은 일종의 인생의 도박인지도 모른다.
생명은 생식하고 번식하면서 대를 이어 지구환경에 적응한다. 지구상 생명의 일원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도 창세기 1장 22절의 말씀과 같이 모든 생명에게 부여된 말씀, 생육하고 번성한다. 그러나 지구상의 다른 생명과 달리 호모사피엔스는 농업혁명을 통해 자연이라고 하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자연으로부터는 생식과 번식을 통해 육적 생명을 얻었다면 농업혁명 이후 만들어진 세상으로부터는 폭발적 성장을 통해 영적 생명을 얻었고 영육을 합쳐 생육과 번성을 독차지하게 된 것이다.
낳았으되 소유하지 않고, 길렀으되 간섭지 말라(生而不有, 長而不宰).” (<노자> 제51장)는 생식과 번식이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이며 지구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을 키워내는 자연의 소리라면, 관계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통해 가치관과 이념을 구현하는 세상 속의 영적 존재로서 우리 인간은 늘 영육 간의 갈등하는 존재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길로 한 발자국 걸어 들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