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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by 윤해



2024.08.25

요사이 언론이나 뉴스도 거의 듣지도 보지도 않고 있지만 그래도 힐긋 쫑긋 보이고 들리는 것은 세상 속에 속한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리라 짐작해 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이 내뿜는 희로애락 오욕칠정 안에 갇힌 인간은 감정과 이성이라는 액셀과 브레이크가 장착된 자동차에 올라타 인생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도로를 운전대 만을 부여잡고 내비게이션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에 의지하여 나름의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 자신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 윤극영 선생이 21살 때인 1924년에 지은 이 '반달'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이자 노래로 독립운동을 했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일제치하의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만주까지 널리 사랑받고 불렸으며 가히 은하수, 반달, 달나라 옥토끼와 계수나무, 하늘과 구름 그리고 샛별(금성)까지 등장하는 세상에서 가장 우주적 동요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뜬금없이 윤극영 선생의 반달의 가사를 소개한 것은 어린 시절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이 불렀던 동요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것이며 우리의 처지가 무엇이며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가를 알려주는 노래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가 마음은 은하수를 건너 구름나라를 쪽배를 타고 건너는 여행자이지만 육신은 지구라는 환경에 갇혀 오늘도 연시매최 희휘랑요(年矢每催曦暉朗耀)한 세상에서 분투노력하고 좌충우돌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자동차를 모는 심정으로 운명을 헤쳐 나가지만 그 도로 자체도 비포장길도 달려야 하고 아스팔트 길도 지나야 하지만 무엇보다 꼬불꼬불 산길은 물론이고 다리를 통해 내도 건너고 강, 나아가 바다까지 가로지르다 보면 차바퀴는 너덜너덜해지고 운전대는 잘 돌아가지 않고 무엇보다 액셀과 브레이크는 뻑뻑해져 구분도 모호해질 무렵 우리는 인생길을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려와 이 분 저분이 아니고 여러 분 중에 그분도 아닌 홀가 분이 되어 육신은 먼 길을 달려와 너덜너덜해졌지만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시몬스 침대의 카피가 귀에 쏙 꽂히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세상의 명령이라면 홀가분하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 내리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인생은 하루 중에도 운명으로 움직이고 숙명으로 잠드는 것처럼 일생도 움직여야 할 때가 있고 홀가분하게 털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침대에서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우리의 인생이 희비쌍곡선으로 꼬이는 이유도 이 때를 모르는 철부지 행동 때문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도 그동안 살아왔던 관성과 오래된 습관 때문에 그리고 욕심이 앞을 가려 결국 홀가분해지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삼라만상이 춤을 추는 세상을 어찌할 수는 없고 운명과 숙명이 교차하는 희비쌍곡선에 따라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쪽배를 타고 은하수를 건너갈지라도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경지까지 가 본다면 비로소 제대로 산 인생이 아닐까 사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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