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살아있는 크레셴도’
나는 그날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음악은 누군가가 듣는 순간, 비로소 살아난다는 것.
그날의 라흐마니노프는 무대 위의 연주자들만이 아니라 그 음악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느낀 '살아있는 크레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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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안녕하세요, 조윤미의 크레셴도, 피아니스트 조윤미입니다.
오늘은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공연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두 무대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025년 1월 31일, 독일 쾰른 필하모닉홀.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WDR 심포니 오케스트라, 크리스티안 머 첼라우의 지휘로 이루어졌던 무대죠.
그리고 두 달 뒤, 3월 6일. 미국 카네기홀에서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있었습니다.
이 공연에서는 1악장 초입,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사이의 미묘한 시간차가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죠.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을 듣고 보시면서 마음을 졸이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날의 ‘숨결’이 담긴 순간들을 함께 느껴보려 합니다.
실시간 댓글과 함께, 방구석 1열에서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느껴보는 시간!
자, 그럼 조윤미의 크레셴도, 지금 시작합니다!
� 2025년 1월 31일 -독일 쾰른 WDR 심포니 오케스트라 / 지휘 크리스티안 머 첼라우
https://youtu.be/-yFRV8 WX0 Bw? si=fwuerPLaNH3 D5 Qyh
조윤미: 저는 쾰른 공연의 음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와, 라흐마니노프가 이렇게 편안하게 들릴 수도 있구나.”
특히 1악장 제2 주제의 흐름이 참 좋았습니다. 낭만적인 서정 속에서도 내면의 여백이 살아 있었죠.
감정이 넘치기보다, 음악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며 흐르는 느낌이었어요.
민애: 맞아요.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연주 사이에 긴장감보다는 안정감이 더욱 컸어요.
지훈: 저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1악장 제2 주제 부분이 어떻게 좋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조윤미: 네, 악보를 보시면서 함께 이야기해 볼게요.
� 자유로운 간격감(인터벌)과 내면의 여유
https://youtu.be/-yFRV8 WX0 Bw? si=fwuerPLaNH3 D5 Qyh
수현: 악보에 저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니까 확 느낌이 오네요.
조윤미: 그렇죠. 이 부분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의 제2 주제 선율이 흐르고 있는 부분이에요.
보시면,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왼손의 저음과 오른손의 코드 사이의 간격을
정확히 박자에 묶지 않고, 마치 시간의 결을 느끼듯 유연하게 풀어냈어요.
그 덕분에 선율이 한층 더 자연스럽고, 음악 안에 ‘쉼’이 스며든 듯 들렸죠.
정말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소리가 펼쳐지더군요.
민애: 어쩐지... 쾰른에서의 연주를 들을 때 마음이 참 편안하고 여유로웠어요.
오늘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지훈: 맞아요. 아마도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마음이 그러했겠죠.
조급하지 않고, 음악 속에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마음이 그대로 연주에 스며들어 우리에게 전해진 것 같아요.
‘평온한 쉼
숨 쉬듯 자연스러운 균형’
수현: 두 달 뒤, 3월에 카네기홀에서 있었던 협연은 쾰른 공연과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처음 오케스트라와 함께 시작할 때, 지휘자와의 템포나 호흡 차이 때문이겠죠?
민애: 맞아요. 그때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마음속으로는 ‘어쩌지...!’ 하고 생각했죠.
조윤미: 네, 바로 3월 6일,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미국 카네기홀에서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날이에요!
혹시 “무슨 일이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악보를 준비했어요.
같이 한 번 보실까요?
� 2025년 3월 6일 -미국 카네기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지휘 안토니오 파파노
https://youtu.be/GMJh6 P-OtqI? si=8 PwGEX1 TxSxNE3 Eb
조윤미: 여기 악보에 빨간색으로 표시해 둔 부분 보시면요.
피아노 솔로로 종소리 같은 코드 진행이 끝나고, 1악장의 제1 주제가 오케스트라에서 시작되는 곳이죠.
바로 이때,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잠깐 엇박자가 생겼죠.
지훈: 엇박자... 대충 감은 오는데, 정확히 뭔가요?
조윤미: 쉽게 말하면, 음악에서 박자가 서로 어긋나는 거예요.
민애: 아! 꼭 서로 말이나 마음이 맞지 않을 때랑 비슷하네요?
조윤미: 맞아요. 일상에서도 그렇게 넓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 순간이 음악에서도 살짝 생기면, 오히려 귀에 쏙 들어오기도 하거든요.
수현: 그러니까요. 그 부분 들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듣는 저도 깜짝 놀랐는데, 실제로 연주한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지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네요.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협연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떤 기분이에요?
조윤미: 어우, 만약에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정말 난감했을 것 같아요.
그 짧은 몇 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질지..
손끝은 그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머릿속은 새하얘지고!
마음속에선 그저, ‘제발 다시 맞춰지길’ 하고 기도하듯 바라게 될 거 같아요.
저는 무대에서 실수를 워낙 많이 해서요. (웃음)
민애: 그게 바로 연주자의 시간이자,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수현: 1악장 시작부터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이렇게 되면 연주 전반에 영향이 가나요? 어때요?
조윤미: 네, 저라면 아마 그날 연주는 사실상 망친 셈일 거예요. 하하.
그 정도의 변수는 무대에서 큰 충격이 되거든요.
그런데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훨씬 감정이 절절하고도 생생한 터치로 3악장을 이끌어갔어요.
그래서인지 그 연주가 주는 쾌감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카네기홀 무대에서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특히 3악장은 그날의 절정이자 가장 빛났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3악장!
절정이자 가장 빛났던 순간’
지훈: 3악장이 가장 마음에 드셨군요?
조윤미: 네, 마치 서사시의 마지막 장면처럼, 장엄하고 뜨거운 승리의 에너지랄까요.
특히 2 주제의 감미롭고도 아련한 감정을 표현할 때 정말 ‘살아있음’ 그 자체를 느꼈습니다.
민애: ‘살아있음’이라...!
수현: 와! 정말 대단해요.
1악장에서 생긴 변수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3악장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연주로
우리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다니요!
조윤미: 그러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느낀 ‘살아있음’은 단순히 빠르거나 큰 소리 때문이 아니라,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지금 연주하고 있는 음악 그 자체에 완전히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살아있음’
지훈: 선생님께서 그렇게 느끼신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알고 싶어요.
조윤미: 좋아요, 그럼 악보를 보면서 그 살아있음 속으로 함께 빠져들어가 볼까요?
� 러시아 민요가 울듯이
https://youtu.be/GMJh6 P-OtqI? si=8 PwGEX1 TxSxNE3 Eb
조윤미: 이 부분입니다. 3악장 제2 주제의 멜로디죠.
특히 제가 표시한 체크 부분 앞뒤로,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미묘한 강약의 변화를 주었어요.
체크 표시 전의 마디에서는 살짝 솟아오르는 듯한 음으로 긴장감을 만들고,
그다음 마디에서는 하행 선율을 사라지듯 조용히 연주했죠.
이 대조가 마치 말로 다 할 수 없는 서사를 내포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민애: 아, 그렇군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마음 구석구석을 두드리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들려주는 것 같아요.
조윤미: 맞아요. 게다가 그때 페달을 살짝 길게 사용하면서 잔향 속에 슬픔이 스며들 듯 한층 더 깊은 여운이 만들어졌죠.
수현: 아, 그래서였군요.
그 부분을 들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찡했어요.
슬픈데도 따뜻하고, 아픈데도 아름다운... 마치 그의 피아노가 사람의 숨결처럼 느껴졌달까요.
조윤미: 그리고 제가 또 ‘살아있음’을 느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방금 보신 주제가 마치 서사시의 마지막 장면처럼 장엄하게 표현되고 있는 부분이에요.
뜨거운 승리의 포효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죠.
바로 3악장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제 악보를 함께 보시죠.
�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https://youtu.be/GMJh6 P-OtqI? si=8 PwGEX1 TxSxNE3 Eb
지훈: 아, 드디어 3악장의 하이라이트네요. 저 이 부분 너무 좋아합니다!
민애: 저도요.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해방의 눈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조윤미: 와, ‘해방의 눈물’이라니!
민애님, 정말 멋진 표현이에요.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수현: 저도요.
‘해방의 눈물’이라는 말이 딱 와닿아요.
슬픔 속에서 뭔가 결심하고, 다시 일어서는 느낌이랄까요.
‘해방의 눈물’
조윤미: 맞아요.
음악은 점점 거세지고, 모든 에너지가 한 점으로 모이듯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를 향해 북 돋워주고 있죠.
그 속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터치는 강렬하지만 소리는 결코 거칠지 않았어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울림 속에서도 그의 피아노는 끝까지 ‘하나의 노래’로 남아 있었습니다.
슬픔, 기쁨, 환희...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이며 결국 그는 ‘살아있음’ 자체를 연주했던 것 같아요.
“살아있음이란, 멈추지 않는 진심의 떨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