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교사 행동에 맞서는 학부모의 경험

by 김인경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고, 1주 일밖에 안 된 상황에서 담임 선생님과 상담한 내용이다. 녹음 파일을 다시 들으면서 이 글을 정리하는데 자기 멋대로인 담임 선생님의 인격이 보였다. 마음이 무겁다.

담임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저렇게까지 아이한테 함부로 대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부모들은 왜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들 또한 막말을 항의 없이 무덤덤하게 듣고만 있다는 게 이상했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공부하기 싫으면 목매달아 죽어라. 내가 목줄 가져다줄게. 좆 같으면 과중 때려치워라. 라는 말은 물론 종례 조례 때마다 시발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반 분위기를 잡는 것 같은데.

그런 말들을 듣고도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나? 우리 아들만 이상한 건가? 만약 자신들의 부모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고민이 많았다. 담임이 함부로 말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계속되는 담임과의 통화에서 알게 되었다. 충격적이었다. 고등학생들이 집에 가면 부모님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했다. 아이들이 왜 부모와 대화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고등학생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만 한다. 오직 성적에만 신경을 쓴다. 공부하는 데 불편함 만을 해결해 주려고 한다. 다른 집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만 한다. 그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직장맘이 아닌 주부인 엄마들은 대부분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아이의 스케쥴까지 관리 한다. 부모들은 아이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자식을 보살핀다. 아이들은 정성스러운 부모에게 숨 막혀한다. 부모가 말을 걸어도 단답형 대답 정도로 간단히 끝내려고 한다. ‘나도 이러한 부모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 동생은 연세대학교 불어학과를 나와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 동생은 나를 만날 때마다 신기해했다.


언니는 왜 아이들 학원을 거의 안 보내요? 아이가 고3인데 이렇게 저와 밖에 있어도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아이가 고 3인 거와 내가 너를 만나는 게 무슨 상관이 있어?”라며 나는 신기해서 물었다.


“언니! 저는 엄마가 연대 보낸 거예요. 아마 집 2채는 학원비 과외비로 날렸을 거예요. 엄마 주위 사람들은 다 그랬어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간단히 먹고,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주세요. 학교 끝나면 데리러 오세요. 그리고 여러 학원에 데려다주세요. 학원 끝나면 엄마가 학원 앞에 기다렸다, 차에 타면 도시락을 주세요. 그거 먹고 집에 오면 과외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딴 세상 이야기를 듣는 거 같았다.


“우리 동생 정말 착했구나! ‘스카이 케슬’을 보는 것 같다야. 그걸 다 받아들였어?”라고 묻자,

“언니. 내 주위는 대부분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다녀요. 언니가 이상한 거예요.”라며 나를 걱정했다.


“그러면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났어?”라고 묻자,

“거의 1~2시쯤 자요. 그리고 6~7시 사이에 일어나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하는 동생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그러면 죽어. 몸들이 약해. 잠은 8시간 이상 자야 하고, 난 주말엔 12시 넘어서까지 자도 깨우지 않아.”라고 웃으며 말하자, 황당해했다.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자기야. 그렇게 공부시켜 준 엄마에게 감사해?”라고 묻자,

그래도 연대 같잖아요. 못 간 아이들도 많아요. 우리는 성공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동생이 그리 생각하면 다행이네. 엄마에게 잘해. 근데 그렇게 해주는 엄마가 학창 시절에 좋았어?”라며 궁금해하자,

엄마와 대화 거의 안 했지요. 차보면 타고, 주면 먹고, 그냥 스케쥴대로 움직인 거지요.”라며 힘들었음을 좋게 표현했다.


만약 언니 딸이 “중앙대·경희대·외국어대·시립대” 이상 들어가면 언니는 2억 이상 번 거예요.”라며 딸에게 칭찬 많이 해주라고 했다.



이렇듯 초등학교부터 자녀들에게 공부만을 강조한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아들이 간 과학 중심 반도 은평구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임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어떤 말을 해도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불만을 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사 말했다고 해도 나처럼 항의 전화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항의 전화가 와도 대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거의 1편 정도에서 부모들은 담임 선생님께 잘못도 없으면서 사과하고 전화를 끊는다. 혹시나 자식에게 피해가 올까 두려워서다.



소극적인 아들을 키우면서 “내 멋쟁이 아들! 아들 성격에 공부라도 잘 하지 않으면 취업하기 힘들어.”라고 엄마인 나 또한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공부가 정말로 중요한 걸까?’라는 의문을 자주 갖는다.


하지만, ‘공부 방법도 모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들에게 내가 너무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죄책감도 가끔 느낀다.




학원을 안 보내는 이유도 있다. 아무리 작은 학원이라도 10년 동안 학원을 운영했었다. 많은 아이를 보았다.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 보내는 학원은 아이도 곤욕이고, 부모는 속만 탄다.


비싼 돈 들여 귀한 시간을 학원에서 공부시켰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식에게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이 먼저 나오게 된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미안함에 말 못 하는 자녀의 침묵 속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아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 나와 유대관계가 무너지는 게 더 무섭다.




다행히 우리 아들은 누나를 멘토처럼 따른다. 나에게도 거의 화를 내지 않지만, 누나에게는 맹목적이다. 누나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기분 좋게 한다. 나는 그것을 이용했다. 봄 방학 때 딸에게 알바를 요구했다. 아들 학원비를 줄 테니 동생을 가르쳐 달라고.


딸은 엄마가 갑자기 대학에 갔으니, 용돈은 벌어 쓰라며 하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들을 데리고 문제 푸는 모습을 보았다. 일류 강사급이었다. 설명도 마음에 들었다. 공부 방법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안 해서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가르치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대학, 대학원을 다니며 교수님들에게 인정받았고, 학원 하면서 학생과 부모들에게 확인했다. 내가 딸을 인정한다.



딸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라”며 아들에게 공부할 분량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성적이 안 좋게 나오자, 이제 딸이 나서주기로 했다.


나는 그들을 믿어 준다. 어린 자식을 믿는다는 것이 부모로서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믿어 주지 않고 조바심 내면, 아이들도 나를 믿지 못한다.

이번 학교 담임 선생님과 통화에서 느낀 건, 부모와 자녀의 유대가 좋지 않다는 걸 이용해 학생들에게 막 말을 한 선생님이 치졸했다. 내가 끝까지 굽히지 않고 학교에 간다고 하자, 눈치 빠른 선생님의 태도가 바뀌었다.


학기 초, 아들의 학교 문제를 통해, 나는 부모의 역할과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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