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상담 : 치졸한 담임 교사의 변명(5)

by 김인경


학교는 성장의 요람이자, 때로는 갈등의 현장이다. 담임과 계속되는 상담에서 첫인상이 중요성을 실감했다. 담임 교사의 눈에 비친 우리 아이는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가난에 찌든 문제 있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의 시선은 아이의 겉모습에 머물렀고 상담 전반에 걸쳐 나에게도 똑같은 감정이 보였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듯이.


계속적이 논쟁에 선생님은 심각성을 인지 했는지 대화가 다소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무시와 깔보는 것을 버리지는 못했다.




“선생님! 종례 조례 들어가셔서 ‘시팔’이라는 단어 많이 쓰세요?”라고 묻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니라는 거

짓말을


이건 아이들과 라포 형성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요. 험한 단어는 써요 솔직히. 항상 FM대로 모든 인과 관계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 어머니 사회생활 하셨으니까 잘 아실 거 아니에요?”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학교는 교육하는 장소이다. 학생이 욕하고 험한 말을 쓰면 막아야 하는 게 선생님이다. ‘교사가 막말을 아이들에게 하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는 이 선생님이 제정신인가?



“FM이 정도가 있는 겁니다. 종례 시간에 들어가셔서 입학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아이들에게 욕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됩니다. 농담이라고 하시는데 이런 말을 학부모님들 모아놓고 이야기해 보세요. 이해할 학부모가 얼마나 되나?”라고 차분히 말하자,


“제가 어떤 욕을 했다고 하던가요?”라며 지금까지 대화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시팔’이란 단어 많이 쓰신다면서요?”라고 다시 말하자,

“‘시팔’이란 단어 쓰지 않아요. 그런 단어 안 씁니다.”라며 조용히 여러 번 강조했다. 비꼬는 듯한 말투는 없어졌다.


“그런 욕은 하신 적 없었던 건가요?”라고 다시 묻자,

“‘시팔’이란 단어는 쓰지 않고요. ‘공부 안 하면 죽일 거야’ 이런 말 한 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라며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공부 안 하면 죽인다’라는 말 속에 지금까지 부정한 모든 말들을 인정한 것으로 들렸다. 담임이 인정한 이상, 나도 더 이상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 내 목적은 담임과 아들이 잘 지내 편안한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는 거다.


과학 중심 반은 3반으로 구성되어 3년간 뺑뺑이다. 한번 찍히면 학교는 지옥이 된다.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3년을, 처음에 잘못 끼운 단추를 그대로 나 둘 순 없다.



아이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게 겁난다고 했어요. 아들딸을 키우면서 이런 전화를 해본 적도 없었고, 아이들도 학교 가기 싫다고 한 적이 없었어요. 저도 교육계에 있었던 사람이라 별별 아이들 다 봤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대학에서 강의도 해봤고, 학원도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느낀 건데 사람은 다 자기중심이니깐, 너희가 이해할 수 있는 건 이해하면서 좋게 넘어가.’라고 가르쳤어요. 일 년에 2번 3월과 9월 상담만 하고요.


어제 이야기 듣고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하자,

기분이 안 좋으신 거에 대해선 제가 사과드리는데요, 어머니. 제 방식이 어머니가 기분 나쁘실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요. 이거 하나만 부탁드릴께요.”라며 갑자기 저자세로 나왔다.



지금까지 인정하지 못하고 화를 내며 비꼬는 태도가 없어졌다. 학교 간다는 말이 무섭긴 했나 보다. 눈치 빠르고 얍삽하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이렇게 상담했다면 무엇이 문제였겠는가? ‘무시한 아이 엄마가 어디서 전화질이냐?’는 투로 학부모를 잡으려고만 하더니만.




“제가 가르치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많이 따라주었어요. 대학도 잘 갔어요. 여자아이들이면 이렇게 말 안 해요.”라며 순순히 자신이 말한 걸 인정했다.


“저도 그 정도는 감안했어요. ‘아들아. 네가 똑바로 딱 말하는 아이도 아니고, 성격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 남이 보면 부족해 보일 수 있다’라고” 말하자 내 말을 잘라

아니에요. 저한테 원하는 거 이야기해요.”라며 갑자기 아이 칭찬을 했다.



나는 내 아들을 안다. 처음 나한테 한 것처럼 아들에게 했다면, 아무 말 않고 물어보는 말만 대답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대화가 좋아지자, 또다시 아들이 밝지 않은 성격을 탓했다. 야비했지만, 참았다. 난 엄마다.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하며 농담으로 아이를 웃기려고 이말 저말 던져 본 거라며 다시 변명이 시작되었다.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은평구에서 이런 엄마 처음일 것이다.


나도 내 성격을 안다. 내가 잘못한 것은 바로 사과하지만,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할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담임의 사과는 들었고, 변명을 들어주면서 이제는 내가 담임을 위로해 줄 타임이었다.


아이의 말만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 말씀을 듣고 싶어서 전화했었요. 선생님 말씀 들으니깐 ‘그럴 수 있다’라고 이해가 되네요.”라며 선생님을 달랜 후,


“시간이 되시면 아이와 다시 대화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자

“오늘 이야기해 볼게요.”라며 부드럽게 즉시 대답했다.

제가 아이랑 어떤 부분을 말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반분했다.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라고 생각하면서


“저는 아이 의견을 많이 따르는 편입니다. 선생님께서 그 학교를 못 간다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말한 거다. 의사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저는 선생님 이해해요. 하지만, 아이가 소극적이라 잘 못 받아들일 수 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 때리고 뭐해도 월급 제때 나와서 행복하다.’라고 농담한 건데, ‘네가 못 받아들인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아이가 친구들도 사귀지 않고 혼자 노는 성격이라 밖에서 보면 어두워 보이는 거 저도 알아요. 집에서는 밝아요.”라고 말하자,

집에서는 밝아요.? 집에서 뭘 하고 놀아요? 말을 안 해서.”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인터넷도 보고, 누나하고 많이 놀아요.”

“누나하고 논다고요?”라며 의아해했다.

“누나가 공부도 다 가르쳐주고”

“그 이야기는 하더라고요.”


누나가 모의고사 틀린 거 봐주고 정리해 주거든요. 공부계획도 세워주고. 학원을 끊은 이유가 수학 학원 하나 다녔는데, 수학을 잘하기도 했고, 학원 다니는 것을 처음부터 싫어했어요.”라고 말하자,

“왜 싫어했죠?”라며 바로 물었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학원 가기 싫은 이유를 아이의 성격 문제나 경제적 문제로 연결하는 느낌이었다.


단체로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몸이 약해서 복싱도 시키고 있고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다녀요? 저한테는 복싱한다는 말 안 했는데?”라며 거짓말한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집에 가면 공부하고 식사하고 시간 되는 데로 가서 한 시간씩 해요.”

매일 한 시간이요?”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였다.

“네. 아이가 복싱을 힘들어해서 ‘그만둘까?’ 생각 중이거든요.”

“끊지 마세요. 공부는 체력이잖아요.”라며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아이가 몸이 약해요. 처음 1달 정도 다니고 2-3주 치료받고 다니는 거예요.”라고 말하자 선생님이 웃고 있었다. 나도 같이 웃었다.




이제는 상담이 되었다. 아이를 위해서 복싱도 계속하라고 했다. 처음처럼 당신 맘대로 하라는 식이 아니었다.

자신의 처음 태도에 걱정이 되었는지 변명은 계속되었다. 아들 성격이 소극적이어서 아이가 어느 정도에 반응하는지 알기 위해 농담을 던졌단다. 나는 이해하는 척했다. 더 이상 논쟁은 필요 없다. 담임이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지만 않으면 된다.



아들이 친하면 수다스럽다고 하자, 그런 걸 자기한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무서워했어요. 어제 보니깐 겁을 먹었더라고요.”라고 말하자,

학교에서 제가 제일 많이 때리고 제일 많이 욕을 하는데요. 아이들과 제일 많이 친한 사람 중 하나예요.”라며 자랑했다.

속으론 ‘바보 같으니라고! 욕하고 때린 걸 인정 하고 있네.’


“우리 아이는 때려본 적도 맞아본 적도 없어요.”

“전 XX는 때리지 않았어요!”라고 당황해서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아이 때리는 걸 봤나 봐요?”라고 말하자,

“그렇지요.”라며 인정했다. 계속해서 선생님 편을 들었다.


“아이에게 그럴 수 있지. 남자 반이니까.”라고 말했다고 하자, 군대 이야기까지 나왔다. 또 아이 성격이 문제지 자신 행동은 잘못된 것이 없다는 듯 합리화하기 바빴다. 이젠 담임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엄마 모드다.




모든 아들의 속마음을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풀어야 한다며 남자 세계에 들어오라는 식이었다. 나도 내 아들이 이런 점은 고쳐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선생님은 자신이 끌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더없이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했다. 믿진 않는다.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비행기를 태웠다. 웃으면서 어제 들은 말 중에 “좆 같으면 과중 때려쳐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서 놀랬다고 하자, 아니라고만 했다.


‘아니긴 뭘 안 했겠는가?’ 대화 도중에 자신이 학교에서 욕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때린다고 인정해 놓고선, 어쩌면 평상시에 많은 욕을 해서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생님은 “공부하기 싫으면 과중 반에 있지 말고 다른 학교 일반 반에 가야 된다.”라고 했단다. 이해하는 척했지만, 용납되지 않는다.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옮기라니?’


40분간의 긴 통화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아이와 상담해서 오해 풀고 웃게 해 달라고만 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찰나에 엄마가 아픈 줄 몰랐다며, 어제 아들에게 이야기했단다. “경제력으로 힘들면 지원해 주겠다고.”

아들이 괜찮다고 했단다. 나는 깜짝 놀라서

저희 경제적으로 하나도 안 힘들어요.”라며 웃으며 잘라 말했다.

“아이에게 그런 말도 하셨어요?”라고 묻자,



의례적으로 아이들에게 다 말한다고 했다. 아니다. 다른 엄마에게 물어보니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나도 안다. S고 과학 중심 반은 은평구에서 알아주는 학교이다. 형편이 어려워 학교 장학금을 과중 반에서 받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게 핵심이었다. 가난해서 학원도 도서실도 못가는 아이로 생각했다. 거기다 성격도 소극적이고 말도 없고 어두워 보이니 무시한 것이다.


결론은 잘 끝났다. 내가 원하는 사과도 받았다. 하지만, 뭔가 기분은 좋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아들 성격으로 모든 걸 미루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선생님 머릿속에 박혀 있는 가난해서 학원도 못 가는 아이라는 인식 또한 변화되지 않은 듯했다.

아이가 학교를 즐겁게 다녀야 할텐데.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행복이 훨씬 소중하다. 아이가 한순간이라도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31210

매거진의 이전글부적절한 교사 행동에 맞서는 학부모의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