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가족 시

by 대이

내 마음과 정 반대되는 것을 하라고 요구받고 통제받은 기억이 유년시절을 지배한다.


싫은 옷, 싫은 모자, 싫은 구두

먹기 싫은 음식, 가고 싶지 않은 곳

하기 싫은 것, 주고 싶지 않은 것, 듣고 싶지 않은 것.


참고 해내면 칭찬을 들었고 거부하면 궁지에 몰렸다. 커다란 죄책감에 시달렸다.


가족들은 어린 나를 혼자 집에 두고 목욕탕으로 향했고 때로는 맞았으며

때로는 나보다 더 불안한 엄마의 감정을 내 탓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여전히 우리 가족에게 큰 불행이 닥칠까 봐 불안하고 그 감정을 마주하며 흔들린다.


잘 해내려고 참으면 참을수록 나는 인정받았다. 그래서 참는 것이 뿌듯하고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다.

성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의 능력이자 자부심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가족들에게 미안했고 내 것을 말하지 않게 되었을 때

엄마는 내게 원하는 것을 물었다. 나는 이미 내가 원하는 것과 만족시키기 위해 내뱉어야 하는 대답 사이에서 나를 잃었다. 엄마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혼을 냈다.

또다시, 나의 탓이었다. 힘든 것을 공감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게 되었다.

내 것을 말했다간 이해받지 못해서 더 큰 부아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 부아는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엄마는 가족 이야기는 남에게 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라고 아빠 관련된 일은 나에게 토로했다.

엄마는 나에게 의지했고 나는 의지할 곳을 찾지 못했다.

엄마는 내 침대에 와서 잠들었고 아빠는 엄마를 데려가려 싸웠다.

엄마는 나에게 매달렸다. 나에게 호소하고 나에게 빌었다.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아빠는 나를 붙잡고 울었다.


나에게 요구하는 엄마와

엄마를 통해 증오하게 된 아빠와

이 모든 것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는 오빠.


아주 먼 우리 사이가 되는 동안

나는 혼자 생각하고 마음에 불씨를 키워나가고 도움받을 기대도 희망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나의 삶은 죽음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삶의 매 순간이 결국

이른 죽음을 향한 발자국이었음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들의 삶을 떠올리며 되뇐다.


엄마는 이걸 유혹이라고 했다. 유혹에 네가 넘어가는 거라고. 털어버리라고.

도움은 되지만 그것조차 나의 책임이라 무겁다. 나의 책임이라는 것이 너무나 무섭다.

내가 책임져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버겁다. 그냥 저지르고 누군가 책임지고 나에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나는 저질러본 적도 없고 제대로 배운 적도 없기에. 늘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았고

행동하지 않았고 생각만 해왔기 때문에.


매일 아침 새로 태어나고 매일 밤 죽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매일 하루만 살기로 약속했다.

오늘은 죽기가 너무 어렵다.


불편한 걸 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불편한 상황 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불편한 사람을 자꾸 만나고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음식을 먹고

불편한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핑계들.


삶의 부분 부분들이 다 완벽해야 한다고 느끼는 강박과

원하는 것을 스스로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을 너무 잘 느끼지만 거절하지 못하는 것

원하는 것을 주지 않거나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면 누군가 요구하거나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

나의 의견과 다른 것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끝까지 내 것을 고집하고 싶어 하는 것은


내가 여기 있다고 내 의견과 내 감정이 여기 있다고

나의 존재를 꺾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

살기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

더 이상 고장 나지 않으려는 그런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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