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날들

노필터 수업일지 15회 차

by 대이

2022. 09.21(수) 15회

대사를 제대로 안 외워서 레피티션 내내 신경이 쓰였다. 자괴감. 분함. 생각해 보자. 도대체 왜 대사를 입에 못 붙였지? 알바 가기 전에 입에 붙여놓고 알바 가서 중얼중얼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까맣게 잊어버리니까.

저번주 수요일에 성취감과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목요일 5시까지 보낼 kafa 제출 서류들을 다듬느라 정신이 없었다. 월화수목은 그렇게 흘러갔다.

목요일 4:30분 노트북을 접고 술을 마셨다. 재하언니, 예인언니, 소윤언니, 소민, 도훈오빠, 승찬선배. 그렇게 새벽에 집으로 걸어갔다. 마지막에 산을 넘어야 해서 택시를 불렀다. 술을 많이 마셨다. 칵테일 두 잔, 맥주 두 잔, 위스키 세잔. 다음날 머리가 아팠다. 살짝 후회했다. 금요일에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어>를 보러 가야 했다. 내 인생 최고로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다. 줄을 서서 같이 사진을 찍을 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무작정 들어간 가게에서는 인심 좋게 밥을 주셨다. 대접받는 한 끼의 느낌은 이런 것이구나.

토요일에는 종묘에 가서 재인이와 한 시간 넘도록 설명을 들었다. 같이 메밀국수를 먹고 카페에 가서 선베드에 누워 수다를 떨다가 낮잠을 자고 충정로 예술청에 가서 <생일을 모르는 아이>를 읽었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과 그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흔들리는 땅을 밟고 이겨내야만 하는 것들을 읽다 보면 머리가 아득 해졌다. 정말 아픈 사람들이 있구나. 나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는데 왜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을 했던 것일까. 알 수가 없다. 내내 내 인생의 화두랄까.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

일요일에는 에무 알바를 했고 월요일에도 알바를 하고 카페스트에 갔다. 화요일에는 동균오빠와 연습을 하고 에코축제 준비를 위해 이문동에 갔다. 끝나고 울랄라에서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며 놀았다.


감정적으로 너무 외롭고 흔들리는 날이었다. 내 마음은 정말 갈대 같아서 뿌리가 뽑히진 않았지만 그 위로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내 인간성에 대한 의심과 부끄러움 그리고 다른 사람을 향한 불신과 분노 그리고 미움.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서로의 입장차이로 쌓여만 가는 오해. 서로 쓰고 있는 안경이 서로의 모습을 곡해한다. 양측 다 억울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의 파도가 덮쳐오면 나는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순간 사정없이 흔들린다. 불쾌한 그네를 타고 눈동자에서 물결치는 파도들 그리고 먹먹해지는 귀.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순간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된 것만 같다. 눈앞에 있는 친구도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거기에 있지만 나는 그 순간 차원이동을 한다. 몸을 둔 채로 익숙한 그곳으로. 깊은 그곳으로. 감정 그 자체가 되어 파도에 휩쓸려 망망대해에 무력하게 양손을 풀어 헤친 채 그저 누워있을 뿐이다. 뒤집히지 않으려 애쓰면서. 울컥울컥 달팽이가 입으로 토해져 나올 것 같은 느낌. 풀리지 않을 멍든 탯줄을 목격하고야 만다. 그래서 흔들린다. 내가 누군지 너는 누군지 내가 느끼는 것도 부정하고 그저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삼켜진다. 미친 사람을 돌려보낼 수가 없다. 누가 미친 건지 알 수가 없다. 불쾌함에 소름이 돋는다. 끈적함이 온몸에 들러붙는다. 연기할 수 없다. 눈을 뜨고 코를 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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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오빠는 이제 대사를 할 때 대사를 듣고 있는 상대방이 보인다. 정말 그렇다. 그전에는 급한 오빠만 보였다면 이제는 아니다.

대사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행동이고 이게 훨씬 더 무겁다.

이 큐를 주고받는 것이 마이즈너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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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코멘트


엠비션을 위했던 것인지, 아버지를 위했던 것인지

하나만 선택. 엠비션과 러브를 헷갈리고 있다. 나한테 엠비션은 너무 악인이라 이해할 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러브로 넘겼나. 아니면 내가 엠비션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어서 그랬나. 나는 복잡하다. 단순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엠비션도 다 사랑 때문 아닌가?


초목표

여성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따로국밥이 되었더니 장면 목표가 흔들린다.

엄마의 사랑과 아빠 기업이 망쳐지지 않는 것은 사랑이다. 가족을 지키는 일. 진심이 통하는 삶 안에서 가치를 세워나가는 것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엠비션으로 하나 박았으면 꼭 그렇게 해야겠다, 왜 거기서 혼란스러웠는지 흔들리지 말자, 나를 믿고 아니라고 해도 그냥 가자.


다음 주 임페리먼트


선천적인 장애,

사건 관련된 장애

생리통

감기몸살

강박증

결벽증

피티에스디

자폐스택트럼 범위를 정하는 것

마약중독

시각장애인

두통

이명

신병

그 증상들을 들여다본 삶, 인간 자체를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볼 것, 증상을 연습해 볼 것, 극복방안과 해결방향이 있다.

이 사람한테 드러내고 싶은지 안 드러 내고 싶은지

표현이 지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두 사람 간의 사건과 관계 안에서 해결될 수도 있다.


극 안에서는 내 온 삶을 걸어야 한다.

자의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을 습득하는 것. 도전. 심혈을 기울이기.


다음 수업 목표

: 대사 완벽하게 외우기! 적당한 도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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