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 마라.

by 김종열

지인 부부와 함께 파크골프를 한다. 휴일이거나 여유 있는 시간이 있을 때 하는 일이다. 잔디 위를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공도 치면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좋은 운동이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부부끼리 편을 하여 게임을 하는데, 어럽쇼, 상대방 남편이 홀인원을 한다. 밥 사야겠네. 어쩌고 하면서 다음 홀에 들어선다. 또 어럽쇼, 이번엔 상대편 부인이 홀인원 한다. 비싼 거 먹어야겠네. 어쩌고 하며 라운딩을 마친다.


며칠 뒤, 그때의 원수를 갚겠노라며 홀인원 부부와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내심 ‘오늘은 우리 부부 중 누군가는 홀인원 하겠지’하는 기대심을 품고.

그러나 행운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상대방 남편이 또 한다. 홀인원. 그 불공평은 다음 라운딩까지 이어져 상대방 부인이 또 홀인원을 한다.

‘왜 행운은 저 집만 찾아가지?’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를 든다. 그러다 퍼뜩 ‘행운에 속지 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행운이 아니라 확률에 가깝고, 더 깊이 생각해보면 노력에 가깝다. 우리 부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파크골프장에서 보냈고, 훨씬 많은 공을 쳤으니 실력도 나을 테고, 홀인원이라는 행운을 가질 확률도 높았음이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행운이라는 사기꾼은 이렇게 사람을 속인다.

잘 지내던 후배를 길거리에서 만났다. 꽤 오랜만이었는데 푸석푸석하고 지친 표정의 얼굴이 되어 있다. 괜찮은 직장인이고, 부인도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풍파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친구였는데, 이상하다.

사연은 기구하다. 장난 삼아 놀이 삼아 카드에 손을 댔는데 할 때마다 따더란다. 그 행운을 실력으로 믿게 되었고, 화폐 단위에 대한 마음이 커지더니 몸은 더 큰 판에 앉아 있더란다. 그리고는 잃기 시작했는데, 자기는 행운이 따르고 실력도 있기 때문에 곧 되찾을 거라 생각했단다. 그래서 잃은 돈의 두 배를 들고 가고, 또 그렇게 하고…


주변을 보면 행운에 속는 경우가 많다. 처음 투자하는 주식에서 얼마를 벌고는 기어코 투자한 돈을 다 잃어버리는 일부터, 여행지 카지노에서 얼마를 따고는 그 역시 기어코 처음 시작한 돈까지 다 잃는 일, 손해 볼 것 없을 것 같은 복권 당첨의 경우까지(복권의 경우 당첨자가 끝까지 행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반대로 행운이 따르는 사람도 있다. 다른 가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맛 같은데 손님이 북적이고, 별 다른 노력을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사업이 번창하며, 일 하는 게 매 일반인 것 같은데 승진을 빨리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사람들의 행운은, 조금 더 나은 맛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사업 번창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며,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도 좋아서 따르는 행운임을 알 수 있다.

행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행운에 속지 않고 행운을 만들어 가는 것. 지혜로운,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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