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가 좋은 n가지 이유

위양지,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곳

by 김종열

바깥바람이 쐬고 싶을 때나, 바라보이는 눈길에 걸림이 없는 편안한 느낌의 산책을 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위양지이다. 이미 사진 촬영의 성지로 소문이 난 곳이어서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내 경우는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어서 더더욱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바람이 쐬고 싶은데 단순히 가깝다는 이유로만 가는 건 당연히 아닐 테고 그곳이 사람을 당기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위양지는 높다란 곳에 일자로 방벽을 쌓아놓은 보통의 저수지와는 달리, 들판의 약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다가갈 때부터 주변의 풍경이 정겹다. 논들이 보이는 도로를 쭉 달려가서 입구에 들어서면 또 보이는 것이 논이니, 이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맞이를 하는 곳도 드물지 싶다.


듣기 좋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한다. 뜻까지 좋으면 더 좋은 이름일 텐데, 위양지는 동글동글한 ‘ㅇ’ 발음으로 부르기 편하고, 백성을 또는 양민을 위한다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하니 이름도 타의 모범이 될 만하다.


개인 취향이지만 좋아하는 산책길은, 우선은 흙길이어야 하고(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밟아서 푸석푸석하지 않게 단단히 다져진 그런) 두 명 정도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넓이의 오솔길이며, 한편은 나무가 잎을 드리우고 한편은 물이 보이는 곳인데, 위양지의 산책로가 딱 그것이다. 그 길을 절대로 빠르지 않게 사부작사부작 걸으면, 좋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좋은 건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의 산책길! 좋지 않은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 때문에 고인 물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필요할 때 쓰기 위해 비축해 놓은 활용도 높은 물이고, 감성적으로는 사물을 비추는 천연 거울의 역할을 하는 좋은 물이다. 둑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둑길에 서서 위양지의 물을 바라보면, 맞은편 산그늘과, 완재정과, 주변 나무와, 하늘까지 반영되는 놀라운 거울을 만나게 된다. 촬영을 즐기시는 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는 위양지의 가장 큰 매력이 고인물이 아닌가 싶다.


크고 작은 나무들의 자태 또한 아름답다. 고목은 고목대로의 멋스러움과 영험함을 지니고 있고, 작은 나무의 살랑거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곧은 나무는 그 자체로 멋있고, 굽거나 옆으로 누운 나무는 훌륭한 사진 촬영의 배경이 되어준다. 위양지를 둘러싸고 있는 이 나무들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완재정을 둘러싼 이팝꽃이 만개한 위양지의 하얀 봄, 산그늘과 푸른 하늘과 짙은 초록빛이 조화로운 여름, 샛 빨갛고 샛 노랑의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기품의 붉음과 노랑과 갈색을 선택한 가을의 나무, 색깔을 벗어버린, 그래서 차가움이 주는 깨끗함을 자랑하는 겨울, 이 계절마다의 풍경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위양지의 사계절은 그래서 사진의 모델일 수밖에 없다.


아기자기한 작은 다리와, 아기자기한 나무로 이루어진 조경과, 아기자기한 일방통행의 오솔길이 완재정 가는 길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옛 건물이 주는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인데, 현판이 걸려있는 마루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면, 생각보다 미남 미녀로 나오는 마술(믿지 않으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직접 한번…)을 부린다.


위양지는 비밀스러움과 기대감을 숨겨놓은 곳이기도 하다. 완재정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 오른편에, 굳게 닫힌 문 안으로 보이는 건물은 항상 궁금함을 주는 비밀스러움이고,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래서 눈만 오면 달려가리라 마음먹게 하는 위양지의 설경은 기대감이다.


위양지가 좋은 이유가 지금까지 주절주절한 이것만 이겠는가? 굳이 위양지가 좋은 n가지 이유라고 한 이유가 그것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