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시험? 즐거운 시험?

골프, 그 가혹함에 대하여

by 김종열

‘저 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라는 배경음악이 흐른다. 박세리라는 까무잡잡한 여자선수가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신중하게 샷을 한다. 외환위기로 모두 힘들어할 때 국민들에게 힘을 주었던 TV의 한 장면이다. 그때였을까? 저 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려고 마음먹었던 것이.

그렇게 골프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듯이 ‘나는 신동인가?’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하여, 아직까지 108가지의 안 되는 핑계를 되뇌는 취미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에 기술한, ‘처음으로 하는 카드놀이에서 따게 되는 초심자의 행운을 시작으로, 그 시작은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난다.’고 한 것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그때는 정말 나는 골프 신동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드라이버는 푸른 하늘을 향해 스트레이트로 뻗어 나갔고, 아이언은 손에 짝짝 감겼으며, 어프로치는 당연히 깃대 옆으로 공이 굴러가는 것이었고, 퍼트는 그까짓 거였으니.


가혹한 시험은 나는 잘한다는 건방짐과, 내가 하는 방법이 맞다 는 오만함에서 시작되었다. 교과서적이던 스윙이 무너지고 좌탄 우탄을 반복하여도, OB만 나지 않으면 슬라이스는 페이드요 훅은 드로우라고 믿는 듯 우기면서, 다른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았으니, 쌓이는 구력과 함께 타수도 많은 쪽으로 쌓여갔다.

반성은 많은 것을 용서하고 올바른 쪽으로 가게 하는 마법이다. 건방짐과 오만함을 내려놓고 바른 방향으로의 연습은, 초보자가 습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했으니, 가혹함은 가혹함 답게 항상 생각보다 더 가혹한 것이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는 그 길을 따라 보기 플레이에 안착하고, 애써 ‘즐기기 위한 것이니까 뭐’라는 주문으로 골프를 하고 있지만, 가혹한 시험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신들린 듯 잘 풀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신발 신발’이 입에서 뱅뱅 도는 날이 있으니 말이다.


무엇이 인생과 닿아있지 않겠나 마는 골프는 인생과 닿아있는, 살아간다는 것과 비슷한 운동인 것 같다.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그렇고,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그렇고, 잘될 때 겸손해야 된다는 게 그렇고, 안될 때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렇다.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것,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즐길 때 더 잘된다는 것, 그러다 보면 가혹한 시험이 아니라 즐거운 시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