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가 다니던 작은 시골 국민(초등) 학교에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당시 군 장성이던 선배님이 학교에 도서관을 지어 기증한 것이었다. 읽을거리가 귀하던 그 시절에 도서관 개관은 너무나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질 않았다. 책이 손상되고 반납이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도서관 문을 닫아 버렸기 때문이다.
어린 나는 하릴없이 도서관 주위를 배회하면서 도서관 창문을 통해 안쪽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희미한 어둠 속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동화책, 위인전이 너무나 읽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문을 한번 흔들어 보았는데, 창문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몇 차례 반복하니 거짓말처럼 창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때부터 나만 알고 있는 그 통로를 이용하여, 보고 싶은 책을 꺼내 읽고 반납하는 책 도둑이 시작되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그때만큼 책 읽기가 재미있지도 않고, 그때만큼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 그때만큼 이해도 되지 않는, 그리고 돋보기를 끼어야만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으려고 애쓰고, 책 읽기를 권한다.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이해하기 쉽고 편안하지만 머리에 그려짐이 없고, 전해 듣는 것은 간편하지만 그 순간으로 끝나 버린다. 그러나 활자화된 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며, 배경이나 상황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무엇인가를 그린다는 것은 머리를 쓴다는 것이고, 머리는 쓸수록 건강해지며, 건강하면 당연히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읽는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