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적인 세상의 이방인

영화 <파이트 클럽>

by 후이


감독 : 데이빗 핀처

개봉일 : 1999.11.13

장르 : 액션, 드라마

출연 :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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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욕망 속의 풍요



풍요는 모두를 범접하는데 강했고 이는 이간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 그래서일까, 달콤한 유혹을 갈구하던 인간들은 저만치 질주하는 사회를 끝내 따라잡지만 손에 쥐어진 건 잡히지 않는 허울뿐인 희망이었다. 마치 사회가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 듯 손 틈 사이로 빠져나간 희망은 끝내 인간을 미치게 하는 데 일조한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잭(에드워드 노튼)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 중 한 사람이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그는 한 중독자 모임에 참석하면서 오랫동안 앓았던 불면증을 해소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말라(헬레나 본햄 카터)의 예기치 못한 등장은 그의 일상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결국, 잭은 그녀를 피해 도망치듯 새로운 보금자리로 타일러(브래드 피트)와 함께 파이트 클럽을 창시한다. 그러나 영화는 초반부 잭을 끈질기게 방해하는 말라를 영화 곳곳에 등장시키며 마치 폭풍을 마주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역할은 다른 의미로 전환된다.







말라의 등장과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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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는 잭의 중독자 모임에 처음 등장한다. 오랜 시간 불면증을 앓았던 잭은 오직 나에 집중하고 공감해주는 모임에서 오랜만에 안도감을 되찾는다. 과소비로 집을 가득 채워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생각은 헛되었고 이 생각을 던져야만 내가 꿈꾸던 희망과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잭은 깨닫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유일한 안식처라 여겼던 중독자 모임에 그녀가 등장하면서 그는 다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에게 내 비참한 과거를 거짓말로 포장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이 자신감은 나와 비슷한 성격과 아우라를 비추는 이에게 들켜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안전지대로 들어온 나와 같은 존재는 언제든 나의 거짓을 터뜨릴 수도, 마음만 먹어도 알아낼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 말라는 잭에게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지만 후반부에서 잭이 타일러에게 사로잡힐 때 헤어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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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의 역할이 바뀌기 시작한 건 잭이 타일러를 만난 이후부터다. 말라로 인해 다시 불면증이 시작된 잭은 그녀에게서 도망치고자 자신과는 다른 부 캐릭터, 타일러를 만든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잭의 무의식 속에 탄생하여 전혀 그가 허상이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한 채 자신과는 반대되는 매력에 사로잡힌다. 나와는 반대되는 이의 매력으로부터 이끌려 이상향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잭은 타일러와 함께 파이트 클럽을 탄생시켜 위험인물인 말라가 있는 모임에 도망쳐 타일러가 사는 허름한 집에서 생활하며 그곳을 두 번째 안식처로 지정한다. 폭발한 짐과 가구는 잭에겐 헛된 희망이 되었지만, 이 낡은 집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변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말라에게서 온 한 통의 전화로 인해 잭의 삶은 공간을 넘어 정신까지 침투하며 무너지는 데 이른다.







잭의 제어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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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 모임, 타일러, 낡은 집, 파이트 클럽 등 잭이 속한 모든 공간 곳곳에 등장하는 말라는 잭을 위한 제어장치로 볼 수 있다. 잭이 타일러에게 빠진 세상에서 현실로, 전화로 타일러의 정체를 알려주고, 죽음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타난 그녀는 타일러의 세상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그를 현실로 꺼내는 데 큰 역할을 도모한다. 타일러가 영사기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애니메이션 영화 필름 중간마다 섹스 장면을 집어넣은 것처럼 파이트 클럽 역시 필름 중간마다 말라와 신음을 같이 넣어 관객에게 그녀의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런 연출 기법은 끈질기게 잭의 일상에 침투해 그의 정신적인 평화를 망치기도 했지만, 동시에 잭의 일상을 구원했던 그녀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잭의 모든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가시와 같았던 영화 속 말라의 존재감은 후반부에서 중요한 인물로 진화한다. 영화는 말라 인물 자체가 잭의 진실이고자 했다. 남들과 같은 지루한 일상에 나타난 타일러는 잭을 위험한 상황으로 이끌지만 말라는 방황하는 잭을 통제하고 구출하는 특별한 인물로 각인된다. 끝에 잭이 파이트 클럽 회원들과 함께 도시를 폭발하려는 그의 폭주를 제어하도록 안전핀이 된 말라가 영화 곳곳에 브레이크를 밟아나가고 있는 점이 그 대목이다. 과격한 일탈을 막고자 했던 그 현실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