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

투자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 12편(마지막 편)

by 긴오이

지금까지 글을 쓰다 보니 저는 투자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혹여 이러한 관점이 방문자를 향해 답답한 벽을 세워, 선의의 투자계획을 거두고 돌아서게 만든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기 검열은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제 입장을 변명하자면 그러한 자책이 들만큼 인상적인 투자자를 만나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은 늘 해상도가 낮은 사업계획을 들고 옵니다. 너무 흐릿해서 사업의 내용을 좀처럼 들여다볼 수 없죠.

검증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사업에 대한 가부(可否)는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답을 주기를 원합니다.


이때 담당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선의의 투자든, 혹은 다분히 투기적인 제안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만약 이쪽(행정)에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들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쪽의 지와 능력, 원칙은 그들에게 쓸데없는 욕심을 싹트게 만들거나, 혹은 애초 투입할 필요 없는 초기 비용 발생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비즈니스맨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비즈니스맨은 모든 것이 명쾌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조차 감정을 배제할 줄 압니다. 협상 결렬에 대해서도 상대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해타산에 대한 상호 간 관점의 차이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문제를 다른 문제와 결부시키지도 않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다른 문제와 엮어 외압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거절에 대한 미안함이 들지 않는 클린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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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맨을 현실에서 찾아보긴 대단히 힘듭니다. 보통의 사업자들은 장애를 만났을 때 우회적인 방법을 씁니다. 담당자를 건너뛰어 더 윗사람을 회유하거나, 혹은 그 보다 더 위의 결재권자와 사적인 친목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시소(seesaw)의 균형점은 조금씩 사업자에게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공공성과 사업성은 물과 기름과 같습니다. 서로 섞이지 않을뿐더러 어찌 섞이는 것 같더라도 이내 자기 본성을 회복합니다. 애초에 서로 다른 영역이므로 각자의 관점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그뿐입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공공성과 사업성을 검토할 때 검토자의 두 팔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충분한 재량권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관점의 균형을 찾는 것은 단순히 서류상의 숫자에 돋보기를 갖다 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론 수지 분석외에도 사업을 둘러싼 내·외부적 여론을 살펴야 할 때도 있고, 이 사업이 진행되었을 시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합목적성에 대한 시비(是非)들도 미리미리 검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실 굉장히 피곤한 작업입니다. 담당자는 이러한 부담을 어깨에 미리 얹고 투자자와 미팅 일자를 잡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자주적 의사결정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주 앉으면 딜(deal)을 함에 있어 상대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늘 사업성보다는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공유지를 제공해야 되는 사업에 대해서만 국한해서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치단체가 유도할 수 있는 진정한 투자유치는 주택공급사업이나 지식산업센터 유치, 기업유치 정도 외에는 별다른 게 없습니다.

물론 하나같이 어려운 투자사업들이죠. 그 외에는 대부분 분양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 사업들일뿐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지역경제로 환원되는 수치에 모두가 환호하다가 끝내는 증명되지 못하고, 가상의 숫자로 사라지는 그 정성적 지표의 사업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과의 미팅은 당신의 안목과 역량을 키워갈 것입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고, 그것들을 정리해 따로 분류할 줄 아는 안목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유익함을 던져줍니다. 또 거기서 오는 역량의 성장은 자존감과 성취감을 고취시킵니다. 저는 이 모든 것들이 선순환으로 시민들과 또 저 자신에게도 모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해 나갔으면 합니다.

투자자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애초 그들은 처음부터 한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 앞에 그들은 늘 아군이며 적군이고, 또 적군이며 아군일 것입니다. 언제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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