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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Jun 01. 2016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면.  

네가 떠나는 것이 싫어



 무언가를 잃고, 슬퍼한 적이 있는가?

혹은 무언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잠시 그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분으로 이 글을 읽었으면 한다.


나는 올해 2월, 1년 3개월 간 키웠던 햄스터를 떠나보냈다.

애초 햄스터의 수명은 2년밖에 되지 않는데, 처음 분양할 때 9개월이었으니 딱 2년을 채운 셈이다.

이 햄스터는 내가 처음 키운 애완동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한참 힘들었던 시기에 만나 의지가 많이 됐었다.


2년째가 되는 시기인 2월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불안했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상 수명보다 더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매일 햄스터를 관찰하며, 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대했다.

많은 나이 탓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먹이를 줄 때도 햄스터가 잠든 뒤에야 조용히 채워 넣었다.

그렇게 밤이 되면,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다 그 날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햄스터 케이지 안에 대소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 햄스터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대소변을 치우고, 먹이를 채워 넣었다.

본래 낮에도 대소변을 몇 번 누는데 그날은 치워준 이후로 한 번도 누지 않고, 계속 이너 하우스 안에만 있었다.

바로 전 날 밤까지만 해도 신나게 쳇바퀴를 돌리고 멀쩡했기에 잠을 많이 잔다고만 생각했었다.

분명 이너 하우스 안에서 등을 들썩이며 자고 있었기에.

밤 10시, 다시 케이지 안을 확인해봤지만 여전히 햄스터는 이너 하우스 안에 있었다.

그리고 대소변은 보지 않은 상태였다.

순간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케이지를 조금씩 흔들며 햄스터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조심스럽게 케이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이너 하우스를 살살 두드렸다.

평소였으면 진작 이너 하우스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텐데 그날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이너 하우스를 손에 들고 세게 흔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믿을 수 없었다.

2월쯤으로 예상은 했었지만, 분명 전날 까지만 해도 쳇바퀴를 신나게 탔으니 말이다.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1년 간 혼신을 다해 키웠던 애완동물이 허무하게 가버리고 내게 남긴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제발 눈을 떠. 일어나."


이너 하우스를 흔들며 이야기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밤새 눈물을 쏟아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 날 좋아하는 해바라기씨, 호두를 마음껏 줄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잠잠하다가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쳇바퀴를 타던 게 생각나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나는 새 손수건을 상자에서 꺼내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이너 하우스에서 햄스터를 꺼내서 싸려는데 도저히 햄스터를 만질 수 없었다.

손에 땀이 흥건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나는 손수건에 이너 하우스를 그대로 쌌다.

살아생전 자곤 했던 이너 하우스와 함께 묻어줘야 그곳에서도 편하게 지낼 것 같았다.

이너 하우스에 들어있는 채로 손수건에 싸서 작은 상자에 넣고, 테이프로 잘 감았다.

그리고 겉에 포장지를 둘렀다.

그날 밤은 햄스터의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는 것으로 잠을 대신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동네 산으로 갔다.

최대한 깊게 묻어야 동물들이 안 물어간다는 말에 삽으로 땅을 깊게 팠다.

그리고 그곳에 상자를 넣었다.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으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처음 겪은 이별이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너무 아팠다. 그리고 온몸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이별이란, 어떤 단어로도 형용될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집에 가니 그날따라 집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비어있는 케이지를 보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웠던 애완동물이었던지라 더 그랬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다음날 다른 햄스터를 분양받았다.

다른 햄스터로 채우지 않으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제가 새로운 햄스터를 키운 지 100일 된 날이다.

그 말은 전에 키웠던 햄스터가 죽은 지도 100일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새로운 햄스터를 분양받지 않았다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지금도 그 전의 햄스터가 간혹 생각나곤 하니까.  

지금 키우는 햄스터는 아주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내가 햄스터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것 하나다.

행복하게 살다가 아주 천천히 갔으면.




처음에는 햄스터를 분양받으러 가자는 친한 동생의 말에 따라나섰던 것이다.  

그 전에 나는 한 번도 애완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몇 마리를 사다가 며칠 뒤 시골 할머니 댁으로 보낸 것 외로는 전무했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이 있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햄스터의 귀여운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작은 호기심이었지만, 갈수록 햄스터는 내 삶에서 점점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뜩이나 힘들었던 그때 나에게 햄스터를 키우는 것은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집에서 당근을 먹다가도 햄스터가 생각나 작게 잘라서 주었고, 그것을 받아서 맛있게 먹는 햄스터를 볼 때면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듯했다.

그 외로도 상추, 배추, 딸기 등 햄스터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집에 있으면 바로 가져다주었다.

인터넷에서 틈틈이 햄스터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고, 보다 바른 방법으로 햄스터를 키우려고 노력했다.

본래 야행성인 탓에 밤에 쳇바퀴를 돌렸고, 그로 인해 귀마개를 사서 잘 때마다 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나는 햄스터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햄스터 집을 청소했고, 매일 대소변을 치웠다.

바라만 봐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햄스터가 잠을 잘 때 등이 들썩이는 것, 물을 마시기 위해 혀를 내미는 것, 작은 손에 사료를 쥐고 맛있게 먹는 것들 모두.

가장 큰 리빙박스 (120L)로 옮겨주기도 했고, 매번 가장 좋은 톱밥과 사료를 준비했다.


내 손 냄새를 기억하고 손 위에 올라왔을 때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하다.

익숙한 무게감, 냄새.

그렇게 떠나버리고,

남은 것은 햄스터의 물건과 추억, 그리움뿐이었다.

한동안은 밥을 먹다가도 눈물이 흘렀다.


나로 인해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당시에는 큰 위로였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 계속될 때마다 햄스터를 보며 삶의 다짐을 했었다.

'햄스터를 보며 견디자, 내가 없으면 살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햄스터는 애완동물 그 이상으로 내 삶의 존재이며, 의미 그 자체였다.


유난히 몸이 약했기에 동물병원을 몇 번 가야 했다.

햄스터를 들어 올려 등에 연고를 발라줘야 했는데 계속 발버둥 치는 바람에 가슴이 쓰렸다.

아마도 내가 아플 때 부모님도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어렴풋이 느껴졌다.



나는 전에 키웠던 햄스터와 지금 키우는 햄스터 둘 모두를 사랑한다.

지금 키우는 햄스터의 생김새는 조금 다르지만, 요목조목 예쁘게 생겼다.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떠나버린 전의 햄스터로 인해 이번 햄스터를 분양받는 조건은 나이가 어린 햄스터였다.

그래서 당시 태어난 지 59일의 햄스터를 분양받았다.

그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더 키울 수 있으니까.


죽음, 끝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이 이 세상이라지만.

사람도 늙기 마련이고, 꽃은 진다.

또한 시간은 흐르고 물건은 낡는다.

누군가는 헤어지고, 낮은 밤이 된다.

시작한 것은 언젠가 끝이 나며, 사람들의 감정 역시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꽃잎이 떨어진 거리를 보면 아름답듯,

모든 끝나는 삶도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낡은 물건은 엔틱 한 멋이 있고, 나이 듦은 연륜과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밤은 어둡기에 별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불빛들과 어우러져 멋진 경치를 선사한다.

남녀가 헤어진 뒤 우리는 상대의 소중함을 알거나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기회를 얻는다.


게다가 요즘 같이 갑작스러운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상황에선 삶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릴 때는 사람이 신처럼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 내가 본 세상은 신기하고, 환상적이었다.

대부분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고, 삶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런 행복이 끝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의미가 다르다.

어떻게 보면, 한 번뿐인 삶이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더 신중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평생 살 수 있으며, 죽더라도 다시 환생되는 구조라면 누가 열심히 살겠는가.

어차피 다음 생이 있고, 기회는 널렸는데.

하지만 이 삶은 한 번뿐이기에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다.

지나간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더 간직하려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끝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올해 3월, 아버지가 식도암 판정을 받으셨다.

젊은 시절 강하고, 항상 가족들 곁을 지켜주셨는데 암 선고 이후 아버지의 모습은 전과는 달라 보였다.

큰 기둥과도 같았던 분이 한순간 약해진 것을 보면서 가족들은 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렇게 처음 며칠간은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수술을 받으신 후 아버지의 삶이 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졌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셨다며,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계신다.

또한 한 끼를 드셔도 건강식으로 신경 써서 드시며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신다.

하루를 살더라도 간절하게,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느끼셨다고 한다.

다행히 초기여서 지금은 거의 완치되신 상태다.

길가의 풀꽃 등 소박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된 아버지의 삶은 확실히 더 행복해 보인다.

좋아하시던 술, 담배를 끊으시고 술을 드시는 대신 차를 마시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동네 산을 다니시며 건강에 신경 쓰시게 되었다.

밖을 나갔다오시면 가족들 선물을 하나씩 사 오시고 아무리 바빠도 가족들과 아침, 저녁만큼은 꼭 같이 드시게 되었다.

전에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하셨지만 요즘엔 틈날 때마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하신다.

전에는 쉽게 화내셨을 일도 요즘에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씀하시게 되었다.


아버지가 좌절하시지 않고, 고난을 긍정적으로 바꾸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전보다 집안에 웃음이 많아져서 참 다행이다.

이처럼 모든 아픔과 끝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반이 되며, 전에는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혹시 당신이 누군가를 잃었거나 혹은 당신 주변 사람이 아프다면, 너무 슬퍼만 하지 말길.

더 나은 삶을 위한 성장통이며, 지금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받아들여보자.

우리는 생각보다 강하다.

그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다.

처음에는 무너져도 거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픔을 겪으며 누구보다 힘들었을 당신의 마음에 귀 기울여보세요.

오늘 충분히 아파하고, 눈물을 쏟아내세요.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봅시다.

지금까지 견뎌내 줘서 고마워요.


모든 헤어짐, 끝은 분명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곳에서 시작될 새로운 삶들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래도 주변 사람들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투병 중이신 안산 이모부의 간암이 하루빨리 완치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과거 정말 강하셨던 이모부의 모습을 기억해요.

과거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가실 거라고 믿습니다.

항상 희망을 잃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수요일, 이모부의 색전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제 곁의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 주변의 사람들 역시 항상 행복하기를.



오늘을 기억하세요.

언젠가 먼 과거가 될 지금을 더 소중하고, 간절하게.

하루를 보내더라도 의미 있게 보내세요.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모든 순간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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