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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Oct 11. 2017

연인들이 사과를 하며 더 싸우는 이유

미안해와 미안해 사이 2

이전 브런치(미안해의 모순)에서 사과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남녀가 사과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왜 더 싸움이 커지는지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보통 남녀의 싸움에서 가장 오랫동안 해결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때를 꼽으라면, 바로 아래와 같은 상황이다.


남 - 미안해.

여 - 뭐가?

남 - (당황) 그냥 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여 - 아니 뭐가 미안한 건데.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남 - 그냥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게 미안해.

여 -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면, 결국 또 똑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

남 - 도대체 왜 그래? 난 사과하잖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뭘 얼마나 더 해야 되는데.

여 - 뭐? 너 정말 적반하장이다.

남 - 그래 우리 진짜 안 맞는 거 같아. 그리고 너 성격 진짜 피곤하다.

여 - 하.. 우리 헤어지자. 아예 사과를 하질 말던가. 사람이 끝까지 가볍구나.

남 - 그래 잘 지내.


남자는 상황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름 사과도 했다.


여자의 입장. 여자는 아직 상황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 남자가 사과를 하니 일단 말이나 들어보려 했다. 그. 런. 데 뭘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는 남자 친구, 더 화가 난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인가?
 본인이 했던 행동만 되짚어봐도 뻔히 답이 나오는 것을. 그러더니 사과를 하다가 도대체 얼마나 더 사과를 해야 하냐며 오히려 자기가 화를 낸다. 분노조절장애인가?
그래 나도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산다! 아니 자기가 잘못해놓고 어떻게 뭘 잘못한지도 몰라?!! 그것도 항상 같은 행동, 항상 반복이다. 그래 놓고 성격이 피곤하다니. 지금 장난해? 어떻게 얼마 전에 말했던 걸 또 까먹냐. 말해주면 뭐해 어차피 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거 아냐. 넌 지금 진짜 미안한 게 아니라 그냥 상황을 넘기고 싶은 거야. 네가 잘못한 이 불편한 상황을!  


반대로 남자의 입장. 여자가 화를 낸다. 갑자기 화를 내니 이유를 알리가 있나. 나는 분명 평소대로 행동했던 것 같은데 이유도 얘기하지 않고 무턱대고 화부터 낸다. 도대체 왜 화를 내는 건데? 물어보면 더 화를 낼 것 같아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사과를 하기로 결심한다. 미안하다고.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뭐가 미안하냔다. 뭐가 미안하냐고?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말도 안 하고 화부터 냈잖아. 말을 하던가 그럼 내가 그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할게. 내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네 마음을 어떻게 꿰뚫어 보겠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제발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뭘 잘못한 건지 얘기해줄래? 그럼 그거에 대해 사과도 하고 시정도 할게! 근데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그럼 앞으로도 똑같은 행동을 할 것 아니냐며 화만 낸다.

아 진짜! 미치겠네! 내가 뭘 어쨌다고. 한 번 찍어볼까? 오늘 너 뭔가 바꿨는데 내가 못 알아챈 거? 아니면 영화관에서 의자 안 내려준 거? 아니면 뭐? 데이트 코스가 네가 원하는 게 아니었니? 밥이 맛이 없었니? 뭘 말을 해야 알지. 계속 분위기가 안 좋아서 난 눈치만 보다 사과한 건데 결국 헤어지자니. 너무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섬세하다.

행동이 섬세하다는 게 아니다. 섬세하게 그림을 잘 그린다던가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감정'이 섬세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행동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기억한다. 내가 이 행동을 했다가 화를 내면 어떡하지? 이 말을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평상시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나의 감정, 상대의 감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여자들 사이에선 질투도 많지 않은가. 나쁜 게 아니라 성향일 뿐이니 오해하지 말자.

 그런데 반면 남자들은 쿨하다. 싸우다가도 같이 축구 한 판하면 다시 절친이 되는 게 남자들의 세계라더라. 그러니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둔탱이 같고 답답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여자들은 대화를 통해 완벽한 화해를 추구하는 반면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을 추구한다. 불편하고 어색한 건 딱 질색이거든. 그래서 연인들 사이의 '몸의 화해' 역시 남자들이 더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여자가 화나고 삐진 것 같을 때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다거나 키스를 하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적당히 화가 났을 때는 가능하지만, 화가 많이 난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아직 상황에 대한 대화도 끝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몸을 요구하다니, 날 너무 쉽게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가 굉장히 생각 없어 보이고 단순해 보인다. 지금 화가 난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려 하니 체계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에 대해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감정에 대한 이해를 잘한다. 사실 여자들은 상대가 화를 내는 순간, 왜 화가 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본인이 일부러 그런 말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어떤 말이 실수였을지 혹은 기분이 나빴을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마음이라는 도화지에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색을 칠한다면, 여자들은 파스텔로 살짝 긋고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문지르는 편이다. 그래서 그 사람에겐 어떤 말을 하면 안 되겠다, 이 사람은 어떤 대화를 좋아한다는 체계가 어느 정도 잡혀있다. 그래서 흔히들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하는 질문을 하고, 남자가 대답을 하지 않았을 때 서운해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왜냐, 여자들은 남자 친구가 뭐가 달라졌는지 딱 알거든. 하다못해 머리를 커트해도, 상처가 생겨도 딱 보면 안다.

 

뭐 어쩌겠나. 남 여는 원래 다른 것을.

하지만 아무리 달라도 우린 여전히 사랑을 하며 살 것 아닌가?

앞으로 평생 사랑은 안 하고 살 자신 있으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난 사랑 없인 못 산다! 근데 자꾸 싸운다 너무 속상하다! 싶으면 이 글을 정독하기를 바란다.

싸움에서 더 큰 싸움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사과하는 상황', 즉, 남녀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면서 생기기 때문에.



우선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나'는 척 봐도 안다.

그가 뭐가 변했는지, 그가 왜 화났는지, 그가 어떤 말을 싫어하는지.

그런데 그는 모른다.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건지.

어떻게 머리를 잘랐는데도 모르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도 아직도 내가 어떤 말을 싫어하는지 모를 수 있지?

정말 서운하다. 마치 나만 혼자 사랑하는 것 같다.

내가 화를 낼 때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기보다는 귀찮은 듯 툭 던지는 '미안해'라는 단어에는 진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미안하단다. 단지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 같아 더 화가 난다.


이 부분에 대해 여자는 남자가 관심이 없어서 자신의 변화나 화가 난 이유를 모른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그릇된 생각이다. 물론 정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여자가 뭔 말을 하든 귀찮아서 대충 무마하려 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런데 관심이 없어서 '무마하듯' 말하는 사람이라면, 사과의 상황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여자의 질문에도, 여자의 일상적인 대화에도 간단명료한 대답들만 이어갈 것이다. 한데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꼭 사과할 상황에서만 이런다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이는 여자와 남자의 생태학적인 차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남자의 뇌구조를 여자의 뇌구조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만약 남자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뭐가 달라졌는지 모른다 해서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지만 단지 당신보다 덜 섬세할 뿐이다.

 그러니 "나 오늘 뭐 달라졌게?" 라던가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하는 질문은 삼가야 한다. 대신 "나 머리 바꿨는데 어때?", "나는 오빠가 A 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B를 해서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여자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괜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직접 물어보면, 남자들은 분명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이 여자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센스가 있구나.' 생각하며 당신에게 더 푹 빠질 것이다. 확신한다. 사랑이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 아니던가. 남자의 섬세하지 못한 감정을 탓하지 말고 당신이 말할 때마다 그의 섬세함을 채워주자.

 또 남자는 여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 습성이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기념일 선물'을 들어보겠다.


남 - 자기 이제 곧 생일인데 갖고 싶은 거 있어?

여 - 아니 나 필요 있는 거 없어 ㅎㅎ 우리가 뭐 10대도 아니고 생일 그런 게 중요한가?

남 - 진짜 없어? 뭐 화장품이라도~

여 - 나 화장품 많아 ㅎㅎ 아직 필요한 거 없어


남자는 생일선물로 필요한 게 없냐고 물었다. 여자는 없다고 했다. 이때 여자의 속마음은 '알아서 사줘. 센스 있게. 검색만 좀 해봐도 알잖아. 그걸 부끄럽게 어떻게 직접 얘기해? 뭘 갖고 싶다고, 뭘 먹고 싶다고 말해야 알아?' 남자는 여자의 없다는 말을 진짜로 믿어버린다. 그래서 진짜 없냐고 재차 묻는다. 이때 여자의 반응은 '설마 진짜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연애도 안 해봤나? 왜 자꾸 물어봐.' 남자는 여자가 정말 필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필요한 게 없다는데 괜히 뭔가를 사줬다가 쓰레기만 되는 건 아닐지 고민한다. 그러다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한다. 생일에 별 것 없이 넘어간다.

 여자는 기대하던 생일이 왔다. 데이트를 하는데 점점 실망이 커진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전부는 아니겠지? 가방 속에 뭔가 있겠지? 헤어지기 전에 주는 거 아니야?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래 그때까지만 기다려보자. 그. 런. 데. 이럴 수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먼저 들어가라며 인사를 하는 그 남자. 아니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 싶어 남자에게 은근슬쩍 떠본다.

"자기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응. 자기 생일이잖아. 맞다 다시 한번 축하해. 자기야 정말 축하해."


해맑게 웃으며 생일 축하한다고 하는 그 남자.

여자는 서운한 것을 말한다.

"나는 적어도 자기 생일에 케이크는 사줬어. 너무한 거 아니야?"

"아니 자기가 정말 필요한 게 없다고 해서......."

"알아서 해야지. 그런 걸 일일이 물어보는 사람이 어딨어 세상에?"


이렇게 둘은 싸움이 시작된다.

남자는 여자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대체 뭘 잘못했다고 갑자기 화를 내는지 어이가 없다.

여자는 내 남자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둔팅이 같고 센스도 없는 놈 같다. 내가 어쩌다 이런 남자를 만나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에 초도 못 불고 넘어가나. 신세한탄을 한다.


기념일 선물도 위에서 말한 '변화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화가 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명시해줘야 한다.

남자는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성격이 본래 복잡하지 않고 쿨하고 쉽게 쉽게 살고자 한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의 말의 숨은 뜻 찾기라거나 숨어있는 표정 관찰하기와 같은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은 잘 할지 몰라도 사람에 적용하면, 대부분 시간 초과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여자분들은 남자가 나의 숨은 의미를 찾아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서프라이즈를 기대했다가 알고 보니 내가 원하는 선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여자도 원하는 선물을 받아 좋고 남자도 여자를 감동시켜서 기쁘다.


인생이든 연애든 좋은 게 좋은 법이다.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하며 좋은 날만 가득할 수 있다.

조금만 유하게 생각하자.



이번에는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그녀가 뭐가 달라졌는지, 왜 화났는지.

나한테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지?

그런데 모른다고 화를 낸다.

세상에, 자기한테 관심이 없냐며 서운하단다.

난 누구보다 그녀에게 관심이 있지만 단지 그런 것을 잘 모르는 것뿐인데.

상황을 무마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왜 화난 건지 모르지만, 그녀가 화가 났으니 일단 미안하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화나게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미안하다.

그래서 사과를 했다. 그런데 자꾸 뭐가 미안한 줄 아냐더니 결국 헤어지자던 그녀.

속상하고 화가 난다. 우리 관계가 겨우 이 정도였나?


이 부분에 대해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는 자기 마음을 모르고 헤어지자고 했다며 하소연한다. 꼭 변화를 알아차려야 관심이 있는 거냐고? 그렇다. 여자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주기를 바라고, 마음을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관심이 있으면, 당연히 관찰을 잘 할 거고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에게 묻곤 한다. 왜 이렇게 변했냐고, 이제 내가 익숙해진 거냐고. 사실 남자들의 입장에선 특별히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행동했을 뿐이고, 혹여나 연애초에 열정적이었다 해도 지금은 조금 편해졌으니 '돌아온 것뿐이다.' 남자들은 변화에 대해 무감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자들은 변화에 민감하기에 딱 봐도 안다. 어떤 부분들이 그의 연애초와 다른지.

그렇기에 그녀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그녀의 '민감성'을 잘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남자들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자의 변화를 알지 못해도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는 그녀여도 은근슬쩍

"향수 바꿨어? 냄새 정말 좋다." 라거나 "파마한 거야? 예쁘다."라고 칭찬을 해주면, 좋아하지 않을 여자가 없다. 쑥스러워서 티를 안 낼 수는 있어도.

윗글에서 여자는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적은 반면 남자는 '노력해야 한다.'.


평소 여자의 말들 중 '좋다, 싫다, 가고 싶다, 갖고 싶다'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잠시 기억해뒀다가 핸드폰 메모장에 짤막하게라도 옮겨 적자. 그리고 추후 기념일 때 그녀의 취향을 메모해둔 것을 기억해서 선물을 고른다면, 70% 정도는 성공하지 않나 싶다. 평소 은근슬쩍 취향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화장품은 어떤 스타일을 써? 신기하다. 여자들의 화장품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 신발은 몇이야? 나랑 발 비교하니까 되게 앙증맞네~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고 기억해뒀다가 기념일에 마침 그녀가 필요하던 팩트나 굽이 닳아서 바꾸려 했던 구두를 새 구두로 바꿔준다면, 그녀에겐 오래도록 기억 남을 것이다. '그냥 선물'이 아니라 그가 '관찰'하고 '기억'해서 준 선물이기에 느낌이 다르다.

나는 잘 모르니, 남자들은 원래 무뎌서 그런 거라며 이해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여잔데 그래 나도 좀 노력해줄게. 하는 마음으로 임해보자. 처음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에 메모장을 켜두고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 변하려 하고 또 기억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여자와의 싸움이나 여자가 서운하다고 얘기를 할 때면 늘 어떤 부분으로 인해 싸움이 되었고, 그녀는 어떤 말들을 했는지 메모해두자. 그렇게 하다 보면, 그녀가 어떤 말을 싫어하고 남자에게 서운해하는 점들이 뭔지 눈에 보이게 된다. 사랑은 보편적이지 않다. 모든 '그녀들'에게 통용되는 법칙은 없다. 그러므로 a는 서운해할 일을 b는 서운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감각에 의존하려 하기보다는 메모하고 노력하는 편이 그녀의 마음을 얻는데 훨씬 유용하다. 그럼 적어도 여자가 "저번에도 넌 네가 뭘 잘못했는지도 몰랐잖아."라고 할 때 그때의 잘못은 내가 잘 알고 있어. 우리가 대화를 마치고 메모장에 적어뒀거든. 나중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말이야, 하고 메모장을 보여준다면 당신의 노력에 감동해 화를 내다가도 다시 당신을 사랑스러워할 것이다. 이게 여자다. 자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게 진실된 사랑이라 믿는 마음. 처음 자신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계속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많은 여자들이 지니고 있다. 적어도 그녀의 취향과 그녀가 어떤 행동과 말들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앞으로 싸울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장담한다. 조금만 노력해보자. 기억하려 하지 말고, 틈날 때마다 한 줄, 두 줄 메모장에 적어보자. 나중에 쓱 흝어보면 내가 그녀와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했구나,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구나 싶어 그녀가 더 사랑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사과를 할 때는 '내가 이런 상황이라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자신을 이해받으려 하는 말을 우선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 그런 행동을 했어. 미안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게. 네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이해가 돼. 앞으론 그런 일 없을 거야.'

'상황에 대한 이유 + 사과 +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공감 + 앞으로의 약속'의 박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사과가 된다. 단지 나는 이런 상황이었다고만 말하는 것은 왜 내 이해를 안 해주냐며 칭얼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고 상대는 당신의 실수를 너그럽게 바라보게 된다. 피해를 본 것은 당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해받아야 할 것은 당신이 아니라 상대방인 셈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를 당신이 이해해줘야 한다. 이렇게 사과의 방향까지 잡는다면, 사랑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은 간편한 게 아니다.

여자는 이해해야 하고, 남자는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힘들 게 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시간을 할애하고 노력하고 이해한다는 게 한편으론 멋있지 않은가? 일평생 살면서 나만 바라보고 달리는데도 벅찬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고 힘든 시간 속에 나를 사랑해주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내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들, 힘들었던 시간들과 피로를 한 번에 날려주는 회복제 같은 효과를 주지 않을까? 사랑이란 특별한 것을 함께 하지 않음에도 행복하게 만든다. 나에게 소중하다, 예쁘다, 멋있다고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마 나는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건 나에게 사랑한다, 너는 정말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어서가 아닐까. 바쁜 일상 속의 단비 같은 사랑. 원래 큰 감동을 주는 것들은 쉽게 이루기 힘든 법이다.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많은 것을 감내하며 공부해야 하고, 좋은 사랑을 얻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의 반응에 왜 이해하지 못하냐며 자신의 입장만을 말하기보다는 너의 입장과 나의 입장을 천천히 비교하며 생각해보자.

 아, 상대는 이런 생각을 갖는구나.

아, 그녀에겐 이런 것들이 소중하구나.

아, 그는 나를 사랑하지만 단지 이런 것들에 무딜 뿐이야.

뭐 어때 중요한 건 그녀도, 그도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인데.


'미안해'가 갖는 무게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남자는 '미안해'의 무게에 자신의 실수뿐 아니라 잘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까지 담아 묵직한 진심을 건넨다.

반면 여자의 '미안해'는 세밀하다.

'향후'의 연애, 앞으로도 사랑받는 연애가 중요한 그녀들에게는 그가 지금의 잘못을 인지하고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가 '미안해'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르지만, 생각해보면 '미안해'는 미안하다는 말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표현방법이 다를 뿐 그는, 그녀는 충분히 당신을 사랑하고 미안해하고 있다.


'미안해'와 '미안해' 사이.

그리고 '미안해'와 '사랑해' 사이.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에 사랑이 되고, 사랑함에도 많은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해지기도 하는 묘한 상관관계.


당신의 사랑은 이렇게 큰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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