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연 Apr 17. 2019

감정 쓰레기통

힘든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의 정도에 관하여


 우리는 늘 친구에게, 혹은 가족, 연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상대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들어줄게.'라고 얘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힘든 얘기를 하는 것의 적당한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아래 간단한 사례 이후 고민을 이야기하는 입장과 고민을 듣는 입장의 

적절한 태도에 대해 적었다. 

서로의 마음이 '쓰레기통'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솔직함'과 '존중'을 기억하자. 


고민이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세상을 잘 살아보려는 생각이 있기에 고민도 존재한다.

고민이 있는 사람은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절대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스스로 곱씹어보며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이라 여기세요.

그리고 정말 소중한, 혹은 지금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참! 내 얘기를 하기 전, 상대의 상황은 어떤지 먼저 살필 것.

그리고 상대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고마운 마음으로 경청할 것.

스스로도 해결책을 찾아볼 것.



고민을 들어준다는 것은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입니다.

나의 대소사를 잠시 미뤄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마음 가득 채울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당신의 넓은 마음 덕분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당신의 마음에, 당신의 따뜻한 말에.

상대방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나를 챙기고, 내가 나로서 풍요로워야 상대의 고민도 잘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늘 이 말을 기억하며,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에게 마지막 말로 꼭 들려주세요.


"당신은 가장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고민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사랑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제가 마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25살이라던 a 씨가 늦은 밤 문자로 상담을 요청했다.


a 씨의 5년 지기 친구가 대화의 주인공이었다.

그 친구를 b라고 지칭하겠다.


b 씨와 a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둘은 현재 대학생이었고, 학교가 달랐지만 동네가 같아서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그런 둘의 관계에 a 씨가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b 씨가 3년 만난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그리고 선택했던 학과와 진로가 맞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종종 a 씨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b : 나 너무 스트레스받아..

a : 왜? 무슨 일 있어?

b : 고등학교 때는 왜 몰랐을까? 문과가 취업이 안 된다는 걸, 그냥 나는 학문을 배우고 싶었고 언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필요가 없나 봐 사회에선. 나 어떡해? 지금 와서 전과를 할 수도 없고. 뭐 먹고살지? 졸업한들 길이 있을까?

a: 힘들지. 그래 맞아 고등학교 때도 그런 걸 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근데 우린 그때는 너무 이상에 젖어있을 때라서 현실 같은 건 귀에 안 들어왔을지도 몰라. 나는 언제나 너를 응원할게. 네가 좋아하는 걸 하며 돈도 벌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혹시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너의 모든 선택을 존중하고 늘 응원할게.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때마다 a 씨는 자신이 하던 일도 멈춰가며 b 씨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생각과 말을 동원하여 최대한 b 씨의 삶을 달랬다.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도와줄게, 와 같은 말들이었다.


매번 비슷한 고민을 상담하는 b 씨였지만, a 씨는 단 한 번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b 씨의 소중한 고민을 자신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지한 것에 큰 감사를 느꼈다.

그런데 그런 a 씨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b :  오빠... 어제 클럽 갔나 봐.

a : 뭐? 어떻게 알았어? 너한테 말했어?

b : 아니.. 아까 학생식당에서 같이 밥 먹는데 오빠 폰에 전화가 오는 거야. 근데 오빠가 번호 확인하더니 안 받는 거야. 그래서 내가 왜 안 받냐고 했더니 모르는 번호래.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1분 1초가 아쉬운데 왜 모르는 전화를 받아야 하냐는 거야. 근데 오빠 아이폰이라서 문자나 카톡 오면 화면에 내용 뜨는 거 알지? 그거 내용 숨김을 안 해놔서 내용이 보이는데. 여자 이름이었어 정확하겐 기억 안 나는데 내용이 '어제 즐거웠어요. 잘 들어갔어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나는~' 이런 내용인 거야. 그래서 내가 누구냐고 했지. 그랬더니 오빠가 자기 어제 동아리 회식했다는 거야. 근데 어제 나한테 동아리 얘기 없었거든? 원래 동아리 가면 간다고 항상 말했었단 말이야. 그리고 여자가 남자한테 관심 없으면 굳이 갠톡 안 하지 않아?

a : 뭐야 오빠. 여자랑 술 먹었나 보네. 너한테 말도 안 하고. 당장 가서 핸드폰 확인하고 못 보여준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헤어져. 너무 기분 나빠. 너는 뭐 남자 못 만나서 오빠만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

b : 야 그렇지 여자랑 술 먹은 거 확실하지? 네가 볼 땐 클럽 간 거 같아?

a : 저 내용만 봐서는 클럽에서 만난 여잔지 아니면 원래 알던 여잔데 어제 만난 건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너한테 말없이 여자랑 술 먹었다는 거야. 그리고 전화 안 받은 것도 뭔가 수상하고.

b : 가서 따져야겠어.


------------------------1일 후 --------------------------------------------------------------------


a : 어제 얘기해봤어?

b : 웅 어제 오빠가 피자랑 파스타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줬어.

a : 응? 그 여자는 누구래?

b : 아 물어봤더니 이미 지웠다고 오빠한텐 나밖에 없다고 그러더라. 그러면서 맛있는 거 사줬어.

a : 아.. 그렇구나.. 근데 그래도 나는 찜찜한데 확실하게 물어보지.

b : 오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너도 그만해.

a : 그래 실수였겠지. 네가 좋다면 다행이다.


------------------------------------------ 2주 후 --------------------------------------------------


b : 혹시 지금 시간 되니?..

a : 웅 나 지금 시간 되는데 무슨 일 있어?

b : 오빠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그때 그 여자랑 요즘도 연락하나 봐.. 오빠 화장실 갔을 때 그 번호로 전화가 3번이나 오더라. 물론 안 받았는데 카톡도 계속 오는 거 같았어. 근데 이제 바탕화면에서 내용 안 보이게 숨겨놓은 거 있지. 별 거 아니겠지?

a : 야... 뭐가 찔리니까 내용 숨김으로 바꾼 거 아닐까? 가서 확인해봐. 그리고 확실하게 말해. 믿음 안 주면 나는 헤어지겠다고 네가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될 거 같아.

b :그래도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안 보여주면 헤어진다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a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넌 그럼 이 여자 저 여자랑 연락하는 남자랑 만나게? 자존심도 없어?

b : 뭐? 이 여자 저 여자? 네가 봤어? 오빠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는 거 네가 봤냐고. 지금 오빠 만나러 갈 건데 너 말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a : 너 그렇게 하려면 앞으론 나한테 네 오빠에 대한 얘기 일절 하지 마.

b : 뭐? 나는 네가 편하고 좋아서 내 속 얘기 공유하는 거야. 아무한테도 이런 얘기 안 하고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너는 내 얘기가 별로 궁금하지 않구나. 서운하다.

a : 나도 내 일로 힘들고 지쳐. 누군 진로 고민, 애인 고민 없는 줄 알아? 너는 내가 상담을 해주면, 그걸 수용하는 게 아니라 늘 토를 달잖아. 그럼 전문상담사한테 가서 상담받던가. 나도 네가 얘기해주면 고맙고, 정말 좋은데 솔직히 말하면 좀 지쳐. 제2의 직장생활 시작된 기분이랄까.

b : 서운하다. 언제는 나한테 비밀이 많은 거 같다더니

a: 정도가 있지. 내가 조언해도 안 들을 거잖아. 같은 조언 반복, 지쳐. 누가 봐도 yes가 답인데 넌 자꾸 no로 가고 싶은 거잖아. 그럼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뭐하러 물어보는 거야? 그럼 친구가 나쁜 남자 만나는데 화가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까지가 a 씨와 a 씨의 친구 b 씨가 얼마 전까지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이 이후로 둘은 서로에게 연락 한 번 한 적 없다고 한다.

또한 a 씨는 b와 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a 씨의 마음이 공감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b 씨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a씨는 친구의 반복된 고민과 개선가능성이 없는 모습에 지쳤다.

그리고 b씨는 친한친구에게 그저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었다. 해결이 나지 않는 이야기일지라도 나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b씨가 너무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 누구나 한번쯤은 투정부리고 싶을 때가 있기에 b씨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우선 b 씨의 입장에서 얘기해보겠다.

내가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혼자서는 도저히 실마리가 풀리지 않거나 너무 힘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땐 내가 평상시 애정을 주었던 사람에게 전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티를 내지 않을 뿐 누구나 제각각의 힘든 고민이 있다.

그런데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무턱대고 전화해서 나 오늘 이래저래 해서 힘들었다고 늘어놓게 되면,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

평상시엔 연락도, 만남도 거의 없다가 무턱대고 힘든 얘기를 하게 되면, 공감하지 못할 사람이 더 많다.


그러니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힘든 일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추후 자신에 있어서도 좋다.


사람을 탐색했으면,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그리고 요즘 잘 지내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그 사람의 안부를 먼저 묻는 게 예의다.

왜냐고?

지금 그 사람에게 나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의 가까운 사람이 얼마 전 사망했다.

그런데 내가 a에게 전화해서 요즘 야근도 많고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 무턱대고 늘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a는 전화를 끊고 싶을 것이다.

"나는 더 힘들어. 얼마 전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어."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나의 고민을 말하기 전엔 늘 상대방의 현재 상황과 기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에게 현재 특별히 나쁜 일이 없다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본다.


"나 남자 친구 때문에 너무 고민이 많아."


이 내용이 고민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고민에 대한 답은 무수히 많을 수밖에 없다.

왜냐면, 사람마다 생각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 여성이 남편이 바람난 것 같다는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답변이 100여 개가 달렸다.

'일단은 천천히 증거를 수집하고 그전까지는 절대 티 내지 말아요. 오히려 지금 티 내면 의부증 됩니다.'

'이혼하지 않을 거면 모른 척 넘어가요. 엄마가 자립할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 같아도 이혼가정엔 애들 결혼 안 시킴.'

'나 같으면 당장 화내요. 남편 오면 뒤집어요.'

'엄마, 일단 능력부터 길러요. 진로상담부터 받아봐요.'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생각을 지니며 산다.

그러므로 내 고민에 대한 상대의 답변이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티를 내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일이다.

"감사하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음에,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나에게 이야기해줬음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를 표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 친구와 당장 헤어지라는 답변이든, 남자 친구와 조용히 대화해보라는 답변이든.

어떤 것이든 관계없이 고맙다고,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추후 내가 이 고민에 대해 또 얘기를 하고 싶을 땐 적어도 고민한 흔적이라던가 '진전의 방향'이 있어야 한다.


위에 a와 b의 대화를 예로 들어보겠다.

a가 b의 고민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가장 지쳤던 것은 b의 고민 내용의 변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생각을 해봤다거나 행동을 시도해봤다면 그다음 상담이 가능한데 그것이 아닌 또 같은 내용의 고민인 데다가 a가 제시한 해결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니 a의 입장에서는 고민 해결의 실마리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차라리 '네가 전에 말해준 것 생각해봤는데 어떠어떠한 점이 걸려서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어'라고 얘기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과 같은 것은 변화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는 그저 묵묵히 지금 너무 힘들다고 기대면서 너무 힘이 들어서 그러는데 잠시만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좋은 친구라면, 친구의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으로 친구가 힘들어할 때 충분히 기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스스로도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여행을 간다거나 음악을 듣는다거나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글을 써보는 등 마음을 달래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

노력을 해봐도 안 될 땐 지인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에 대한 감사함을 간직하고, 상대의 답변 한 마디 한 마디를 진중하게 들어야 한다.


a: 남자 때문에 고민이 많아.

b: 그 오빠가 이상하네 헤어져.


헤어지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나는 조금도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그래도 오빠 좋은 사람인데..."라고 말함으로써 대화의 김을 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애초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미리 정해두고 질문한 답정너 유형이다.

잘 대화해보라거나 그래도 오빠 같은 사람 없다는 말을 듣고 싶었겠지만,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땐 당신의 오빠가 그렇게 괜찮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럴 때는 우선 b의 답변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a : 헤어지라고? 그래. 고민 좀 해봐야겠어. 어떻게 보면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너의 조언 잘 받아들여서 신중한 결정 내릴게. 고마워.


이렇게 대답해보도록 하자.

마음속에서는 '우리 오빠만 한 사람 없거든?'이라는 생각이 퍼지더라도, 참아라.

상담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자.

당신이 먼저 고민을 얘기했다.

그리고 우리 오빠만 한 사람 없다고 당신이 말을 하면, 상대는 할 말이 없어진다.

할 말이 없어지는 대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명심하자.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결코 시간이 많아서가 아님을.

나에 대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말이다.



1.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 탐색하기

 - 평상시 어느 정도의 교류가 있음을 전제로 함.

 - 상대방에게 요즘 큰 고민이 없는지를 살펴본다.


2. 자신의 이야기를 조목조목 한다.


3. 상대방의 반응과 리액션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4. 혹여나의 생각과 다른 방향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를 수용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음을 알린다.


--------------------------------------------------------------------------------------------------------------------


그렇다면, a 씨의 입장.

즉,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늘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준다.

내가 먼저 요즘 힘든 일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전화통화를 할 때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목소리가 좋은지, 좋지 않은지 등을 통해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여 혹시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유도한다.


그런데 만약에 위의 사례의 a 씨처럼 상담 중 지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b야 정말 정말 미안한데 너의 고민 3일 후에 들어도 될까? 내가 사실 요즘 힘든 일이 좀 있어서 나도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아. 중간에 끊어서 정말 미안해.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네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내가 힘이 너무 없어서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할 것 같아. 그래도 너를 응원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없어. 늘 네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자신만의 휴식을 갖도록 한다.

b와의 대화를 통해 지쳤던 몸과 마음을 글로 쓰거나 음악을 들음으로써 건전한 방법으로 표출하자.

시간이 지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서 비로소 b의 말을 들을 힘이 다시 생기게 된다.

그때 b에게 이야기하면 된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다시 들을 준비가 되었어. 연락 줘."


나는 늘 이렇게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려 한다.

중간에 에너지를 채운 적도 없었다.

오죽 힘들면 또 얘기하겠나 싶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을 뿐이다.


<고민을 들어주는 방법>


1. 상대가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내가 하던 일을 모두 멈춘다.

2. 종이에 메모하거나 곱씹어가며 상대의 상황을 정리한다.

3. '해결책'을 찾아준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을 달래준다'는 생각에 집중할 것.

4. 이러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말도 좋지만, 상대의 지치고 힘든 마음에 공감하며 최대한 달래본다.

5. 마음을 달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주말에 만나서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쇼핑을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6. 너는 정말 가치있고 소중한 사람이며 너의 소중한 고민을 나에게 이야기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표현할 것.

7. 너를 응원한다, 늘 곁에 있어주겠다고 이야기하자.


하지만, 정확히 3년 전 나도 a처럼 이야기를 듣다가 너무 지쳤었다.

그는 3살 연상의 구남자 친구이었고, 그 사건 이후로 헤어졌다.


그의 고민은 썸을 탈 때부터 시작되었다.

썸을 탈 때부터의 그의 고민은 줄곧 '취업'이었다.

원하는 직장에서의 서류심사에 탈락하였고, 또 다른 회사에 서류를 넣어둔 상태였다.

그는 내게 매일 탈락하면 어떡하냐고 괴로워했다.


그러다 그가 서류에 합격하였고 그와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필기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필기에 합격한 이후에는 면접에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늘 고민이 많은 그였다.

그와의 연애 내내 그는 걱정과 투정만 얘기했고, 나는 늘 한숨이 나왔다.

드디어 면접까지 통과하여 최종 합격을 한 그였지만, 연수원에서의 시험을 걱정했다.

연수원 시험까지 통과한 이후에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때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오빠가 a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그 고민이 끝날 줄 알았어. 근데 아니야. 오빤 a가 끝나고 b로 가도, c, d, e로 가도 늘 새로운 고민이 생겨. 그런 논리면 이 세상 사람들은 하루 종일 한숨만 쉬면서 살아야 돼. 근데 있잖아. 이건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그래도 목표하던 곳에 합격했으면 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근데 늘 불평이야. 심지어는 합격한 거 후회한다며, 일이 너무 힘들다고. 그게 할 소리야? 아니. 오빤 합격 안 했으면 지금 우울하다고 하고 있을 게 뻔해. 합격하고도 계속 힘들다고 하니까 난 이제 오빠를 사랑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아무리 힘들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었으면 해. 미안해."


그와 사귀었던 몇 개월 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넌더리가 난 상태였다.

면접 합격하면, 연수원 시험 합격하면, 최종 합격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나였다.

하지만 도저히 진전이 없었고, 그는 상황이 바뀌어도 늘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더 이상은 그를 포용할 자신이 없어서 그를 내려놨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고, 심지어 얼마 전에도 '잘 지내?'냐는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더 이상 그에게 없었다.



이렇게 웬만하면 상대의 상황에 공감하고 들어주려 하되,

너무 같은 상황의 반복에 자신의 감정이 지친다면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하자.


1. 며칠간 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어느 정도 에너지가 채워지면 다시 상담을 들어주기.

2. 그에게 도움이 될만한 영화나 책을 찾아 선물해주기.

3. 당신의 이야기가 나를 힘들게 하고, 사실은 내게도 힘든 일이 있어서 더 이상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이것이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힘은 없지만, 언제나 당신을 응원한다는 말을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다.

상대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한다거나 너무 지친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엔 자신이 힘이 있고, 건전한 상태여야 사람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을 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자.

내 몸을 챙기고 내 일을 하다가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났을 때 전화를 걸어 그의 안부를 묻자.

그때만큼은 멀티태스킹을 지양하고, 온전히 그의 삶에 물들도록 하자.



오늘도 '고민'으로 걱정하시는 세상의 모든 a와 b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보다 따뜻한 밤이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