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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pr 03. 2019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

사랑에 이유가 있다면


3년 전쯤 만났던 남자 친구와 한강에 앉아서 치킨을 시켜 먹을 때였다.


그쪽이 먼저 물어봤다.


"너는 나의 어떤 점이 좋아?"


나는 분명 그가 좋았고, 그와 함께 하는 모든 일상이 감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질문에 바로 답하기 힘들었다.

글쎄, 나는 과연 그의 어떤 점이 좋았던 걸까?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생각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왔기에 나는 섣불리 그의 어떤 점도 특정하지 못했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그의 눈을 쳐다봤다.

그의 배경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거닐었고, 전체적으로 좋은 분위기였다.

그의 눈은 편안했다.

그래, 답이 떠올랐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관계여서, 내가 대답을 빨리 하지 않아도 혹은 네가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불안하거나 재촉하지 않을 관계.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편안해서. 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강박관념이나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없더라도 그냥 존재만으로도 큰 의미가 되어주어서."


그의 표정은 알쏭달쏭했지만, 나는 그날 그에게 내 마음이 쉬어감을 느꼈다.

행복하다는 감정이 늘 즐거운 일상이 반복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무던하고 편안한 삶, 마치 매트리스 위에 올라와있는 것처럼 안정적인 시간들이 지속될수록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행복'을 떠올린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런 시간들 편안해.


나는 늘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삶과 편안한 삶을 강구했다.


편안한 삶에 대한 결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늘 나의 삶은 편안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편안하고, 조금 더 안정된 시간을 그리워했다.

언제 어디에서든 내 곁에 있어도 좋은 사람.

없을 때 아쉽다는 감정보다는 있을 때 '다행이다'는 감정을 가져주는 사람.


나도 그에게 물어봤다.

그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어디가 좋아?"


그는 닭다리를 들고 먹는 중이었다.

기름이 손에 묻을까 물티슈를 준비해오고, 나무젓가락으로 치킨을 집어먹었던 연애 초기와는 달랐다.

이렇게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서로의 관계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닭다리를 함께 먹고 싶은 사람이라서."


"그게 뭐야?"


"소중한 거, 좋은 거, 제일 맛있는 거 보면 신기하게도 네가 생각나더라고. 나도 이유는 모르겠어. 근데 있잖아. 몸이 떨어져 있을 때도 나는 신기한 거, 재밌는 거, 기쁜 일, 슬픈 일 오만가지 것들이 생기면 가장 먼저 네가 생각나. 아 내가 이 사람에게 일상을 공유하고 싶구나, 이 사람을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싶었어. 인위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정말 정말 자연스럽게 네 생각이 나니까. 앞으로 더 지켜주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생각해보니 나도 늘 그가 생각났다.

심지어 길에서 귀여운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조차 사진을 찍어 바로 그에게 보냈었으니까.


누군가의 일상에 함께 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녔다.


"고마워."


관계에 있어서 '의미'는 중요하다.

왜 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가.

친구든 연인이든 혹은 지인이든.

누군가와 함께해야 할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당신에게 내 삶을 공유하고 싶어서.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당신이 좋아하는 시간들에 나도 물들고 싶어서.


너의 고민들, 행복들을 공감해주는 그런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만남을 갖고 싶어서.



그게 너라서.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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