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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Feb 02. 2017

사랑은 각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입장 바꿔보기 



 매번 여자가 데이트 코스를 짰다. 

우리 내일 뭐할까? 하는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글쎄, 하고 말았다.

데이트를 함에 있어서 '추억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여자는 

맛집과 카페, 체험코스 등을 찾아 남자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여자가 정한 것을 그대로 따를 때도 있었지만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한다, 라이브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은 자기 취향이 아니다, 하며 

데이트 코스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여자는 서운했다. 

나랑 하고 싶은 게 없는 건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데이트에도 관심이 없는 남자의 태도가 뭘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반면 남자는 억울했다.

뭘 먹고, 뭘 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건가?

남자는 그저 여자와 '함께' 한다는 게 중요했다.

공원에서 캔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녀와 함께이기 때문에 그곳은 레스토랑이 되고, 

유명관광지가 되고, 의미있는 장소가 되곤 했기에.

그러니 굳이 만나기 전부터 뭘 먹을지, 뭘 할지 정하는 것보단 

일단 만나서 같이 걷다가 끌리는 식당에 가서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궁금했다.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나와 함께 보고 싶단 생각이 안 드는지.

여자는 벚꽃축제, 불꽃축제와 같은 행사를 보면

거기에선 남자와 어떤 추억이 생길지 궁금했다.

이 영화를 볼 때 남자의 표정은 어떨지, 

이 음식을 먹을 때 남자의 반응은 어떨지. 

남자와 새로운 것들을 함께 하며 

지금껏 몰랐던 남자의 색다른 모습을 알고 싶었다.


남자는 궁금했다.

어차피 밥 먹는 거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데 

굳이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가야 하는 건지.

남자는 데이트를 한다는 건 한 주간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눌 때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대화만 해도 힘이 생기는데 

왜 굳이 먼 곳을 다니며 피곤하게 데이트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여자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아왔던 네 모습 외로도 

새로운 네 모습을 알아가고 싶어.

재미있는 경험을 함께 하며 추억할 거리를 만들어가고 싶어.


남자는 노력했다.

여자의 말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축제정보를 찾았고 

만나기로 한 지역의 맛집을 찾았다.


여자는 고마웠다.

남자가 노력해줬음에, 자신과 함께 했음에.


남자는 기다렸다.

언젠가는 여자도 먼저 양보를 해주기를 바라며.

추억할 거리란 꼭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진실된 대화를 통해서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녀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어렸을 때 사진을 봤다, 정말 귀여웠다. 

이런 것들이 추억이고, 낭만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여자는 물어봤다.

혹시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게 힘든건지.

남자가 원하는 데이트 방식은 뭔지.

여자는 그저 기왕이면 더 재미있는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 경험을 할 때의 남자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고, 

그렇게 남자의 새로운 점들을 배우고 싶었다. 

그녀는 남자가 데이트를 번거롭게 생각하는건지 궁금해졌다.


남자는 전달했다.

데이트 코스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어차피 밥을 먹고 카페에 갈 거라면 가까운 곳에도 많은데 근처로 가는 게 더 편하지 않은지.

어딘가로 이동하며 소모되는에너지를 아껴서 

그 에너지를 서로에게 집중하는 데 쓴다면 훨씬 좋지 않을지. 


여자는 경청했다.

남자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자신과 성향이 다름을 인지했다.

그리고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많은 대화를 나눴다. 

너의 성향은 어떤지, 나의 성향은 이러함을. 


여자는 고민했다.

나와 성향이 정반대인데 이 사람과 계속 만날 수 있을까?

남자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했고, 여자는 동적인 활동을 좋아했다.

남자를 만나기 전엔 혼자 여행도 다녔었던 그녀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다니고, 

틈틈이 미술관 전시도 보곤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남자는 그저 여자와의 데이트를 '만나는 것'에만 중점을 뒀다.

어차피 만나서 밥먹고, 대화를 하는데 왜 굳이 멀리 가야 하냐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서로가 잘 맞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대화했다.

매번 비슷한 식당, 카페에서 대화만 하는 건 싫다고.

트렌드에 맞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그렇다고 남자에게 데이트 코스를 짜라고 한 적은 없는데 

반응이 없는 남자의 태도에 서운했다.


남자는 표현했다.

물론 서로 성향이 다른 건 알지만, 그럼에도 여자를 사랑한다고. 

여자의 손을 잡으며 진실된 말들을 쏟아냈다. 


여자는 흔들렸다.

사랑한다는 그의 말에.

사랑이란 애초 성향이 다른 '남'과 '여'가 퍼즐 맞추듯이 맞춰가는 과정이었기에.

남자에게 우리의 성향을 조율하자고 했다.

한 주는 여자가 하고 싶은 데이트 코스를 따른다면, 

한 주는 남자가 하고 싶은 대로 근처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물론 둘 중 한 명은 자기 성향과 다른 코스에 지루하거나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서로 많이 사랑하니까 한 번 씩은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수긍했다.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여자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는 여자를 많이 사랑했고, 여자가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남자는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자를 사랑하니 여자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변하고 싶었다.

그렇게 남자도 데이트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여자는 감동받았다.

여자를 사랑해서 변할 수 있다는 남자의 말들에 진심이 느껴졌다.

여자는 자신도 변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는 데이트하기로 한 날이 되면, 남자에게 물었다.

노트북에 영화 받아논 거 있는데 집앞 카페에서 같이 볼래?


남자는 감동받았다.

어떻게 보면 데이트 코스를 짜는 건 

대다수 커플들이 하고 있는 건데 자신만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여자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처럼 미리 코스를 짜본 적이 없었음에 미안했다.

그런 자신의 곁에 묵묵히 있어줬던 여자에게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


남자와 여자는 감동받았다.

처음에는 서로의 생각에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들도 다른 커플들처럼 다퉜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상대가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성향이 다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여전히 함께하고 싶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하는 관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생각을 물었고, 상대의 성향을 맞추려 했다. 

그래서 고마웠고, 더더욱 깊은 관계가 되었다.



이렇게 사랑은 누구 한 명의 이해, 헌신, 배려로 탄생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진심과 경청을 통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었다.


왜 이해하지 못하냐, 

왜 네 생각만 하냐고 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 것에는 반드시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므로 당연한 것 아닐까요?


성향이 맞지 않아 헤어질지 망설이고 있는 연인에게.

성향이 맞지 않는 것보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면, 

대화를 통해 맞춰가세요. 

한 번씩 돌아가며 져주고, 맞춰주면서 비로소 깊어진 사랑의 깊이를 느껴보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 사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게 

나눌 것도, 대화할 것도 많아지곤 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수영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은 수영을 싫어할 때 

여름 휴가를 가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며 추억을 쌓을 순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대신 수영 외로 다른 활동들을 같이 해보거나 

혹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하고나서 각자의 경험을 대화로 공유하면, 

그만큼 대화할 거리도 풍부해지고 사랑의 질도 커질 수 있겠죠.


반드시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만 사랑이 아닙니다.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방향이 다를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나는 그 사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내가 바라보는 부분을 그 사람은 못 볼 수 있고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보는 부분들을 내가 놓칠 수도 있는 거에요.


내가 변하면서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랑은 진실된 사랑입니다.


상대를 바꾸려 하지말고,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겁니다.

이번엔 너의 의견을 존중하여 행동할게.

다음번엔 나의 의견을 존중해줘.


친구와도 마찬가지에요.

대표적으로 '여행'을 들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은 여행의 목적이 '관광'인 반면, 어떤 사람은 '휴양'입니다.

이럴 땐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서로의 성향을 반씩 섞어 

상대의 관점과 나의 관점으로 이뤄진 여행을 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관심사와 성향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겠죠?

혹은 각자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하루에 한 번 정도 만나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경험에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겁니다.


두번 째 방법을 따르면, 상대방의 관심사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자신의 삶에 집중하여 여행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휴양', '관광'의 성향이 비슷한 사람과 여행을 갑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 누군가는 여행지의 모든 관광지와 먹거리를 체험하고 싶어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숙소 앞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낭만이 충족되기에 

굳이 성향을 바꾸거나 억누르면서 여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디 가자, 뭐 하자, 이런 말들이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고

우리 오늘은 그냥 숙소 앞 수영장에서 쉴래? 이 말이 누군가에겐 '시간낭비'로 여겨질 수도 있어요.


누가 옳고 그른게 아니라 성향이 '다를 뿐'이기에 

'설득'하려 하지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행지에 가서 싸우는 유형은 대부분 이런 상황입니다.

'성향'이 다르므로. 

상대가 짠 스케줄이 벅찬 거에요. 


저는 되도록이면 저와 성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려 합니다.

물론 성향이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잠시동안 신기하고, 흥미가 생길 순 있지만

저는 저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물들어가고 싶어요. 

굳이 노력하고, 공들이지 않아도 가장 자연스럽게 비슷한 삶을 추구하는 관계. 


저는 여행다니고, 다양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 사람과도 함께 추억을 쌓으며 관계의 질을 높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소개팅을 할 때나 

썸을 타는 사람에게 꼭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쉬는 날엔 보통 뭐 하세요?" 에요.


쉬는 날, 휴식.

어떻게 하는 걸 휴식이라고 생각하느냐 

이에 대한 관점 차이는 '연인' 간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사람은 휴식을 집에서 맛있는 걸 시켜먹거나 영화를 다운받아보는 '정적'인 생활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어떤 사람은 휴식을 가보고 싶었던 장소에 가서 바람을 쐬고, 

그 지역 맛집에 찾아가는 '동적인 생활'로 생각하곤 합니다. 


휴식을 하는 것만큼은 가장 편하게, 자신이 끌리는 선택을 해야  

진정한 휴식이 되기 때문에 

휴식에 관한 '성향'만큼은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누군가는 힘들 때 바닷가에 가서 바닷바람을 쐬며 마음을 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집에서 푹 자고, 영화 한 편 보는 걸로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성향이 맞는 사람.

성향이 다른 사람.


성향을 맞추는 사람.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겠지만,

성향만 다를 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것도 좋습니다.


대신 주기적으로 그것과 관련된 대화를 하여 

더 수정할 것은 없는지, 저번주 데이트는 괜찮았는지 

꾸준히 열린 자세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늘 관계에 경청하고,

당신의 삶에 집중하여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한 당신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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