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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Mar 08. 2017

우리가 헤어짐을 결정할 때

한 템포만 물러서서 생각하자 


 헤어짐을 결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믿음이 깨져서, 마음이 다해서, 현실적인 문제 등 


보통 헤어질 때는 헤어져야 하는 상황과 이유만 생각하고,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추후 후회와 미련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자의 게으름으로 인해 미래를 약속하기엔 힘들 것 같아 이별을 통보했다. 

이때는 오로지 남자의 '게으름'과 그로 인해 힘들어질 앞으로의 시간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한 템포 쉬는 것이 좋다. 


노트에 그 남자의 좋은 점과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적어 객관적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헤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남자에게 말해본 적이 있는지, 고쳐질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이다.


바람, 도박, 폭행, 술버릇을 제외한 다른 이유라면, 

남자에게 한 번 이야기해보는 게 좋다. 


오빠의 이런 부분으로 인해 어떤 점에서 곤란하다, 혹시 노력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남자와 '함께' 노력하여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다.  


대화를 하지 않고 무턱대고 헤어짐을 통보하면, 

처음에는 후련하고 시원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단점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충분히 고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그 사람 자체의 됨됨이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헤어지게 되면, 추후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할 데까지 해봐도 도저히 안 돼서  

헤어지는 경우는 미련이 남지 않는다. 


이별은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


연애를 게임이라고 가정해보자. 

게임에서 한 번 죽었다고 극단적으로 게임을 접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노하우와 기술을 연구해서 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좋은 성적을 내려한다.


마찬가지로 연애 또한 노력한 만큼,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 다한들 갈등이 없을 것 같은가?


아무리 잉꼬부부라 해도 다툼은 있다.


하지만 잉꼬부부와 일반 부부의 다른 점은 

갈등 해결 능력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극복하고 더 발전하는 관계를 갖는가,

혹은 갈등이 생겼을 때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단어들로 관계를 멈추려 하는가.


갈등 상황에 대해 충동적인 단어를 쓰면,

상대방으로부터 관계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와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여 

불신이 생긴다. 


반면 갈등이 생기더라도 

차분하게 대화하고 풀어나가는 데 집중한다면, 

오히려 더 깊어진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혼의 경우는 상대로부터 마음이 없어졌다해서 결정하기보다는 

보통 어떤 사건으로 인해 관계 유지에 대한 믿음/확신이 흔들렸을 때 결정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겪자마자 극단적으로 

헤어지자고 얘기하기보다는 차분히 이혼을 해야 하는 증거를 모으는 것이 현명하다. 


천천히, 조금씩 증거를 모아 이혼을 요구해야 

자신이 생각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증거를 모으기도 전에 이혼을 요구하면, 

오히려 이혼 이후의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증거를 모을 때는 누가 봐도 납득할만한 증거여야 한다.

그 사건에 전혀 관계없는 제삼자 10명에게 보여줘도 10명 모두가 '맞다'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여야 주장에 유리하다. 


괜히 감정에 치우쳐서 애매한 증거들로 주장할 경우엔 오히려 역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이별을 결정할 때는 평소보다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처음에는 계속 죽기만 하던 캐릭터가 어느 순간 게임 랭킹 1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과 게임은 아이러니하다.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언제 어디에서 장애물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흥미가 생긴다. 


게임과 사랑의 다음 공통점은 제대로 빠지면,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콩깍지가 씌면 상대의 다른 부분들이 보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 들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게임에 빠져도 현실에서 벗어나 게임 속 세계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큰돈을 투자하거나 학교나 회사를 빠져가면서까지 게임을 한다. 


하지만 콩깍지든 게임중독이든 벗어나게 되면 그제야 주위 사람들이 했던 말들과 주변 상황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둘은 위험하다. 


빠져있을 땐 모르다가 벗어나면서부터 슬슬 그의 단점이 보이고 

그때부터 그것을 포용한 채 만날 것인가 헤어질 것인가 결정하기 때문. 


즉, 헤어져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연애를 할 때 

상대의 성향과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적어놓는 쪽을 추천한다. 


장점, 단점, 평소 그 사람과의 애정 척도 등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때마다 노트에 구체적으로 표기해두면,

적어도 콩깍지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일은 줄어든다.


계속 빠져있는 상태로 결혼을 했다가 그제야 콩깍지가 벗겨진다면, 

참 곤란하다. 


그러므로 평상시 부지런히 메모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의 애인이라는 말은 하지 말되, 메모 내용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 어떤 거 같아?' 하고 넌지시 물어보자.


사랑을 할 때는 당사자 두 사람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나마 제삼자가 가장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또 사랑과 관계가 불안할 때 필요한 조언을 얻기도 한다.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며, 그 감정을 즐기더라도

한편으론 이성의 끈을 잡아 콩깍지에 깊이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자.


그래야 헤어짐도 더 깔끔해질 테니까. 


나는 여러 번의 헤어짐을 겪으면서

늘 깔끔하게 헤어지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아픈 이별은 없었다.

물론 헤어지고 다시 생각나고, 보고 싶을 때는 있었지만 

후회가 되거나 미련이 남는 경우는 없었다.


나는 사랑할 때 미련 없이 사랑하기에 

헤어질 때도 깔끔한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헤어지고 후련하기도 하다.


그전에 이미 대화를 하며 개선해보려 했고, 다방면으로 노력했었기에 

더 이상은 잔해가 남지 않은 것이다.


과거에는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화를 내며 헤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조곤조곤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 만날 거야. 행복하기를 바랄게.'

하고 좋게 이야기 한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헤어질 사람인데 진을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쓸 에너지는 차라리 나에게 투자해 즐거운 하루를 만드는 쪽이 더 유익하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헤어지건 

기왕 헤어지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로부터 가졌던 감정과 상황들을

헤어짐과 동시에 잊어버리는 게 본인 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헤어지기로 결심하면, 

상대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오빤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며 

이별을 예쁘게 포장하려한다.  


그래야 과거 아름다웠던 추억들도 좋게 남는다. 

헤어질 때 서로 욕을 하며 끝내는 관계는

아름다웠던 기억들조차 아픈 상처가 된다. 


사랑에 있어서 늘 최선을 다하려 했다.

헤어짐의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해 관계의 마무리에 애썼다.  


알아가고, 사랑하며, 다투고 헤어져야 했던 그 순간들 모두 

그대로 감싸 안아 사랑하려 했다. 


일출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새로움을 준다면, 

일몰은 여운을 남겨준다. 


사랑의 시작은 늘 일출처럼

마무리는 늘 일몰처럼 은은하고 아름답게. 


상대의 앞날을 응원해주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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