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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Mar 09. 2017

사랑은 현실감각을 견뎌내는 과정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당신에게

성인의 사랑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회사는 가지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 남편은 더 이상 사랑하기 힘들 것이다.


현실적인 부분들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되어야

그다음 이상적인 사랑의 감정이 채워진다.


어떤 사랑이든 시간이 지나면 콩깍지가 벗겨지기 마련인데

마찬가지로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 그 사람을 포용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부분을 절반 정도만 가리고, 그의 단점에 대해 적어보자.


그때 그의 단점들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라면, 사랑을 시작해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 그 사랑도 끝날 것이기에.


그렇다 해서 '이상'을 완전히 배제하면, 또 사랑이 너무 재미없다.


누구나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조금씩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하여

충족시켜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맞춰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서 남편이 원하는 이상적인 아내가 요리 잘하는 여자라고 가정해보자.

내가 그 남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고 싶으면, 요리교실을 다니고 요리 동영상을 보며

조금씩 판타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혹은 아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편이 매일 저녁 같이 밥 먹는 남자라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남자는 퇴근 후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다.

그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여자의 판타지에 맞추고 싶진 않다.

그럴 땐 여자에게 솔직하게 말해보자.

"나는 솔직히 말해서 너의 판타지가 부담돼."


그때 여자가 받아들이면,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퇴근 후의 삶을 살며

가끔 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여행, 외식) 판타지를 충족해주면 되지만

여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로가 생각하는 결혼 관념이 다르므로 헤어지는 편이 낫다.


절대 이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비하하거나 강요하지 말자.

각자의 판타지는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맞출 수 있는'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서로의 판타지를 충족해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현실뿐인 결혼 생활을 하면 마치 내가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고,

집안일 노예가 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저렇게 소소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면,

그 안에서 사랑이 생기고 콩깍지가 벗겨져도 새로운 설렘이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남자와 여자의 '성 판타지'에 대한 얘기도 솔직하게 나눠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는 누구나 성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솔직하게 요구하지 않거나 서로 대화가 되지 않으면,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고,

외도를 하거나 대화가 거의 없는 부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 전 서로의 이상적인 결혼관과 성 판타지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고,

맞춰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남자가 힘들게 자신의 성판타지에 대해 얘기했을 때

절대 변태 취급을 하거나 무시하지 말자.

현실뿐인 삶에서 '판타지'조차 없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누구나 판타지가 존재한다.

적어도 부부라면, 서로의 성 판타지에 대해 경청하고 맞춰줄 수 있어야 한다.


간혹 자기 남자는 분위기를 낼 줄 모른다고 말하는 여자들을 만나곤 한다.

왜 분위기는 남편만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끌어들이고, 노력해봐도 안 된다면 문제지만

여자가 통나무처럼 가만히 있는데 남자 혼자 노력하면,

그건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 남자 혼자 일방적으로 사랑을 분출하는 것 같다.


사랑에 있어서 현실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저런 재미라도 있어야 현실이 그나마 견딜만하지 않을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경청할 것.

그리고 노력할 것.


사랑은 현실감각을 키워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또한 사랑은 '시장가치'와 '투자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이다.


듬직하고, 믿음직한 현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 남자 친구가 계속 생각난다는 상담 의뢰가 있었다.


현 남자 친구가 자신에게 잘해주지만, 계속 전 남자 친구가 생각나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상담을 신청했다.


그런데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유는 전 남자 친구의 '바람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단 번에 전 남자 친구에 대한 생각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정리했다.


사랑은 믿음을 주는 사람과 해야 행복하다.

사랑이란 건 언젠가 식기 마련이기에 일평생 사랑만을 주고받으며 살기에는 벅차다.

믿으며 맞춰가고 그렇게 같이 걸어나가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 면에서 전 남자 친구를 다시 택하는 것은 '도박'이다.

선택했는데 후회한다면, 생각과는 달랐다면, 그땐 지금 남자 친구에게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둘 모두를 잃고 후회하게 된다.


만약 현 남자 친구가 나에게 잘해주지 않는다면, 저런 도박도 한 번쯤은 해볼 만 하지만

지금 굉장히 잘해주는 남자에게 굳이 상처를 주면서까지 바람을 피우거나 헤어지면서

나에게 상처를 줬던 남자와 다시 만나는 것은 투자할 가치가 없다.


사람이 살다 보면 관계를 구별하는 눈이 생기는데

나에게 정말 진심만을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은 버리면 안 된다.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가슴에 앙금이 남는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하는 법이다.


헤어지게 되면, 그녀가 앞으로 살면서 힘들 때마다

현 남자 친구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남자 친구는 단순 사랑일 뿐이다.

그에게 믿음이 있어서 연락을 하는 건 아니고,

그저 그 사람과의 사랑 감정이 좋았기에 연락하는 건데

사실 사랑은 변할 수도 있다.


전 남자 친구가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들은 사랑하지 않는데 사귀었을까?

그렇지 않다.

분명 사랑했기에 사귀었지만 결국 바람을 폈거나 헤어졌다.


또 조심해야 할 건 다시 그 남자를 만난다 해서

남자가 눈을 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또 다른 좋은 사람이 생기면, 아 저 여자 없으면 안 되겠다, 하고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사랑에는 '확실성'이 결여되어있다.

이런 사랑은 '도박'이다.


선택이 맞으면 큰 사랑과 행복을 얻지만,

잘못된 선택일 경우엔 갖고 있던 것까지 모두 잃고 상처만 커지는 것.


어떤 경우에서도 도박은 하면 안 된다.

아니면 적어도 도박을 하되 '보험'은 남겨둬야 한다.


모든 돈을 투자해서 도박을 하기보다는

적절히 제어하고 상황을 봐가며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


전 남자 친구가 여자에게 믿음을 주고, 평생 사랑을 주리란 보장이 없지만

현 남자 친구는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고 믿음직하다.


그러므로 현 남자 친구에게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버리고

나에게 상처를 줬던 전 남자 친구에게 되돌아가는 건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


만약 지금의 남자 친구가 조금이라도 못해준다면,

나는 당연히 전 남자 친구에게 가보라고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지금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힘드나

전 남자 친구를 다시 만나서 힘드나

그게 그거라면, 차라리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적어도 후회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혹시나 두 남자 모두를 잃어도 후회 안 할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후회할 것 같다며, 전 남자 친구에 대한 생각을 지워야겠다고 했다.


도박.

할 때는 즐겁고, 설레고 긴장되지만

나중에 눈 씻고 확인해보면 돈을 다 잃은 뒤고 허망하다.


때론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를 잠시 줄이고, 먼 미래를 생각해보자.

그때에도 과연 이 선택이 옳을지.

혹여 지금 이 선택을 해서 모든 것을 잃더라도 후회는 없을지.


사랑은 '현실 감각'을 견뎌내는 과정이다.

누군들 보고 싶은 사람 한 명 없겠는가.

살면서 설레 본 경험, 첫사랑이 생각난 적이 단 한순간도 없겠는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듯이 마찬가지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살 수는 없다.


좋은 것만 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기엔 인생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회사원들이 꿈이 없어서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버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 꿈에 대한 취미활동을 한다.


마찬가지다.

가슴 설레는 사랑이 없어서 바람을 안 피우는 게 아니다.

누구는 바람을 피울 줄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위험하니까.

살아야 하니까.

버텨야 하니까.

견디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한 남자가 결혼을 하여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자식을 얻었다.

그런데 길을 가다 첫사랑을 만났다.

남자는 너무 놀랐지만 그날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밤새 첫사랑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와이프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첫사랑의 뒷모습만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남자는 고민하던 중  

결국 여자가 있던 곳 주변을 맴돌다

여자가 일하고 있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 밖에서 창을 통해 바라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그때의 여자.

그때 내 손을 잡았던 20년 전의 그녀.


그때의 그녀 얼굴이 떠오르면서 설레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귀여운 자녀들과 와이프 얼굴이 생각나 고민이 된다.


그렇게 며칠 고민을 하다가 와이프와의 잠자리도 건성으로 하고,

결국 남자는 여자가 일하는 식당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잘 이야기하여

첫사랑과 교제를 시작한다.

정말 행복하고 꿈같은 나날이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와이프가 그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한다.


그때부터 남자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위자료에, 재산분할에, 양육비에 자식들도 와이프가 다 데려가는 바람에

만날 수가 없다.


그런데 첫사랑,

만나면 만날수록 왜 자꾸 단점이 보이는 걸까?

20년 전에는 예쁘기만 했던 그녀가

이빨에 고춧가루를 낀 채 환히 웃는데 정이 떨어진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와이프 얼굴이 생각난다.

와이프가 그래도 깔끔하긴 했는데 하면서.


첫사랑의 몰랐던 단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사랑스러웠던 그녀였는데 점점 말투도 깨고 콩깍지가 벗겨진다.


결국 남자는 첫사랑과 헤어진다.

돈도, 와이프도, 자식도, 첫사랑도 잃고, 심지어 부모님의 신뢰까지도 잃었다.


첫사랑, 그리운 사랑이 주는 감정은 모두 도박이다.


선택의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도박은 겉으론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내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모든 걸 걸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걸 걸어도 미련이 없는가.


누구나 판타지가 하나쯤은 있다.

사랑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 년에 한 번쯤은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생일만큼은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고 싶다거나 하는

소박하면서도 꽉 찬 판타지.


위험부담이 없는 판타지는 조금씩 충족하며 살자.

그래야 살 맛이 나고, 현실을 견디는 노하우도 생긴다.

여행을 위한 적금도 들고, 퇴근 후에는 친구들도 만나며 현실 속에서 이상과 타협하며 살자.


하지만 외도와 같은 위험부담이 있는 판타지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되물어라.


그리고 추후 자신이 선택한 결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상처까지 받는다 해도

아무도 원망하지 말자.


도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현실감각을 견뎌내며, 원하는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오래도록 기복 없이 행복한 삶을 산다.


삶이든 사랑이든 모든 게 그렇다.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살지 말자.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삶은 무한하다.

지금 이 선택을 했을 때 앞으로의 무한한 삶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박으로 모든 돈을 다 날리면,

남은 여생이 너무 고달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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