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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Mar 11. 2017

관계의 우선순위

관계의 서운함은 순위 정하기에서부터


썸남이 자기를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상담 의뢰가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토요일에 시간이 되는지 물었고, 남자는 결혼식이 끝나 봐야 안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는 토요일에 기다리다 결혼식이 끝났는지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연락 준다는 걸 깜빡했다며,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때 여자는 내가 이 남자에게 금방 잊힐 수 있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둘은 남자가 퇴근하면 만나기로 했는데

퇴근시간이 한참 지나도 남자에게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언제쯤 끝나는지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자기가 회식자리에 와있다며, 갑작스럽게 오게 돼서 연락을 못줬다고 했다.


여자는 썸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사람에게 나는 우선순위가 아니구나, 싶었던 것이다.


내가 봐도 저 두 사례는 남자가 여자를 중요한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뭔가를 하더라도 한편으론 여자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 회식한다고 했을 때 바로 여자가 생각나야 한다.

결혼식을 보면서 여자와의 약속이 한 번쯤은 생각나 결혼식이 끝나고 여자에게 연락을 했어야 한다.

왜냐, 결혼식 끝나고 연락 주기로 했으니까.

이는 연인관계뿐 아니라 폭넓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기본 예의가 아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했고, 연락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다면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회사일이 바빴고 갑작스럽게 회식자리에 가게 됐다지만,

그렇다 해서 나와의 약속을 두 번이나 잊어버리는 남자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를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썸에서 연애로 발전 한다한들

서운한 점이 늘어나고, 여자만 힘들어질 게 뻔하다.

사랑은 언제나 나를 간절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 말, 행동들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과 해야 행복한 관계가 가능하다.


나의 경우는 과거 남자 친구와 연애할 때 갑작스럽게 장염이 심해져 연락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물만 마셔도 구토를 하는 바람에 기운이 없어 거의 쓰러지다시피 잠들었다.

그러다 새벽에 겨우 눈을 떴는데 남자 친구로부터 몇 통의 카톡이 와있었다.


'무슨 일 있어?'

'걱정돼.'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연락을 보자마자 남자 친구가 걱정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에 놀라 바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새벽 4시였는데 내가 카톡을 보내자마자 바로 칼답이 왔다.

나는 아직도 안 자고 있었냐고 놀라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네가 연락이 안 되니까 잠이 안 오더라. 무슨 일 생겼다고 하면 바로 가려고 옷도 아직 안 벗었어.

회사에 있을 때도 네 걱정에 일이 손에 안 잡혔어. 무슨 일 생겼다고 하면, 일도 다 제쳐두고 달려가려 했었어.

나에게 넌 언제나 1순위야. 사랑해.'라고 했다.


고마웠다.

나를 1순위로 생각해줬음에.

내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화를 내기보다는 걱정해줬음에, 그만큼 나를 믿어줬음에.

든든해졌다.

내가 참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쑥스러운 마음에 '에이 회사가 중요하지. 회사를 제쳐두고 나오면 어떡해.'라고 보냈다.


그러자 그는 '나한텐 다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돼. 회사를 다니는 것도 너랑 데이트하고, 나중에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건데? 네가 없으면 다른 건 다 의미 없어.'라고 했다.


그는 내가 늘 1순위라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그 새벽에 칼답을 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말을 하는 그에게 감동하고 있을 무렵,

그는 잠시 내려와 보라고 했다.


'오빠 좀 이따 출근해야 되잖아. 잠 안 자?'


내려가니 직접 끓인 죽을 도시락에 넣어서 가져온 채 서 있었다.

쇼핑백 안에는 내 생각을 하며 새벽 내내 적었다는 편지 3장도 들어있었다.

순간 사랑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나를 안아줬을 때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렇게 내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난 뒤에야 그는 다시 돌아갔다.


생각해보니 사랑이었다.


사랑이 맞았다.


이렇게 나를 1순위로 생각한다는 건 관계에 있어서 참 중요한 일이다.


정말 회사를 제치라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지고, 걱정해주는 말투라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나도 그를 1순위로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에게도 그 마음이 느껴졌을까?



또 다른 비슷한 상담의뢰가 있다.

남자 친구가 자기를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여자는 청소 중이었고, 남자에게 카톡이 와서 답하다가

청소 중이니까 카톡 하지 말고 전화로 하라고 했다.

그러자 남자는 청소하고 연락하라며, 자기는 게임 중이라고 했다.

그때 여자는 화가 났다.

게임보다 자기가 중요하다면, 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우선 남자에게 연락이 왔었고 여자가 청소 중이었으므로

여자의 상황에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 대해서는 남자가 여자를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여자보다는 남자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남자는 숨 쉴 틈이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가 게임을 하는 중이니 이따가 연락하라고 할 때 서운해한다.



"아니 게임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 그깟 게임은 나중에도 하면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남자 입장에서는

나는 그럼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네 연락만 기다리다가 연락만 받아야겠네?

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기만의 생활과 시간을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마치 연락만 하는 로봇이 된 느낌이랄까?


생각해보면, 남자가 카톡을 했을 때 여자도 '청소'를 하느라 카톡은 못하니 전화로 하자고 했다.

하지만 남자라고 할 일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법이 있는가?

남자는 '게임'을 하느라 전화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화를 내면, 여자가 이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여자도 '청소'를 이유로 남자의 연락을 받지 못한 게 아닌가?

게다가 남자가 하루 종일 게임만 한 것도 아니다.

이때 남자는 자기의 생각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게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남자는 자기만의 공간, 시간을 존중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들은 남자와 함께 하고 싶어 하고, 1순위가 되고 싶어 하는데

남자들은 내 시간이 있어야 한다.

게임할 시간, 친구들과 축구찰 시간.


그때 여자들은 말한다.

친구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남자는 생각한다.

너도 중요하고 친구도 중요해.


근데 지금은 친구랑 있으니까 친구가 중요해.


이때 여자는 자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생각해서 서운하고, 남자는 억울해한다.


맨 위의 사례의 경우는 남자가 두 번이나 자기의 상황에 집중하느라 두 번이나 여자와의 약속을 깜빡했다.

이 경우에는 남자의 우선순위가 여자가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정말 정신없어서 여자와의 약속조차 깜빡한 거라면

적어도 두 번째부터는 잘 보이는 곳에 메모해놨어야 한다.


기다리는 여자 입장에선 뭐가 되나?

그래 얼마나 바빴으면 그랬을까, 얼마나 정신없었으면 그랬을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지나쳤다.

이해하면, 오히려 자신이 여자에 대해 깜빡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사례의 경우는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게임도 하나의 취미생활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연락하기 힘들듯,

남자도 취미생활을 하느라 연락을 하지 못했음을 존중해줘야 한다.

남자가 무언가를 할 때 지금은 연락하기 힘들다고 하면,

내가 중요해? 그게 중요해? 물어보며 서운해하기보다는

여자도 자기만의 일을 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유익하다.

그럼 남자 입장에서도 바쁘게 생활하는 여자를 보며, '매력 있다'라고 다시 생각할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우선순위라는 것은 모든 생활을 내팽개치고, 나에게만 올인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생활도 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되

늘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상대와의 약속을 소중히 하는 것.


한 마디로 게임을 하느라 연락을 잘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느라 나와의 약속을 깜빡하고, 나를 잊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취미생활을 할 때는 취미생활에만 집중하되 적어도 상대와의 약속과 상대에 대해서는

'늘'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데 이것들이 지켜져야

조금 더 행복하고, 사랑받는 연애가 가능하다.


너의 우선순위는 나일까?

나의 우선순위는 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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