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는 사람들의 사유는 각기 다르다.
같은 성격 차이라는 사유라도 그 안에 이혼을 해야만 하는 개인적인 사정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혼을 한 사람끼리도.
‘뭐? 그런 이유로 이혼을 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종종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지 이혼을 하고 난 후의 상태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이혼이라는 것이 대대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닌 한국 사회이기에 일단 그리 대놓고 얘기할 만한 일은 아니다.
대놓고 얘기할 만한 일이 아니므로 쉬쉬하게 되고.
쉬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움추려 든다.
뭐 나는 그랬다.
평생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녔고 누구 눈치 보지 않는 삶을 살았지만.
이 이혼이라는 것은 그 특유의 연좌제적인 성격으로 내 가족을 쉬쉬하게 하고 나 또한 그것에 침잠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혼 전에 자신감 있고 즐거운 삶을 살던 나는 이혼 후에 누추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누추한 내가 이혼이란 것을 해버렸다.
이혼이라는 것을 하고 난 뒤에 내가 누추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선후관계야 어쨌건 나는 그 누추함을 벗어야 하는 숙명을 얻었다.
고마워요. 나의 X.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에게도 이혼이라는 것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기에 나 스스로 내 상태를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얼마나 잘 살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 그 잘난 것들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이혼 이야기이다.
그러니 특출나게 외모가 뛰어나거나 경제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내가 겪은 것들에 공감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두시라.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느 날 저녁 나는 우연한 기회에 나 스스로 나의 누추함을 깨닫는 계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