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의 나, 지금의 나

by 황미옥
2007년 충주 중앙경찰학교
2007년 충주 중앙경찰학교 도서관에서


경찰 동기와 통화를 했다. 부산으로 돌아왔는지 궁금해서 걸었던 전화였는데, 중앙경찰학교에 발령받았다는 말에 잠시 놀랐다.


통화를 마치고, 내가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던 중앙경찰학교를 떠올렸다. 괜히 웃음이 났다. 사진을 찾아보니 더 웃겼다. 19년 전의 나. 낯설다. 지금보다 날씬하고, 어딘가 달라 보인다.


교육생이었던 그곳에, 이제는 교육생을 가르치는 교수진으로 간 동기를 보며 여러 생각이 스쳤다.


오늘은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이다.

이번 주를 돌아보면 차분하기보다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둘째 하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다녔고,

업무와 집안일을 하면서도 틈을 내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강의 구상도 하면서.


한 주를 시간으로 그려보면 두 가지 색이 보인다.

노란색은 하루 세 번의 식사 시간,

파란색은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이다.

주말부터는 보라색을 하나 더 추가해보려 한다.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을 담기 위해서.


이렇게 한눈에 바라보니, 내가 보인다.

평일에는 두세 시간의 온전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내일은 예빈이의 피아노 연주회가 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다녀오고,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두어 시간 정도 PPT를 만들 생각이다.


요즘 나는 ‘무엇에 집중하며 살아야 할까’를 자주 묻게 된다.

협상 공부를 하면서도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을 접하고 나니 어딘가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느낌이다.


출퇴근길에는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을 읽고 있다.

오늘 읽은 문장이 오래 남는다.


“나는 신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왔을 때,

신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우리는 늘 경험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그것은 바깥의 대상에 나를 맡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격관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한다.

들숨과 날숨이 바뀌는 그 순간,

그 사이의 텅 빈 공간.


그 고요함을 느끼는 것.


헬스장에서 한 세트를 마치고도,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일상 속 어느 순간에도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더 하려는 마음은 조금 내려놓고 싶다.

기록을 위해 마인드맵을 펼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또 다른 ‘해야 할 것’이 생길까 봐.


그런데 얼마 전 동기와의 통화는

잠시 내 삶에 다른 색을 더해주었다.


나도 언젠가는 중앙경찰학교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잠시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다만, 그것이 목표가 되어

또 하나의 집착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호흡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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