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재개발원에서 교육생 신분으로 강사님들의 강의를 듣습니다. 어떤 강사님은 몸풀기 게임으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도 가지면서 여유 있게 강의를 진행하십니다. 어떤 분은 전해 줄 것이 너무 많아서 강의 시간을 꽉꽉 채워서 하나라도 더 전해주시려고 애를 쓰십니다. 강사님들의 강의 스타일을 보면서 마치 인생의 다양한 삶을 발견하는 느낌이 듭니다. 위기협상 담임 교수님께서는 강의 시작하실 때 퇴직을 앞두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 강의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안하게 해 주시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우고 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강의를 꽉꽉 채우시는 강사님은 저의 20대, 30대의 삶을 살아갈 때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열정적으로 무엇이든 배우고 자기 계발에 임했던 저의 모습이요. 이글이글한 눈빛 그리고 불타는 열정이요. 저는 위기협상 담임 교수님의 여유 있는 모습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내공을 보면서 제가 앞으로 키워나가야 하는 역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지 않아 보이지만 단단하게 실력 있는 사람. 망중한이라는 말처럼 바쁜 가운데에서도 한가로운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와 얼굴에서 나타나는 표정,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언어,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인지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하는 사람인지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저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어제 새벽 늦게 잠에 들었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5일 동안 위기협상 교육받으러 왔는데 여기서 나는 무엇을 얻으러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F? 만약에 라는 여러 가정도 해봤습니다. 내가 만약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강사의 삶을 산다면? 심리학을 공부한다면? 함께 교육 오신 분들은 배우러 오기도 했지만 힐링하고 쉼을 갖기 위해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하나를 덜어내기 위해 오신 거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비워내는 삶은 직장에서 퇴직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시로 필요하다는 것을요. 때로는 자신만 비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을요. 저도 교육을 와서 보니까 저의 꽉 찬 삶의 모습이 보입니다. 강사분들과 교육생분들의 관점을 통해서 저를 돌아보게 된 거죠.
비워내는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가족입니다. 일종의 브레이크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가족 덕분에 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깁니다. 저보다는 남편이 치명적입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 때는 챙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육아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어떤 것에 도전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 가족 덕분에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아니라 딱 한 가지만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경찰을 막 시작했을 때는 계급, 직책과 같은 것이 저에게는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한 직장에서 16년이 지난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나의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어떤 변화를 주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저를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가치 있는 일인지가 저에게는 중요했습니다.
만약 위기협상 분야를 저의 20대, 30대에 알게 되었더라면 저는 닥치는 대로 배우고자 했을 것이고,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며 열정을 뿜뿜뿜 뿜었을 것입니다. 마흔 인 저는 공부하면서도 중간중간에 생각하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글도 써보면서 관찰하고, 위기협상 관련되어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면서 시간을 두고 또 한 번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되어야 해!!! 라며 저를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배운 것을 비워내 보고 다시 새롭게 그래서 뭐? 라며 질문도 해봅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마흔에 위기협상을 만나서!
위기협상 교수님은 배우고 터득하시고 경험하신 것을 자신만의 특유의 방법으로 교육생에게 나눠주십니다. 교육생은 그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얻어갑니다. 교육생들과 밥 먹을 때, 커피 마실 때 배우고 느낀 것을 공유합니다. 공유함으로써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됩니다. 제가 느끼지 못한 관점은 다르게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도 노반장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2 분임분들과도 이야기 나누었고요. 감정노동자인 경찰관의 삶을 느슨하면서도 제 일을 해내야겠다는 생각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살면서 배우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과부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서른 후반전에 과부하가 되었습니다. 마흔 인 저는 비워내는 연습하고 있습니다. 참 힘듭니다. 비워내려면 멈춤이 있어야 합니다. 멈추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내리는 빗줄기처럼 저도 제 마음속에 있는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글쓰기와 함께 그리고 걸으면서 운동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많이 비웠습니다. 노트에 끄적이면서도 비웠네요! 제 마음과 감정의 속도가 오늘은 앞 찌르지 않았습니다. 오늘 강의해 주신 강사분이 적극적 청취기법과 비폭력대화에 대해 책이나 유튜브로 공부해 보라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내일 역할극에 오실 연극배우 윤재진 님이 운영하셨던 팟빵 <인생은 협상이다>에서 3편의 적극적 청취기법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번주에 한 번 들어보고 시간을 두고 생각도 해보고 내일 있을 역할극과 함께 복습하고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 정리합니다.
비워내는 삶은 경찰 퇴직할 때가 아니라 오늘부터임을 명심하며 하루 마무리합니다. 예빈아 예설아 보고 싶구나. 이틀만 참아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