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7월 8일차] 노을

by 공감녀

★ 8일차 글감 (7.9 / 수)

글감 : 카메라에 담지 못한 풍경 하나

글쓰기 가이드: 사진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찰나의 감동을 언어로 담아보세요. 그 순간의 소리, 냄새, 감정까지 떠올리며 생생하게 써보세요.



아~ 정말 이 흔한 장면을 고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반복해서 쌓이다 보니 일 번으로 떠오른 장면을 애써 무시하기도 뭐 하다.

바로 ‘노을’ 또는 ‘석양’이라고 부르는 저녁나절 하늘을 붉은색 또는 주황 노랑으로 물들이는 현상이다.


남편과 나는 횡성에서 원주로 20여 년을 함께 출퇴근을 했다.

제시간에 따박 따박 퇴근하는 월급쟁이들이었기에 가능했다.

평소 말이 적고 입이 무거운 편이지만 출퇴근 차 안에서는 수다쟁이가 된다.

회사 얘기며 아이들, 시댁 친정 친구 얘기들을 나도 모르게 모두 남편에게 털어놓는다.

딱히 잘 들어주거나 마음 넓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잘 참아는 주었다.

원주에서 횡성으로 퇴근하는 시간에는 종종 왼편 하늘에 노을이 졌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노을은 매번 다른 빛깔로, 다른 모양으로, 다른 냄새를 풍겼다.


어떤 날은 먼저 본 사람이 ‘노을 봐. 와~ 멋있다.’라고 말해준다.

처음 본 것처럼 함께 바라보고 감탄하면서 경이로워한다.

또 어떤 날은 의견충돌로 랭랭 한 분위기 속에서 속을 삭이며 바라본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가시 돋친 말을 참고 ‘와~ 노을이다.’라는 말로 애써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고집쟁이, 속 좁은 밴댕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못마땅해하다가도

새빨간 사과처럼 또는 노랗고 붉은 자두처럼 선명한 태양이 산을 넘어가려고 꼴딱 대고 있으면 숙연해진다.

그깟 감정들이 뭐라고. 원인은 사소하며, 상대를 먼저 탓하려는 이기심이며, 자존심이 고개를 드는 쓸데없는 고집이다.


‘어~ 사진 사진’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보지만 절대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다.

터널을 나오면 태양은 성급하게 산을 넘어가 버리고 하늘만 뒤늦게 붉은 기를 서서히 몰아간다.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매번 노을은 새롭기만 한 걸까.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노을은 작은 일로 까르륵 웃던 가벼움과, 알고 보면 사소할 뿐인데 꿍해지는 좁은 마음을 모두 덮어버린다.


낮 동안 눈부심에 가려졌다 어떤 날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는 그 솔직함에 민망해진다.

생명의 근원인 거대한 태양도 그럴 진데 내가 뭐라고. 인간이 뭐 잘났다고 아웅다웅.

얇은 구름이 있고 습도가 낮으며 대기가 맑은 날,

여름보다는 가을에 더 선명한 노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내 마음을 종종 가을로 물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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