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0월 2일차]

나의 회귀

by 공감녀

★ 2일차 글감 (10.2 /목 )


글감 : 나의 개천절, 나의 건국 이야기

나라의 시작이 있듯, 내 인생의 시작점은 어디였는가? 나만의 건국 신화를 쓰기.


나의 회귀


횡성에서 원주로 유학을 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첫째 언니도, 둘째 언니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방을 얻어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점심 도시락을 싸고, 겨울에는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불구멍을 잘 조절해 두고 등교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엄마가 싸주신 밑반찬을 가방 무겁게 둘러메고 버스에 올랐던 기억도 희미해져 갑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독립을 하게 된 설렘이나 긴장감도 떠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삼십 년도 더 지났으니 희미해져서 꿈결 같기만 합니다.

하지만 생생한 기억 하나는 토요일 집으로 가던 시외버스를 타던 일입니다.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집은 늘 돌아가야 할 산란장소 같았습니다.


17살은 혼자서 밥도 하고 도시락도 쌀 수 있는 나이입니다.

손으로 빨래하고 꺼진 연탄불도 다시 살릴 수 있는 나이입니다.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나이인 것도 맞습니다.

나의 일주일이 단단했는지, 방세가 아깝지 않았는지,

나의 지지자들의 고된 노동에 작은 안도가 되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나의 독립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밥도, 방도, 연탄도, 책도, 친구도 모두 두 농부의 휜 허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꾸준히 회귀합니다.

내 마음속 많은 풍경과 내 생각들의 발원지가 있는 곳, 그곳에서 나의 역사가 시작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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