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느냐구요? 아니요.
★ 22일차 글감 (1.26 / 월)
[글감]
2026년도 새해 첫 달, 현재 하고 있는 무언가의 작은 시작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용기를 주느냐구요? 아니요.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나누던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져 있었다가 새해를 핑계 삼았습니다. 그간에도 연결되어 있었음을 느끼며 가슴 벅찬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아이 임신 중에 떠났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는 보석님은 이틀 전에 대학원 논문을 마쳤다고 합니다. 늘 일에 치여있는 태연님은 한 달 전에 변경된 부서에서 연말정산을 떠맡아 전날 두 시간만 잤는데도 자리에 나와주었습니다. 일이 쫓아다니는 팔자라며 같이 혀를 찾습니다. 희귀 질환이 발병한 들꽃님의 촉촉한 눈동자가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했습니다. 예고 없이 이른 정년퇴직은 감행한(?) 캐빈님은 3개월간의 백수 생활에 적응과 혼란과 고민과 여유가 뒤섞인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늘 조화로운 삶 속의 니어링 부부를 동경해 온 꽃다지님의 일상은 여전히 숨 쉴 틈을 내어주기에 인색합니다. 나만이, 팔자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어 입을 열기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어느새 책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 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했다는 태연님의 장바구니에는 늘 그렇듯 80권이 넘은 책이 담겨 있었고,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뿌리’를 냉큼 결재했습니다. 올해 안에 꼭 읽어 보리라 다짐하길래 구매취소를 권유했습니다. 책 읽기보다 일이, 일상이 흔들리지 않게 붙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입니다. 맞는 말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무안해서 지껄인 말일 겁니다. 내가 책에 대해 뭘 안다고. 꽃다지님이 책을 완독 하지 못하고 모임에 나온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타박하고 놀리기에 진심인 회원들은 꽃다지님이 절대 결석 하지 않을 것을 압니다. 보석님의 아이가 6살인데 아직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지 상상이 됩니다. 용기를 가져가 떡볶이를 포장해 오는 ‘용기를 부탁해’를 실천하고 귀찮아도 믹스커피 대신 병커피, 천기저귀 사용을 애쓰던 젊은 엄마입니다. 내가 시작하는 무언가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느냐구요? 아니요. 여전히 저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습니다. 한때 책으로 엮여 있었고, 여전히 일상 한 귀퉁이에 책을 꽂아 놓고 잘 보이도록 매만지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도, 육아도, 질병도 정답을 향한 하나의 길은 없습니다. 그 길이 맞는지 계속 질문하며 갑니다. 책은 그 질문을 놓지 않게 하리라 우리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