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최대 12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미국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며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계 증권사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약 100조~120조 원에 달하는 현지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양사가 연간 25조~3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연간 메모리 설비투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만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일정 기간 관세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노무라증권은 이같은 '대만 특혜' 모델이 한국 기업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에서 약 3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서 39억 달러를 들여 AI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하지만 노무라는 이 정도 수준으로는 미 정부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한국보다 최소 40% 이상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엄격한 환경 규제와 숙련공 부족 등으로 인해 공사 기간조차 한국보다 2배 이상 소요됩니다.
노무라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D램 생산 비중을 전체의 40%까지 늘려야 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를 위해 월간 기준으로 D램 29만 장, 낸드 13만 장 규모의 시설이 필요하며, 이는 삼성 평택 4공장의 2배 수준입니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AI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메모리 시장은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메모리 수급이 2027년까지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며, 전체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노무라는 이 같은 시장 흐름이 대미 투자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생산비 증가분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향후 5년 동안 국내에 4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한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