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공인중개사 자격증만 따면 노후 걱정 끝이라더니, 이젠 그마저도 쉽지 않다.”
수십만 명이 노후 대비를 위해 도전했던 공인중개사 시장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고 있다.
부동산 거래 침체와 직거래 플랫폼 확대가 맞물리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당근마켓의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5일, 당근마켓은 전국 공인중개사가 직접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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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직거래 매물뿐만 아니라 중개사 매물도 등록할 수 있게 되면서, 부동산 거래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됐다.
현재 당근마켓은 서울과 일부 지역에서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상반기 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등기부 열람 기능, 간편 권리분석 등 신뢰도를 높이는 기능도 추가됐다.
이러한 변화는 공인중개사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직거래가 더욱 활성화되면 중개 수수료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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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인중개사들의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40곳의 공인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았고,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23년 1~11월 전국에서 휴·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1만3,077곳으로, 같은 기간 신규 개업(9,401곳)을 크게 웃돌았다.
부동산 거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4,355건으로, 같은 해 7월(5만4,000건)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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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도 2021년 공인중개사 자격증 응시자가 40만 명을 넘었지만, 자격증을 따도 실제 중개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총합격자 수는 55만 명이지만, 개업 공인중개사는 13만 명 수준”이라며 “나머지 42만 명은 자격증만 따고 개업을 포기한 ‘장롱 자격증’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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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업을 어렵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전세사기 사태다. 2022년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 이후,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일부 중개사가 전세사기에 연루되면서, 소비자들이 직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실제로 당근마켓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2년 7,094건에서 2023년 2만3,178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1~7월에만 3만4,482건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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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공인중개사협회장은 “최근 직거래 플랫폼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중개사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 부동산 투자 분석 등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여전히 노후 대비책이 될 수 있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중개를 넘어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장이 변화하는 만큼,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공인중개사를 노후 대비책으로 삼고 있다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떤 전략을 세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