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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련한 20만원 교통비 지원책 앞에서도 고령자들의 반응은 단호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3명 중 2명은 “운전 그만둘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다.
늘어나는 사고 속에서도, 이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데는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한 ‘진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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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수영구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다치게 했다. 그중 2명은 중상을 입었고, 지난달엔 같은 지역에서 또 다른 고령 운전자의 차량이 보도를 덮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실제로 부산의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는 2020년 1천834건에서 2023년 2천672건으로 늘었고, 전체 사고 중 비율은 15.2%에서 23.5%로 급증했다. 이는 5년 새 매년 2%포인트씩 증가한 수치다.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75세 이상에게는 VR 기반 운전능력 평가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핵심은 정책보다 깊은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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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왜 운전을 쉽게 그만두지 못할까. 대전지역 65세 이상 운전자 18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운전 중인 응답자의 66%는 “면허를 자발적으로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교통문제가 아닌 삶의 질 문제로 해석하며 “노년에 운전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율성과 독립성의 상징이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운전 중단은 자신을 장애인처럼 여기게 하거나, 장기요양시설 입소 가능성을 높인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고령자들 사이에서는 ‘면허 반납은 곧 사회적 퇴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녀의 권유나 주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멀쩡한데 왜 면허를 내놔야 하냐”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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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내건 20만원 내외의 교통비 지원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 2018년부터 자발적 반납제도를 시행했지만 실제 반납률은 3%에 불과하며, 전국 평균 역시 2.2% 수준에 그친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보상이 있어도 대체 이동수단이 부족하니 실질적 유인이 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한 정책이 자율성과 연결된 면허 포기를 이끌지 못한 셈이다.
반면 호주 등 해외에서는 스트레스 완화 교육과 대체 교통수단 훈련 프로그램 ‘카 프리 미(Car Free Me)’ 같은 정책을 시행하며 운전 중단 이후의 삶까지 설계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CES 2025에서 공개된 로보택시 기술을 언급하며 “고령자의 이동권과 안전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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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면허를 내놓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면허를 반납해도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현재의 방식은 고령자들에게 ‘운전하지 마라’는 일방적 메시지를 줄 뿐이지만,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심리적 충격을 줄이고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요구했다.
즉, 고령층이 운전을 그만두는 순간부터 다시 설계된 일상과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는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다. 그들이 왜 운전대를 쉽게 놓지 못하는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보상을 내걸어도 “절대 안 받는다”는 말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