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공세에 유료 방송은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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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보는 건 넷플릭스면 충분하다.”
TV 앞에 앉아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유료방송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유료방송 업계는 가입자 감소와 적자 확대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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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는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업계에서는 “이러다 방송사가 모두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3,630만 4,778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5,328명 줄었으며, 특히 케이블TV 가입자는 1,241만 2,496명으로 전 분기 대비 1.03% 감소하여 역성장이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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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4분기에만 5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14개 케이블TV 사업자 중 11곳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에 방송사들은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HCN 등 주요 방송사들이 인력을 감축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한 케이블TV 관계자는 “광고 수익 감소와 제작비 상승으로 올해는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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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가입자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OTT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 서비스가 콘텐츠 투자를 늘리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료방송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19세 이상 유료방송 이용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OTT가 제작비를 대거 투자하며 프리미엄 콘텐츠를 쏟아내는 반면, 유료방송사는 광고 감소와 가입자 이탈로 제작비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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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2’ 한 편에만 1,000억 원을 투자한 반면, 케이블TV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줄이며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LG헬로비전은 렌탈과 지역 커머스 등 신사업에 집중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
렌탈 사업은 직영몰 확대 및 운영 효율화를 통해 MZ세대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제철장터’ 같은 지역 특화 콘텐츠로 노년층 공략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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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는 콘텐츠 자회사 ENA 채널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ENA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 이후 시청률 순위를 꾸준히 끌어올리며 광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광고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OTT는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반면, 유료방송은 방송법 등의 규제로 발이 묶여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규제 완화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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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부는 국내 OTT 산업 육성을 위해 1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케이블방송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이 지역 기반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때 가구마다 필수였던 유료방송이 이제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 속에서, 과연 유료방송 업계가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