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러닝_배리 오라일리
일단 언러닝(unlearning)이 무엇이냐면,
배운다는 뜻을 가진 learning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un 이 합쳐진 단어로,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기존의 사고/행동 방식등을 의도적으로 잊거나 폐기하는 일을 뜻한다.
저자, 배리 오라일리는 책의 초반에서 ‘과거에는 효과적이었나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포기하고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과 행동을 구성하는 프로세스’로 언러닝을 정의하고 있다.
'이건 그럴싸한 단어 몇 개 풀어놔서 그렇지 다들 아는 개념 아닌가...?'
'오, 이건 잘 듣고 메모했다가 실천해 봐야지'가 아니라
나사를 한쪽으로 돌려보다 안되면 반대 방향으로 돌려보듯, usb가 안 들어가면 뒤집어서 다시 넣어보듯
본능적으로 우리가 알고 행하고 있는 것에 그저 좀 있어 보이는 제목을 갖다 붙인 것만 같아 시작부터 불안하다. 그래도 인내와 관용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 내려가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게 전부다...... 비워내고 새로 배워 발전해 나가는 것.
하지만 오라일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수많은 언러닝 적용 예시를 가져와 설득력 있게 이 개념의 효과를 소개하며 거대 기업 경영에서 부터 개인의 하루 일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빛을 발한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언러닝을 완수하려면 총 3단계 스텝을 밟아야 한다.
언러닝이 필요한 이유와 적용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분명한 목표를 정하는 단계이다.
내가 언러닝을 실행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러닝 하려고 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과거에 효과적이었지만 현재는 성공을 가로막는 사고방식, 습관을 객관적으로 바로보고 이제는 내다 버려야 할 때인 것이다.
재학습이란 새로운 행동방식을 시도하고, 새로운 데이터, 정보, 관점을 받아들이는 도전의 장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퀘스트들이 펼쳐진다.
첫째, 자신의 내재적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일 것 (열린 자세를 가질 것)
둘째, 학습하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익힐 것.
셋째, 기존의 안전지대를 벗어난 새로운 의미가 있는 공간에서 재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
뿐만 아니라, 퀘스트 자체를 차치하고 나서라도 이 도전의 난이도를 급격히 올리는 외부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불안감. 정확히는 학습불안이다.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몰려드는 두려운 심리로서 그 일이 너무 어려워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고, 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바보소리라도 들을 까봐, 과거에 효과를 발휘하던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게 하며 재학습 도전을 힘들게 한다.
마지막 3단계는 앞의 두 단계를 통해 얻어낸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통한 성장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앞서 깨달은 것을 다른 분양에도 확장해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앞의 두 단계를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밟게 되는, 뭐 일종의 빅토리 세리머니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 언러닝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짤 수 있는 수준에 미치게 된다.
이 도전적 3단계 스텝 완수를 돕기 위해 저자는 작지만 매우 중요한 팁을 제시한다.
꿈은 크게 갖되 시작은 작게 하라
잃어도 될 만큼의 작은 판돈은 심리적 안전감을 준다
실패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낮은 베팅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언러닝의 개념 자체는 많은 이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을 것이나,
오라일리 선생은 이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개념을 자신의 저서를 통해 단단하고 견고한 큐브처럼 만들어 독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리저리 살피고 돌려보아 큐브를 맞춰나가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끝으로 책에서 인용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의 문장을 남겨본다.
나는 똑똑한 사람도 아닌데 왜 읽자마다 그토록 뜨끔하던지...
똑똑한 사람들은 배우려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동안 자신이 많이 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뭔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너무 큰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_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