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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are of Awareness Aug 12. 2024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려면 산통은 필수다.

자주 실패하고 성찰하고 빨리 다시하라.


"양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이 양질의 전환이다."

-헤겔의 변증법적 이론 중-



미국의 한 대학에서 미술학도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는 한학기 동안 만든 작품 수로 점수를 주겠다 했다. 다른 그룹에는 작품 하나만으로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전자는 완성도나 예술성 보다는 일단 많이 만들었고 후자는 학기 내내 하나의 작품에만 집중하여 혼신을 쏟았다. 어느 그룹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을까. 여러 콘텐츠에 인용되어 유명한 사례이기도 하고 이미 짐작으로 다 알고 계신바와 같이 많이 만들어낸 그룹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양질전화라는 개념을 소개할 때 많이 사용되는 사례다. 쉽게 말해 많이 해야 잘하게 된다는 뜻이다.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은 죽이 됐던 밥이 됐던 결과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보라는 말이다. 어설프게나마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굳이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젓가락질, 자전거 타기, 구기종목 볼 다루는 능력 등 삶 자체가 양질전화의 과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어느 분야던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 전문가의 노하우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보면 무작정 많이 한것이 아니다. '제대로' 많이 했다. 양의 누적, 결국 빈도가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는 말에 숨어있는 비밀은 '제대로'다. 나부터도 기타를 친 구력은 있지만 다 칠줄 아는 곡도 없고 테크닉적으로 뛰어나지도 않다. 그냥 손 가는대로만 했기 때문이다. 생각없이 했다는 말이다. 주변에도 하나의 일을 오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에 비해 역량이 높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뜨끔) 빈도는 높았을 수 있으나 제대로라는 질적 성장의 필수조건이 없었던 탓이다.


'제대로'하는 방법은 성찰이 필수다.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 콘텐츠에 흔히 나오는 성공 프로세스가 'Plan-Do-See'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성찰하라. 그 성찰을 바탕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실행하고 성찰하라.'의 무한반복이다. Plan과 Do는 체계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See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반드시 성찰을 하고 보통사람은 일이 떨어지면 대충 감만 잡고 실행만 주구장창하더라는 것이다. 일을 쳐내듯이 한다는 얘기다. 나도 15년차 직장인으로 왜 이렇게 일을 하는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Plan은 백날 고민해서 진심으로 짜봐야 상사 한마디에 뒤집어진다. 이렇게 하면 안될것 같은데라는 의심을 지울수 없어도 상사가 까라니 까야 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상사에게 불려가 너는 그래서 안된다며 강제 성찰을 당한다. Plan과 See는 해볼 틈이 없다. 실수가 시행착오가 되려면 반드시 Plan과 See가 있어야 한다. 실수만 하면 시행착오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시행착오라면 의미 있는 무언가가 남아야 하는데 실수 끝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Plan과 See가 없는 Do는 시행착오가 아니다. 삽질이다.


이렇게 목적의식과 성찰 없는 행위는 아무리 빈도가 잦고 양이 누적된다 해도 질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대로 해보려고 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 '제대로' 하기는 인내와 고통을 요구한다.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나이는 어리지만 골프를 잘치는 사람이 있다. 중학교 시절 선수 준비하는 친구들과 함께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레슨이 끝난 후에도 그 레슨에서 배운 방식으로 훈련하여 무작정 하던 친구들 보다 훨씬 더 잘하게 되었다. 그 방식은 샷을 치고 나면 반드시 자세와 동작을 꼼꼼하게 모니터한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여 다시 친다. 올바른 자세와 동작이 나올때까지 이 프로세스를 반복 한다.


이러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똑같이 한시간 연습을 했다고 한다면, 한시간 내내 샷만 빵빵 쳐댄 사람과 샷은 많이 못쳤지만 계속 자세와 동작을 교정하면서 훈련한 사람 중 누가 더 빨리 질의 전환을 이룰수 있을까. 답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양을 누적시켜 질의 변화를 이루어 내는 사람은 실수와 교정이라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기꺼이 감내한 사람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도자기를 빚고 있다. 가마터에 가보면 깨진 도자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수천번, 수만번의 시도가 있어야 하나의 완벽한 이상을 이룰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방점은 단 하나의 완전고결한 결과물에 찍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닿을듯 쌓여있는 실패의 퇴적물에 찍혀야 한다. 빛나는 순간을 떠받치고 있는 아래의 무수한 실패의 조각. 실력의 성장은 그에서 비롯된다. 무수한 실패와 극복 끝에 만들어 낸 결과의 퇴적물이 높은 이상에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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