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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are of Awareness Jun 18. 2024

Smells Like 꼰대 Spirit

나도 그렇게 꼰대가 되어 간다.

징기직 지기징 지기지기 징기직 지기징 지기지기 징기직 지기징 지기지기 징기직 지기징 지기지기

딱쿵 딱쿵 딱쿵 따다다닷!


일제히 점프하며 디스토션 걸린 강력한 기타 사운드로 리프를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기타 놈은 뛰는데 정신이 팔려서 꾹꾹이 밟는 타이밍을 놓친다. 강력한 디스토션 사운드로 쫭!!! 하며 드럼, 베이스와 같이 첫박에 칼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맑고 고운 소리로 시작한다. 착지하자마자 부랴부랴 페달을 밟다 휘청거리고 자빠지려 한다. 그래도 좋다. 신난다. 박자 무시, 음정 무시, 코드는 다 틀리고 삑사리가 난무해도 그저 즐겁고 재밌다. 음악에, 정확히는 락에 진심이었다. 3분 정도밖에 안 되는 두곡으로 세 시간을 논다는 건 진심이다. 우리는 매일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와 라디오 헤드의 Creep 두곡으로 몇 시간씩 합주했다. 그러다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이 추가되긴 했지만 늘 솔로 전까지만 연주했다.


그러다 나름 레슨도 받고 작곡도 하는 친구도 생겼다. 주로 성당에서 반주를 했는데 처음에는 코드만 잡고 박자만 맞추는 수준에서 나름 편곡도 하고 솔로도 넣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다 자작곡도 생기고 그걸로 공연도 다녔다. 20만 km를 넘게 뛴 스타렉스에 PA장비, 드럼, 건반, 기타, 베이스부터 10명 가까이 되는 인원까지 구겨 넣고 다니며 공연해도 재밌었다. 오랫동안 불편하게 이동해야 했음에도 즐겁고 재밌었다. 공연 끝나고 하는 뒤풀이도 그 행복의 연장이었다. 평생 이렇게 살라고 해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대를 하고 제대로 음악을 해보고자 레슨을 받았다. 제대로 음악을 한다는 의미는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뜻이었다. 음악으로 밥 벌어먹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홍대 인디밴드 멤버에게 레슨을 받게 되었다. 신천역 근처 시장 상가 건물 지하에 있던 작업실이었다. 말이 작업실이지 15평 남짓한 지하실 집이었다. 큰방에는 드럼과 컴퓨터, 작은 방에는 타이어와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 몇 개가 있었다. 벽과 바닥에는 아무것도 덮여있지 않았다. 회색 시멘트 벽과 바닥이었다.


그래도 새벽부터 낮까지 아르바이트하고 낮부터 막차 때까지 열심히 연습했다. 그렇게 하기를 10개월.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해서 홍대 클럽들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슬러거, 재머스, 프리버드 등. 드럭은 워낙 허들이 높아 오디션 기회도 못 잡았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봤던 오디션에서 모두 탈락. 결과는 바로 나왔다. 연주를 끝낸 우리에게 '그냥 하시던 거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홍대에 미련을 남기고 복학했다.


사실 더 끝까지 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니 하지 않았던 이유는 레슨 공간에서 받은 충격이었다. 앨범도 내고 공연도 활발히 하던 밴드의 멤버가 그런 소위 말해 판잣집 같은 퀴퀴한 지하실에서 레슨으로 연명한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그나마 레슨으로 버는 돈도 월세, 공과금 내면 차비도 빠듯하다는 사실은 절망이었다. 복학하면서 레슨을 그만두고 그 형과는 연락이 끊겼지만 마지막 봤을 때 수지침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도 음악만 마음껏 할 수 있다면 저렇게 살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음악을 위해 음식배달,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는 모습을 봤지만 티브이로 본모습과 현실은 달랐다. 티브이로 볼 땐 낭만적이기까지 했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월세와 레슨생 모집이 안 돼 걱정하고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 후 그럭저럭 졸업하고 그저 그런 회사에 취직해 15년 동안 부침은 있었지만 굶지 않고 살고 있다. 음악으로 벌어먹겠다는 꿈은 사라진 지 오래고 취미라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그토록 미치게 좋아해 본 것이 없다. 비록 현실에 꿈을 접었을지언정 소소하게 취미밴드도 해보고 혼자 유튜브 백킹 트랙 틀어놓고 연습도 했다. 그런데 그것 조차도 흥미를 잃어간다. 사람은 늘 변하니 어쩔 수 없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간직했던 열정이 사그라드는 느낌에 서글퍼지고 또 무언가에 이렇게 열정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답답해진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에 미쳐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또 무언가 열정을 바라는 마음은 그런 뜨거움이 주는 삶의 역동과 생동을 느껴본 자의 아쉬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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