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몰랐을 때보다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더 어렵다.
7월 말 휴가를 다녀왔다.
일 년 중 일주일은 잠깐이지만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다.
잘 쉬고 나서 글을 쓰려는데 잘 써지지 않는다.
쉬기 전보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백일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는 이등병의 기분이다.
입대할 때보다 백일휴가 복귀가 더 막막했다.
차라리 몰랐을 때가 편했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났다.
글쓰기 폴더에는 제목도 없이 쓰다만 글이 넘쳐난다.
아무리 읽고 고쳐보아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못난 나를 적나라하게 보는 기분이다.
여전히 나의 민낯을 보는 일은 불쾌하다.
그 불쾌함의 크기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허상의 크기와 비례한다.
허상은 거품이라 사라지는 순간 나는 추락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그 허상을 끌어안고 놓지 못한다.
얼마나 내려놔야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양질의 글을 거의 매일 올리시는 브런치 작가님도 많다.
그분들의 글을 보며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느낀다.
또다시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주제, 구성, 문체, 분량 등 그 어느 면에서도 이렇다 할 특색이 없다.
남들처럼 쓰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나는 점점 사라져 간다.
나를 알고 내려놓고자 시작한 글쓰기가 새로운 집착이 되어간다.
생각해 보니 글을 써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저 글쓰기가 좋아서 했다.
이렇게 쓰다가 막히면 좌절하고 다시 쓰고 또 좌절했을지언정.
인생을 돌아보니 글쓰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삶의 모든 면이 그랬다.
했다가 실패하고 좌절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이제는 이런 게 인생이려니 한다.
이러다 분명히 또 좌절하고 한동안 떠나 있을 테지만
오래 쉬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글처럼 유려하지도 구성지지도 않겠지만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다시 나의 글을 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