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글럼프에 대한 하소연, 푸념, 상념...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글럼프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그냥저냥 끄적거리고 잡히는 대로 읽고는 있지만 무엇을 쓸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목표를 잡고 되던 안되던 밀어붙여보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 쓰기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브런치에서 데뷔하신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쓰시는지 관심 있는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다들 글 잘 쓰시더군요. 더 놀라운 점은 어떻게 그렇게 삶을 다채롭게 포착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문장 완성도를 떠나 삶의 작은 파편에서 어떻게 저런 통찰을 할 수 있는지가 놀라웠습니다. 표현, 주제, 메시지 등 어떤 것 하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글과 삶을 돌아보니 그리 지리멸렬할 수 없더군요.

난 대체 무엇을 하며 살았던가.

난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적지 않은 삶의 시간에서 저는 얻은 게 없었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부질없는 콘텐츠 소비였습니다. 글을 못 쓴 이유는 글럼프가 아니라 글을 쓸만한 인생을 살지 않아서였습니다. 글을 써서 인생을 통찰하는 것이 아니라 쓰지 못해 성찰하게 된 이 현실에 자조하게 됩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다는 말을 체감합니다. 그동안 일기를 통해 많이 치유받았고 자기 객관화가 많이 되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오만이었음을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깨져야 마침내 평온에 이를 수 있을까요.

평온, 행복 따위는 그저 힘든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허상이 아닐까요.

아니면 그 조차도 부자처럼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아닐까요.

잘 써지지 않는 글처럼 삶도 두렵고 지루하고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