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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뚭씌 Oct 16. 2023

<에이리언(Alien)> (1979) 리들리 스콧


평점:★★★★★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사회 분위기를 업고 미국과 소련은 ‘냉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된 군수산업과 우주산업을 장려했다.[1] 이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상상력을 자극하였고, 사이언스 픽션 영화는 그것을 딛고 발전하였다. 영화에서 7명의 승무원이 ‘발견한 항성에 자리한 우주선은 남근적 형상을 띄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내부는 마치 질의 통로처럼 느껴졌고, 3명의 승무원이 마치 ‘자궁’ 내부로 회귀하는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원지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언캐니’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일리언이 탈피하며, 커지는 모습은 ‘뱀’을 떠올리게 하였고, 1학기에 수강하였던 신화와 상상력에서 괴물에 ‘뱀’의 이미지가 많다는 점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하여 <에일리언 1>의 원지적 이미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에일리언 1> 크리처의 디자인은 굉장히 다채로운 형상을 띄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일리언의 머리는 남근의 형태로 디자인되어있지만, 생명을 재생산할 수 있는 모체로 그려져 있다.[2] 그리고 에일리언의 입은 ‘이빨 달린 질(바기나 덴타타)’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남성 괴물의 형체와 바기나 덴타타의 조합. 재미있지 않은가? 또한 에일리언이 성체가 되었을 때, 타액을 과다분비하여[3] ‘비체’ 이미지를 뿜어내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체’의 원지적 이미지는 에일리언 외에도 다양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처녀생식을 위해 애쓰는 일부 남성 괴물들은 여성 괴물성을 답습하거나 모방한다. 여성 없이 생명을 잉태하려는 남성 괴물이 드러내는 모호한 경계와 비체적인 존재론은 원초적 기괴함을 환기한다.[4] 여성의 재생산하는 몸을 선망하며, 동시에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여성 괴물은 주로 월경과 출산, 질과 자궁과 같은 여성 고유의 신체 기능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특히 재생산 능력은 충격적인 공포와 우리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드러나며, 이러한 재생산 기능을 남성 괴물이 담당했을 때 느껴지는 기괴함은 더욱더 확대된다.


바기나 덴타타는 성기에 이빨을 감춘 공격자의 역할이다. 더 이상 여성의 처녀막을 뚫고 찢는 공격적 포지션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덮이며 물리는 능동적 포지션으로, 아버지의 법질서를 파기해버리는 혁명적인 것이다.[5] 로고스와 같은 이성적 말과 담화를 뿜어내는 남성적인 입과는 구별되어, 아버지의 법질서에서 다 재단되지 않고 파악되지 않는다.


­­­­바바라 크리드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션’ 개념을 바탕으로 이론을 발전시켰다. 아브젝션이란 자신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고 배출해버리려는 물건의 속성이나 그러한 배출 과정을 가리킨다.[6] 공포 영화는 이러한 비체적 이미지, 피, 토사, 타액, 땀, 눈물, 썩은 살과 같은 육체적 배설물과 절단된 신체로 넘쳐난다.(손희정 196.) 이러한 신체 배설물의 이미지는 상징계 속에서 완전하게 구성된 주체를 위협한다. 즉, 아버지의 질서에서 떨어져나와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의 감정을 선사하여 기괴하고 메스꺼우며, 혐오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브젝트는 양가성을 가진다. 혐오스러운 동시에 매혹적인 것이다.



아브젝션과 바기나 덴타타 등과 같은 상태는 그 안에 담겨 있는 파격과 혼란에 의해 현재의 질서와 체계를 흩트릴 힘을 갖고 있다.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아 사회의 질서를 위협하고, 사회 권력 체계와 폐쇄적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다.[7] 공포영화는 상징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모든 것, 그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어머니의 세계가 의미하는 모든 것은 상징계적 질서로부터 분리된, 무의식적 욕망의 미장센이다.(최애영 316.)



그리고 나는 <에일리언 1>이 이러한 비체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에일리언 1>의 크리처 디자이너 H.R 기거에 있다. 기거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을 바탕으로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SF 장르 영화에 영감을 제시하고 있다. 기거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면, 기거는 성과 신성성, 폭력을 통해 도덕적 금기의 시각적 해방을 꾀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금기의 시각적 해방은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두려움을 선사했다. 여기에 추가로 주목할 점이 있다. 기거에게 여성이란 관심과 사랑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이자 불안의 대상으로 존재했다.[8] 여성을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으로 보며, 이러한 공포심은 혐오와 증오의 파토스로 격하되어 유통된다. 또한 기거는 꿈과 무의식 같은 내면 심리에 관심이 많았으며, 신화나 오컬트적 소재를 차용하여 인간이 두려워하고 꺼리는 공포 대상을 탐구하였다. 자신의 꿈이나 망상으로부터 느낀 공포와 불안의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작업을 선호하였고, 이는 무기체와 유기체의 융합으로 표현하였다. 기거의 기계 물질 형태나 구조는 유기체와 무기체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서로 떼어낼 수 없는, 융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기거의 이러한 작품 세계를 보았을 때, 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움 하임리히’를 떠올렸다. 기거의 작품은 친숙한 것으로부터 억압되었다가 되돌아와 낯설게 만드는 언캐니를 불러일으킨다. 신체를 하나의 부속으로 전환하여 무차별적인 욕망과 폭력성을 표현하고, 본래의 형질을 잃어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되는 반복의 과정이다.[9]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에일리언 1>에 나타나는 크리처의 남근적 형태, 바기나 덴타타, 그리고 비체적 이미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크리처를 디자인한 H.R 기거의 작품 세계의 여성 괴물과 언캐니에 관해서도 간략하게 알아보고자 하였다. 번외로,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는 굉장히 특이하게 느껴졌다.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떠오르는 타이틀 시퀀스였다. 그리고 <에일리언 1>은 전개가 마치 물 흐르듯 흘러간다.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하지만 동시에 점진적으로 관객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나는 영화의 후반에서 결말을 채 보기도 전에 감정적으로 탈진했다.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한 <에일리언 1>은 이후에도 다양한 후속편이 나오며, 지금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회자되는 영화이다. 관객을 몰입시키고, 공포감을 선사하는 <에일리언 1>은 감히 훌륭하다고 평가하겠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공간에 익숙함을 느꼈는데, 그 정체는 ‘에일리언 게임’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에일리언 게임 영상을 굉장히 가슴 졸이며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에일리언 크리처를 경험했다. 게임 덕분에 나는 또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1] 양유정. (2018). 사이언스 픽션 영화에 나타난 비인격체의 인격성 -〈프로메테우스〉와〈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안드로이드 데이빗 연구. 유럽사회문화, 20(0), 213-239.

[2] 오진희.(2022).여성 괴물, 공포와 혐오를 넘어 확장된 의미 분석.만화애니메이션 연구,(),171-189.

[3] 이후경(2012.05.22). 태초의 시간을 아는가, 씨네21

[4] 손희정.(2011).경계를 탐구하는 바바라 크리드.여성이론,(25),190-206.

[5] 윤지영.(2015).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한국여성철학,24(),5-79.

[6] 최애영. (2009). 여성은 왜 괴물로 형상화되어 왔는가? 바바라 크리드,『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여성문학연구, 21(21), 309-320.

[7] ‘우혜란. (2022). ‘성스러운 체액’과 아브젝트(Abject). 종교문화비평, 41(0), 87-137.

[8] 박병걸. (2015). 작가적 디자인의 시각으로 본 H.R 기거의 작품 세계(석사학위 논문, 국민대학교)

[9] 진은수. (2011). 무의식적 동기에 의한 언캐니 형상의 탐구 : 연구자 작품을 중심으로(석사학위 논문, 홍익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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