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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뚭씌 Oct 16. 2023

<에이리언2(Aliens)> (1986) 제임스 카메론


평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을 보며 영화의 꿈을 키운 제임스 카메론은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1> 속편 감독으로 발탁되었다.[1] 그리고 <에일리언1>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려 액션 영화로 탈바꿈시켰다. 그렇게 상영된 <에일리언 2>(1986)는 1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성공하였다.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는 리들리 스콧 <에일리언 1>의 속편이지만, 영화 속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다. 가부장제는 60년대와 70년대를 통해 힘을 잃었고, 서구의 80년대는 ‘파워 우먼’의 시대였다.[2] 그리고 1979년 작품과 1986년에서 재현된 여성 주인공 ‘리플리’의 캐릭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1979년 서사를 타고 흘러 극강의 공포를 겪는 리플리와 달리, 1986년 리플리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자 목숨을 건 모험을 떠나는 용감한 여성이다. 처음 겪었던 상황에 우왕좌왕하며 겨우 공포의 순간에서 탈출했던 모습과 달리 <에일리언 2>에서 등장한 리플리는 해병대를 지휘하며,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여전사에 가깝다. 대중의 인식을 바꾸어 놓은 것은 리플리가 끝이 아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외계인에게 정신을 조종당해 리플리를 공격했던 애쉬와는 달리, 비숍은 몸이 뜯어져 나가도 리플리와 목표를 함께한다. 에일리언을 퇴치하고, 여자아이 ‘뉴트’를 지키는 것. 나는 리플리의 캐릭터 변화가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 알아보고, 변화된 인공 지능 묘사에 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볼 것이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반문화혁명이 일어난 동시에 보수적 세대가 충돌했던 격변의 시대였다. 대학생 중심의 반전운동은 미국의 전통적인 체제와 가치를 거부하며 파괴하고자 하였고, 기성 체제를 타도하는 것을 목표하였다. 하지만, 반전 운동에 참여하였던 여성들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전통적 가치에 도전하는 남성들은 왜 유독 남녀 관계에 대해서만은 전통적 가치를 고집하는가?[3]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여성 문제에 관해 여성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여성 인권 운동을 시작하였다. 1970년대에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 증가와 여성해방주의 의식의 확산으로 결혼, 출산 등의 여성 삶의 양태가 변화하였다. 또한, 여성의 직장 확보와 교육으로 결혼 적령기가 늦춰졌고, 이혼율이 증가하였다. 동시에 1968년부터 미국의 경제 호황은 끝이 났고, 1980년대에는 실업률이 7.5%에 이르며 미국 경제가 침체하였다.[4] 이 시기에 레이건이 집권하며, 복지 예산을 삭감하여, 경제적 약자의 생활은 더욱 심각해졌다. 1979년 12월 설립된 시민 연대는 폭발적으로 팽창하였고, 1980년대 중반에는 시민 연대에 회비를 낸 사람만 200만 명에 이른다.(안윤모 166) 원로 시민, 노동조합, 인종적 조직(흑인, 백인 히스패닉), 교회, 여성 그룹, 환경운동가, 빈민, 중산계층, 농민 등 인종, 종교, 민족, 직업이 다른 시민들이 연합하여 조직적으로 투쟁하였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법률을 통과시키는 데에 성공하였고, 시민들은 단합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다. 이러한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에일리언 2>의 서사 구조적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변화한 여성에 대한 인식은, 물건에 머리를 맞아 어이없게 짐이 되어버린 남성 리더와는 다르게, 주인공 리플리를 더욱더 능동적이고, 진두지휘하며, 어린아이를 지키고자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괴수에게 저항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단합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한 시민 연대의 모습처럼, 영화 속에서 리플리를 조롱하고, 뺀질거리는 등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신세대들은 후에 리플리와 연합하여 제노모프를 해치우는 데에 대단한 기여를 한다.


또한, 1980년 레이건은 감세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며 선출되었고[5], 덕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였다. 소수의 수중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어 불평등했고, 기회균등의 실현은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시민 연대는 민중의 통제에서 벗어난 탐욕스러운 기업과 그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관료주의 체제를 지배하고자 하였다. <에일리언 2>의 ‘버크’는 모두의 안전을 무시하고, 여기에 들인 돈이 얼마냐며 페이스 허거(에일리언의 유충)를 리플리와 뉴트의 몸에 기생시켜 우주선으로 운반하고자 한다. 그리고 해병대 일원이 괴수 떼에게 공격받아 위험에 처했을 때, 홀로 도망친 후에 문을 열어주지 않고 혼자만 살고자 한다. 이러한 버크의 캐릭터는 남을 희생시키며, 홀로 부를 독식하는 대기업을 상징하는 듯하다. 하지만 버크의 괴물성은 영화 속에서 홀로 들어간 공간에 에일리언이 공격하여, 죽음을 맞는다. 빈부격차를 피부로 느끼던 1986년 당시 관객들은 버크의 죽음으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라 예상한다. 여성 괴물 에일리언은 다양한 방면에서 참으로 전복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영화 속 리플리와 뉴트 재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1980년대 공화당 집권 이후 60년대 활발하게 전개되던 여성해방운동이 역공을 맞아 ‘반동(backlash)’의 물결을 휩쓸었다.[6] 그렇기에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더라도 가정에 충실하기를 종용받고, 아내와 어머니로서 여성의 전통적 가치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986년의 리플리는 에일리언의 행성에 ‘홀로 살아남은’ 뉴트를 과잉보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뉴트는 혹성에서 홀로 살아남은 인물이다. 많은 개척자가 에일리언 소굴의 점액질에서 형체를 잃을 동안, 뉴트는 생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트는 리플리를 만난 후 각성한 생존자에서 ‘수동적으로 보호받는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다. 심지어 뉴트는 생존 법칙을 잊은 것 마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꽤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리플리의 ‘모성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정 같았다. 그리고 리플리는 홀로 살아남을 능력이 있는 아이를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로 여기며 마치 ‘엄마’인냥 뉴트를 돌본다. 힉스는 ‘청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리플리와 가족의 형태로 함께 뉴트를 보호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는 당시 미국 사회의 붕괴한 가족을 봉합하려는 노력처럼 보였다. 결국 리플리는 끝까지 뉴트를 보호하는 데에 성공하고, 뉴트는 리플리에게 “엄마!”라고 외치며 안긴다.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었던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로서의 의무’가 리플리에게 투영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에일리언 1>의 애쉬와 <에일리언 2>의 비숍에 대한 묘사 차이이다. 이 둘은 인간 순수 이성의 과학적 힘으로 창조된 AI이다. SF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비인간, 유사 인간으로서의 로봇과 사이보그는 ‘인조인간’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되고 싶은 가짜 인간들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헤파이토스가 만든 황금 소녀들, 크레타 섬을 수호하는 청동 인간 ‘탈로스’, 구미호, 인어공주, 개구리 왕자, 구렁이 신랑, 우렁각시, 늑대인간, 흡혈귀, 피노키오 등 다양하다.[7]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은 그 원형에 과학기술을 접목하여 각색된 고딕 소설이다. 이러한 ‘인조인간’ 모티프는 계속해서 변주되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원형에서 가장 매혹적인 점은 어떤 것보다도 인간의 자기규정과 자기실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장 잘 주체화시키는 대상이라는 것이다.[8] 인조인간에는 발전 및 미래의 문명화 과정에 대한 인간의 소망과 불안이 형상화되어 있다. 또한 인조인간을 창조하여 인간의 자연적 결핍을 제거하고, 새롭게 개량된 인간을 통해 불멸성과 영원에 대한 소망을 구현할 수 있다. 동시에, 인조인간은 역설적으로 인간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인간의 이성으로 탄생한 AI, 애쉬는 파괴되기 직전, 에일리언을 양심과 후회,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찬양한다.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 1>에서 정의하는 인간성이란 ‘양심’, ‘후회’, ‘도덕’인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인간과 비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에일리언 2>에서는 비숍을 통해 그러한 경계가 무너진다. 발전한 AI, 비숍은 리플리와 함께 에일리언을 봉합하는 데에 성공하고 리플리의 신뢰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고, 버크에게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며, ‘걱정’하며, 몸이 두 동강이 나도 뉴트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인간인 리플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에일리언 2>에서는 ‘포스트 휴먼’[9]의 모습이 제시되고 있다. 인간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비숍은 ‘인간치고는 잘 싸웠어요’라며 리플리를 격려한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의 이해에 도전하며, 근대적 이분법과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인간’, ‘기계’,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패러다임과 언어 문법의 모색을 필요로 한다.[10] 이제는 ‘인간이다’, ‘인간이 아니다’를 떠나, ‘인간’을 확정된 존재가 아닌 하나의 이상적 지향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의 경계를 재정의하여, 인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위계를 해체하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조화로운 공생 가능성을 제시한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를 이은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는 이러한 논의를 이끌어낸 영화인 듯하다.


<에일리언 2>를 통해 미국 사회와 영화 속 캐릭터를 분석하고, 등장하는 인공지능 캐릭터에 관해 철학적인 화두를 던져보았다. 인공지능의 포스트 휴먼으로서의 인정에 관해 아직 심적 거리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적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인공지능 외 비인간들에 대한 논쟁과 윤리적 의식은 분명히 요구될 것이다. 겨울방학이 된다면 꼭 <에일리언 3>을 봐야겠다.












[1] 최을영.(2010).제임스 카메론 - 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위하여.인물과사상,(),57-63.

[2] 김도훈(2011.09.08). 80년대 할리우드 여전사 시대 – 여성성을 버리다. 씨네21

[3] 이창신.(1999).미국 여성과 여성사 : 성, 젠더, 그리고 차이의 역사학.미국사연구,10(),55-83.

[4] 안윤모.(2002).1980년대 미국 진보적 민중주의의 성격.미국사연구,15(),157-174.

[5] 장혜영.(2016).미국 공화당 대통령 수락연설에 나타난 미국 보수주의의 변화 탐색.한국정당학회보,15(3),93-121.

[6] 이건정.(1998).두 마리 토끼를 좇는 미국 여성들.여성과 사회,(9),132-141.

[7] 신성환.(2011).감각과 인식의 욕망기관으로서의 인조인간 형상 연구.문학과영상,12(2),393-429.

[8] 정윤희.(2005).제 2의 창조 신화와 포스트 휴먼 - '인조인간' 이미지를 중심으로.독일어문학,13(3),161-180.

[9]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지식과 기술의 사용 등에서 현대 인류보다 월등히 앞설 것이라고 상상되는 진화 인류. 생체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기술을 이용한 진화로, 반영구적인 불멸을 이룰 것으로 여겨진다(네이버 국어사전:우리말샘)

[10] 신상규(2020.01.23). 포스트휴먼과 포스트휴머니즘, 그리고 삶의 재발명.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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