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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h Dec 06. 2023

차 안에서 뭐 들으세요?

뉴질랜드 10대 소녀들이 말하는 엄마아빠의 차 안 플레이리스트

연 초에 태어난 나는 키도, 몸무게도 표준의 수치보다 1년이 빨랐다. '빠른'이라는 명목으로 한 살 많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나의 태어난 연도를 우연히 알게 된 한 살 많은 친구들이 자신들을 언니, 오빠라 부르라는 레퍼토리의 농담은 하도 들어 나중에는 질려 버렸다. 이것은 사회에 나와서도 나를 여전히 헷갈리게 한다. 이 사람한테는 '빠른'을 고백하고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깔끔하게 내가 동생이 되어야 하는지. 그래서 외국에 살며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이 문화가 더 편하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며 쓸데없는 감정을 소비하며 살고 싶지 않기에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 왕따로 살고 있다. 그래도 인간관계를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아이들 친구 엄마아빠와 만남도 갖고 소통을 하는데 그들이 나의 나이는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다들 이제 머리가 하얘지는 시기들이라 그런가 저 엄마도 저 아빠도 흰머리가 있네 그러면 나랑 비슷한가 보다 짐작을 할 뿐 나도 그들의 나이가 궁금하지 않다.


정작 부모들은 서로의 나이가 궁금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나이에 따른 취향까지도.


어제 하교 후 우리 집으로 놀러 온 아이 친구들의 간식을 챙기러 주방에 있을 때 대화를 들어보니 서로 부모의 나이와 차 안에서 듣는 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친구 1: 우리 아빠는 차 안에서 컨트리 송을 들어.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나온 노래인데 내가 어느새 따라 부르고 있어! 나도 그런 내가 싫다니까!! 우리 엄마는 아빠가 나이가 많아서 그렇대. 이해하라는데 등교할 때는 좀 안 틀었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머릿속에 그 노래가 계속 맴돌아.


친구 2: 넌 컨트리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나는 차 안에서 헤비메탈 들어. 우리 아빠 요즘 자기의 자유로웠던 10대 시절이 그립대. 우리가 지금 10대잖아? 우리의 시절이 그립다며 헤비메탈을 듣는다니까?? 더 미치겠는 건 올해 휴가는 10일 동안 로드트립을 갈 거래. 우리 아빠 지금 헤비메탈 플레이리스트 만들고 있어. 난 10일 동안 헤비메탈을 들어야만 해. 오 마이갓 살려줘!


친구 3: 우리 집은 그냥 올드팝. 우리 엄마는 아직도 비욘세의 첫 번째 앨범을 듣고 아빠는 오늘 머라이어캐리의 캐럴을 틀더라. 오래된 가수의 오래된 노래라니!! 그래서 내가 차에서 맨날 졸린가 봐.


내 딸: 우리 집은 짬뽕이야. 우리 엄마는 무슨 노래인지 모를 한국 노래를 계속 틀고, 아빠는 포스트말론 그리고 뉴진스.


친구 1,2,3: 뭐라고??? 다시 말해봐! K-pop과 포스트말론을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다고? 너 진짜 좋겠다.


친구 1: 차라리 난 가사를 이해 할 수 없는 한국노래가 낫겠어. 뚱땅거리는 기타 소리의 컨츄리 송은 정말 최악이야.


친구 3: 난 아마 한 달 내내 차 안에서 캐럴을 들어야 할 거야.


친구 2: 난 기타와 드럼이 정말 싫어!! 헤비메탈 가수들은 소리를 질러대지 않으면 노래를 할 수 없나 봐.


내 딸: 근데 헤비메탈이 뭐야? 노래 제목이야?


친구 2: 난 매일 듣는 헤비메탈을 넌 모른다고?? 지금 들려줄게!! 나만 불행할 수 없어! 너 도망가지 말고 들어봐!


(친구 2가 자신의 폰으로 헤미메탈을 튼다)


친구 1, 3, 내 딸: 세상에, 너 이거 어떻게 매일 들어? 우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너 이번에 아빠랑 휴가 가면 안 되겠다. 그냥 우리 집에서 자라!!!!



10대 소녀들의 대화내용을 듣자니 솔직하고 귀엽다. 친구 2는 아빠의 그리운 10대 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 안에서 머리가 지끈거릴 헤비메탈 사운드에 죽겠다 하고 친구 1은 반복되고 뚱땅거리는 기타 소리의 컨트리송에 죽겠다 한다. 지금 들어도 신나고 감미로운 비욘세의 목소리가 어떻다고 20년밖에 안된 앨범에 친구 3은 졸려 죽겠다 한다. 12월은 캐럴이지! 캐럴 들으면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고 얼마나 설레는데 아이는 싫어 죽겠단다.


그녀들의 부모를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차 안에서 듣는 노래의 취향까지 알게 되니 재밌기도 하고 온화한 미소로 따뜻이 반기던 그가 헤비메탈 광이라니, 의외의 취향에 놀랍기도 하다.  


소녀들이 자기 부모의 나이에 따른 노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이쯤에서 나의 플레이리스트도 슬쩍 살펴본다. 나는 유독 날씨가 좋은 날엔 발라드가 땡긴다. 이런 나를 내 딸도 이해를 못 하려나? 차 안 플레이리스트에서 빼둬야 하나?


나도 흰머리가 희끗 올라오는데 내 딸도 엄마 나이 탓을 하며 엄마가 선곡한 차 안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친구들과 나를 놀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통해 듣는 부모의 차 안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여러분은 차 안에서 뭐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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