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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Oct 04. 2021

시골집 층간소음ㅡG선생 이야기

ㅡ시골 사색

새벽시간 천정에서 발자국 소리가 난다.

아침을 알리는 소리.

누군가 하루를 시작했다.

처음엔 신경이 몹시 거슬렸다.

내가  사는 영역에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방해받고 싶지 않은 새벽잠을 반납하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짜증이 흙탕물처럼 올라왔다 회오리치다 다시 물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소리에 집중하지 않고 내 마음에게 말을 걸었다.

나에게만 들리는 환청이 아닌 데 왜 나만 유독 예민해질까. 곁지기도 아이들도 그것 때문에 불만한 적이 별로 없다.


아마도 나는 어릴적부터 그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들은 G선생이다.

차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것은

입에 담는 순간 알레르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G선생의 말을 들어보자.

"난 오래전부터 이  땅의 주인이었지.

그들은 어느 날 우리 땅 위에 허락없이점거하고 네모상자를 만들기 시작했지.

아주 거대하고 딱딱하고 차가웠지.


그리고 아름다운 하늘과 나무와 땅을 조금만 볼 수 있게 작은 유리벽을 만들었지.

그 구멍으로 우린 그들이 움직이는 걸  수 있었지.

그들은 몹시 바빴지.

 오전에 연기가 나는 하얀 그릇을 들고 밖을 멍하니 바라볼 때 빼고 말이지.

그때만큼은 그들이 특별해 보였지.

우린 먹이를 들고 그렇게 멈춰 본 적이 없지.


우린 땅 아래 세상은 거대한 상자 아래  눌려서 숨을 쉴 수 없었지.

그래서 우리는 그 상자를 탐험하기 시작했지.

'지피지기'라는 말을 들어본 것 같은데, 너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게 침입한 곳이 그들의 머리 위 공간이라는 게 조금 다행이었지.


우린 그들 가까이 있지만 그들은 볼 수 없지.  우리의 분주한 발자국과 찍찍이는 소리를 조금 들었을 뿐이지.

우리가 얼마나 바쁜지 너희는 알기나할까.


그것도 날이 추울 때나 밤에 잠시 들어와 쉴 뿐인데 아랫집 그들은 내가 소리를 낼 때마다 우리 집 바닥을 막대기로 쿡쿡 찔러대곤 하지.

우리 간이 얼마나 콩알만한지 알기나 하는지.

우린 화가 나서 노래 했지.


"여긴 우리 땅, 우리 공간.

적당히 너희와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고.


너희에게 우리가 방해가 된다면 살짝 미안하고.

하지만 싫어도 이 위의 영역은 내 구역이라고

참을 수 없으면 네가 떠나라고!"


어때? 우리 랩 실력이?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매너 있게 살고 있다고. 이건 너희 집 위이며, 나의 집 아래이니까. 이해하겠지?


우린 해가 뜨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들도 나도 그저 한 날, 한 호흡에 충실한 생명체일 뿐이다.

그냥. 그렇다고.

누구도 탓하지 말자.

이해할 수 없다면 피할 수 밖에

피하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밖에.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으니

위층 G선생들  이미 출근하셨는지 고요하다.


오늘도 잘 살아야지.

근데 조금만 조용해주시면 너무 고맙겠지요.

위층 G선생은 사람이 아닙니다.

나에겐 낯선 생명체일 뿐입니다.

어린 시절 셋방 살 때 천정에 누런 얼룩자국이 그들의 흔적임을 알았죠.

지금은 G선생의 발자국 소리로 우리가 집 천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G선생 부디 올 겨울은 이사 갈 생각 없나??

내가 좀 예민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부탁하네, 시골집 G선생!


ㅡㅡㅡㅡㅡㅡ

시골집은 옛날 한옥집이고 층간 높이가 무척 낮다. 세모난 기와지붕과 천정 사이 공간에 그들이 산다.

바깥보다 따뜻하고 아늑할 거다.

도시생활은 오래했던 나에겐 그들과의 보이지 않는 동거생활이 불쾌하기만 했다.

날이 추워지면 시작되는 발자국 소리에 한껏 예민해진 나는 자주 잠을 깬다.

늘 짜증을 냈는데.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

오늘 아침은 문득 아파트 살 때 층간소음이 생각났다.

싫어도 참고 사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그래도 가끔은 조용하면 그걸로 만족해야지.

위층 그들도 열심히 하루를 사는 생명체들일 뿐이니까.

이해를 하면 조금 나아진다.

모두가 평화롭기를 비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G선생 덕분에 오랜만에 글을 쓰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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