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운전할 때마다 가족들에게 자주 잔소리를 듣는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나이 들더니 왜 이렇게 속도를 올려, 좀 줄여!"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속도를
큰소리로 읽어 준다.
"79, 80, 83, 어어어...... 아빠! 여기 80이야!"
알아서 조절할 건데 말들이 너무 많다고 느끼면서도,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30대, 40대 때는 차분하게 운전을 했다.
속도는 제한 속도 이상으로 올리지 않고 주로 정속으로 운전했다.
급정거, 급출발도 거의 없었으며 위험한 상황도 거의 없었다.
앞에 노란색 불이 켜지면,
지나가기보다는 멈추는 것을 먼저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성급해졌다.
앞차가 조금 천천히 가면 느긋하게 따라가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옆 차선으로 빠지기 바쁘다.
고속도로에서도 차가 없으면 속도를 올리는 경우가 꽤 늘었다.
앞에 노란색 불이 켜지면, 멈추는 것보다,
속도를 더 올려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왜 이렇게 마음이 조급해졌을까?
시간에 쫓기고 있다.
30대 40대만 하더라도 시간은 내 편이었다.
시간이 남았다.
평소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으니,
다음 날 일찍 잘 필요도 없었다.
주말이나 휴일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차를 가지고 외출을 하더라도,
굳이 빨리 갈 필요도 없었고,
빨리 귀가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시간이 내 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할 일이 많아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매일 책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SNS에도 글을 올려야 한다.
평일에 하는 이 습관은 주말, 휴일에도 계속된다.
오히려 주말이나 휴일이 더 바쁘다.
평일에 부족하게 느끼는 독서를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SNS에 더 많은 글을 올리는 것도 한 몫한다.
도움이 되는 강의가 있으면 평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 강의도 듣고 있다.
이렇게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아이들이 참가하는 행사가 주말 혹은 휴일에 있으면,
그날은 마음이 더 바빠진다.
차를 운전하여 행사장에 가야 하니,
그 이동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빨리 행사장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내려놓고,
그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으로 간다.
내 할 일을 하기 위해서다.
며칠 전에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누나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제 차를 타고 갔다.
아내가 누나한테, 최근 내 운전 습관을 말했다.
듣고 있던, 누나는 이런 말을 했다.
"빨리 가 봐야 5분이다.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
맞는 말이다.
종종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
나를 앞지르고 간 차가 훨씬 먼저 갔을 것 같은데,
달리다 보면, 앞에 있는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서 있을 때가 있다.
결국 그 신호등에서 다 만난다.
차이가 있어 봐야 단지 5분인데,
왜 이렇게 급하게 다닐까?
어쩌면 우리 삶에 속도를 높이는 가속페달 보다
브레이크가 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살다가 조급한 마음이 들 때면,
마음의 브레이크를 조금씩 밟아 보자.
아직 우리는 먼 길을 한참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