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먹다 쓰다
아침밥을 서서 먹었다. 늘 그러는 건 아니다. 밥 먹기 귀찮거나, 그래도 한 숟갈은 먹어야 하거나, 한데 시간여유가 별로 없거나, 유난히 허리가 아픈 날에만 그런다. 혼자라서 밥상머리 예의 차릴 일 없고, 씨리얼 한 그릇, 김밥 반 줄 먹는데 일이 분밖에 안 걸리는데 밥상 차린다고 일이 분 더해 오 분 채우면 뭐할텐가 싶을 때. 그러니까 오늘이 그런 날이었을 뿐이다. 여유가 있거나, 허리 컨디션이 괜찮거나, 토스트, 샌드위치 먹을 땐 커피 내려서 책 보면서 먹는다. 제대로 앉아서.
디스크인의 생활에서 ‘앉아 쉴 여유‘란 그야말로 여유라는 거다. 조건이 갖춰지고,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이 초조하지 않은 때를, 아침밥 먹을 오 분만큼도 내지 못하는 날이 많다는 거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서 있는 게 앉아 있을 때보다 편할 때가 많긴 하지만, 앉지 못하고 서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그래서인가 보다.